부산 대표 관광지 태종대, 한걸음 더 가까이 보면 곳곳 흥미 만땅

신선바위, 영도등대, 망부석 설화, 영도유격부대 실화 등 인생과 역사 이야기 '주렁주렁' / 주태형 기자

2019-11-30     취재기자 주태형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지 ‘태종대’

대한민국에서 일본을 육안으로 가장 자세히 볼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부산시 영도구 동삼동에 위치한 태종대다. 맑은 날씨에는 56km밖에 안 떨어진 일본의 대마도가 이곳 태종대에서 선명하게 보인다. 부산에 많은 관광지가 있지만 태종대는 그중에 유서가 깊고 경관이 좋기로 유명하다. 그만큼 볼거리가 많다. 영도등대, 신선바위, 오륙도가 지척이다. 이 때문에 태종대는 관광객들이 끊이질 않는다. 태종대 한 해 방문객 수는 2016년 부산시설공단 통계자료 기준 약 240만 명이며, 하루 평균 방문객 수는 약 6500여 명에 달한다.
태종대를 가는 방법은 먼저 부산역 교원빌딩 맞은편에서 66, 88, 101번 버스를 타거나 해운대 지역에서는 부산 시립미술관 앞 정류장에서 1006번 버스를 타고 태종대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된다.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올 경우 도시고속도를 지나 부산역 부산대교를 타고 해양대학교를 지나서 태종대로 진입하면 된다. 태종대에 도착하면 멀리 한자로 태종대(太宗臺)라고 쓰인 돌이 관광객을 맞이한다. 태종대가 태종대라 불리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조선의 태종이 1419년 큰 가뭄이 들자 그해 5월 하늘에 빌어 비가 내렸다는 이야기가 전해 오는데, 그로부터 음력 5월 초에 내리는 비를 ‘태종우(太宗雨)’라고 부르게 됐다. 이때 이후로 동래 부사도 태종을 본받아 가뭄이 들 때마다 태종대 지역에서 기우제를 올렸는데, 그래서 태종대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두 번째는 신라 태종무열왕 사후(과녁에 활을 쏘아 맞히는 일. 또는 쏘아 맞히는 과녁)의 장소였다는 속전(민간 사이에서 전하여 내려옴) 때문에 태종대라 불리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태종대만의 이색적인 열차 ‘다누비열차’

태종대 입구를 지나 경사진 길을 5분 정도 걷다보면 나오는 작은 광장에는 태종대를 순회하는 일명 ‘다누비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다누비열차를 기다리던 대학생 박모(22) 씨는 “이런 곳에 열차가 있다는 게 신기하고 흔치 않은 기회여서 타려고 한다. 그리고 영도등대를 빨리 보고 싶기도 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광객 모두가 열차를 타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영도등대로 가는 길이 예뻐서 걸어가는 것도 좋기 때문이다. 야유회를 하러 대구에서 온 주부 김모(50) 씨는 “열차를 타면 이 좋은 길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다누비열차 이용료는 어른, 청소년, 어린이 각각 3000원, 2000원, 1500원이고, 단체(30인 이상)일 경우는 각각 2400원, 1600원, 1200원이다. 태종대 내 다누비열차를 제외한 교통수단은 진입이 낮 동안 통제되며, 열차 소요시간은 약 20분 정도다. 최근에는 2006년 이후 폐쇄한 차량통행 제한을 자녁 6시부터 밤 10시까지 개방해서 저녁이후에는 차량이 태종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대마도가 보이는 ‘영도등대’와 자살바위 위에 세워진 전망대 모자상

영도등대로 가는 길은 다누비열차 승차장에서 시작하는 오른쪽 길과 왼쪽 길이 있다. 영도등대를 향해 1.9km를 걷다보면 1.7km 지점에 전망대가 나온다. 이곳은 전망대가 들어서기 전 바위 절벽에서 바다로 떨어져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자살바위’라 불리던 바위가 있었다. 지금은 그 위에 전망대가 지어지고 앞에 모자상(母亲和儿子像)이 세워져있다. 더 이상 자살 바위라는 이름과 흔적이 없어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이곳에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모자상을 세웠다. 자살바위를 생각하고 오는 사람들은 간혹 당황하기도 한다. 자살바위를 보러 온 부산의 주부 이모(55) 씨는 “태종대에 자살바위가 유명해서 왔는데 없어서 실망했다”고 말했다.

