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유럽에서 겪은 서양인들의 동양인 차별

[독자투고/시민발언대] 부산시 남구 김민정

2019-11-17     부산시 남구 김민정
“Asian~" 작년 12월 한 달간 혼자 유럽여행을 떠난 첫 날, 런던에서 내가 들은 말이다. 나는 런던아이를 보러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고 있었다. 이어폰을 끼고 좌석에 앉아있었는데, 조금 떨어진 곳에 서있던 10대로 보이는 남자 애들이 나에게 한 말이었다. 그게 내게 한 말이라고 확신했던 건 그 지하철 안에 동양인이 나 혼자였기 때문이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내 몸이 경직됐고, 지하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물론 그 아이가 동양인을 본 게 신기해서 그런 말을 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은 비아냥거리고 무시하는 듯한 말투였다. 나는 너무 당황스러웠고,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이어폰을 끼고 있어 못 들은 척을 할 수 있었던 게 다행이라고 지금도 생각한다. 내가 그 말에 대해 반응을 보였다면, 그들은 나를 어떻게 했을까?
유럽을 여행하면서 그 뒤로도 종종 인종차별을 당했다. 이탈리아 로마에 들렀을 때 나는 식당에 들어갔다. 종업원이 “곤니찌와~” 하며 음식을 줬고, 우리는 “일본인이 아니라 한국인"이라고 말했지만, 그 뒤에도 그는 계속 “곤니찌와~”라고 할 뿐이었고, 사과도 하지 않았다. “니하오”, “칭챙총”,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제일 기분이 나빴던 건 로마에서 부다페스트로 갈 때 공항에서 있던 일이었다. 작은 공항이라 사람들이 한 곳에 많이 모여 있었다. 역시 동양인은 나뿐이었다. 비행기를 기다리기 위해 의자에 앉았는데 맞은편에 있던 백인 여성이 나를 비웃듯이 쳐다봤다. 그 순간 나도 너무 짜증이 나서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같이 정면을 쳐다봤더니, 그때서야 그 여성이 시선을 피했다. 대놓고 인종 차별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개는 백인인 자신들이 더 우월하다는 선민의식으로 동양인인 나를 대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자신들도 인종차별이 잘못된 걸 알지만, 그들은 모든 인종을 평등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또한 많은 서양 사회에서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은 다들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만, 동양인에 대한 차별은 무덤덤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난 러시아 월드컵 당시 우리나라가 독일을 이겨서 멕시코가 16강에 진출했을 때, 멕시코 사람들이 고맙다며 눈을 찢는 행동을 한 사진이 공개돼 논란이 많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멕시코 사람들에게 그런 게 인종차별이라고 항의하자, 멕시코 사람들은 눈을 찢는 행동이 인종차별인 줄 몰랐다며 부끄럽고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대체로 서양인들은 흑인 인종차별에 대해서는 조심하는 듯하면서도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TV 프로 <비정상회담>에서 중국인인 왕심린이 ‘서양인’이란 말을 쓰자, 그 자리에 있던 서양인들이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평생 살면서 서양인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항상 동양인들을 ‘아시안’으로 싸잡아서 말하다가, 서양인으로 불린 적은 처음일 테니 말이다. 나는 해외여행을 좋아하는 편이고 유럽권 나라에 가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항상 인종차별에 대해 걱정한다. ‘서양인’들은 동양 지역을 여행하면서 인종차별당할 것에 대해 걱정들을 하기는 할까?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내용 중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