태종대의 하이라이트 ‘신선바위’

전망대를 지나 3분여 정도 걷다가 멀리 보이는 바다를 뒤로 한 채 우뚝 솟은 하얀 영도등대 꼭대기에 올라가면 동쪽으로 저 멀리 해운대 달맞이 고개와 오륙도(五六島)가 보이고 남동쪽에 대마도(對馬島)가 보인다. 또 영도 등대 옆에는 신선바위가 있다. 옛날에 신선이 살던 곳이라 하여 신선대(仙人臺)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용당동의 신선대와 혼동되어 쓰이지는 않고 신선바위라고 부른다.
또 이 바위 위에 망부석이 있는데, 여기에는 재미있는 설화가 있다. 신라 눌지왕 때 고구려에 볼모로 잡혀간 왕제(왕의 동생)를 구해온 신라의 신하 박제상이 신라에 있는 아내를 두고 곧바로 일본에 건너가 다른 왕제를 구해 신라로 보낸 뒤 자신은 왕제 대신 잡혀 신라의 신하로서 일본에서 죽는다. 그런 그를 기다리던 박제상의 아내는 비가 오는 날에도, 눈이 내리는 날에도 굴하지 않고 남편을 오매불망 기다리다 신선 바위 위에서 바위가 됐다고 한다. 그래서 후에 사람들이 이 설화를 따라 이 바위를 남편을 기다린다는 뜻의 망부석(望夫石)이라고 불렀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이 이야기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신선바위를 보러온 김영빈(23,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신선 바위를 보러 왔는데 이런 설화가 있는 줄 몰랐다. 이런 이야기를 관광지에서 안내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는 영도등대 주변에 쳐진 나무 펜스에 만들어진 QR코드를 스캔하면 음성해설로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016년 경주 지진 이후 지반이 약화되고 진입로 붕괴 위험으로 인해 신선 바위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부산시설공단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글에 의하면, 사면안전성 확보를 위한 정밀안전진단 및 보수․보강 완료 시까지 출입을 무기한 통제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출입을 통제하는 사실을 몰랐던 김영빈 씨는 “신선 바위가 태종대의 하이라이트인데 아쉽다”고 말했다.

잊혀진 6.25참전부대 ‘영도유격부대’

신선바위를 뒤로 한 채 걷다보면 6.25참전 ‘영도유격부대’ 추모비가 있다는 안내석 이 있다. 영도유격부대란 6.25 전쟁 당시 1200여 명의 지원자를 중심으로 극비리에 창설되어 태종대 일대에서 3~4개월간 특수훈련을 받고 북파되어 비정규전 임무를 수행한 특수부대였다. ‘Y부대’, ‘파라슈트 부대’ 등으로 불린 영도유격대는 정전회담이 진행되던 1952년 12월 5일 해체됐고, 북파된 인원에 대한 모든 지원이 끊겨 가까스로 탈출한 26명을 제외하고 생사를 알 수 없게 됐다. 전후에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다가 생존해있던 100여 명이 6.25 전쟁참전용사 사증만을 받았다. 유적비는 1984년 9월 12일, 6·25전쟁에서 전사한 491명의 대원을 추모하기 위해 생존대원들이 뜻을 모아 6·25참전영도유격부대 유적비를 건립했다
뉴스렙 2018년 10월 10일자 기사에 따르면, 부산지방보훈청은 지난11일 낮 12시 부산 영도구 태종대공원 내 6·25참전 영도유격부대 유적지 비에서 '영도유격부대 추모제'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지난 달 11일 부산지방보훈청장, 제53보병사단장, 특전사동지회 회원, 영도유격부대원과 유족 등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 추모제는 6․25전쟁 당시 계급도 군번도 없이 북파, 산화한 영도유격부대원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시민과 학생들에게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한 것으로 매년 개최되고 있다. 옆에서 영도유격대를 설명하는 게시판을 보던 대학생 김모(22, 부산시 동래구) 씨는 “이런 부대가 존재한 줄 전혀 몰랐다. 교과서에도 없는 내용이다. 순국하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교과서에 한 줄이라도 실려야한다”고 말했다.
태종대 공개는 연중무휴이며, 개방시간은 하절기(3월~10월)는 오전 4시부터 밤 12시까지고, 동절기(11월~2월)는 오전 5시부터 밤12시까지다. 태종대 해안가는 군 작전상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데, 하절기 통제시간은 오후 9시부터 오전 5시까지이며 동절기 통제시간은 오후8시부터 오전 6시까지다. 부산광역시는 다누비 열차 운행을 향후 관광모노레일로 변경할 예정이며, 야간에는 하부에 차량통행을 허용할 계획이다. 또 관광객의 재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등대동 옥상과 등대입구 게이트에 창작 상징조형물을 설치하고, 포토존, 디자인벤치, 벽면 예술작품 ,야외공연장, 운동시설같이 주변환경과 조화되고 흥미로운 체험을 제공할 수 있는 것들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태종대지구 계발계획서에서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