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색있는 카페와 맛집...해운대 새 핫플레이스 '해리단길'을 아시나요?
해운대역 뒤편 조용한 주택가에 업소들 하나 둘씩 입점... 저마다 개성 살려 외지인 방문도 느는 추세 / 조라희 기자
최근 ‘00리단길’이라는 이름의 길이 여기저기 생기고 있다. '00리단길'의 시초는 과거 육군중앙경리단이 있던 서울 이태원동을 재개발해 만든 ‘경리단길’이다. 여기에서 유래해 지역의 특색에 맞는 거리가 생기면, '00리단길'이라는 이름을 붙여 경주 황남동의 ‘황리단길’, 부산 전포동의 ‘전리단길’, 전주 다가동의 ‘객리단길’이 생기게 됐다.
지난 해 부산시 해운대구 우1동에도 ‘해리단길’이라는 새로운 길이 생겼다. 지하철 해운대역 앞쪽이 해운대 바닷가로 통하는 구남로라면, 해리단길은 해운대 역 뒤쪽 반대편 지역을 가리킨다. 회사원 김태헌(37,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해운대 하면 떠올리기 쉬운 바닷가 쪽의 화려한 구남로에 비해, 그 반대편에 해리단길이 생겨서, 조용하고 발달되지 않았던 건너편 주택가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해운대역 뒤편에 주택이나 상가를 개조해서 카페와 식당이 줄지어 들어서면서 특색 있는 길이 생겨 ‘해리단길’이라고 불리게 된 것. 바(bar)식으로 만들어진 카페인 ‘레이크커피’사장 배승호(33) 씨는 “해리단길이라는 말을 누가 처음 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가게 주인들과 손님들이 00리단길의 유행을 따라서 자연스럽게 부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곳의 카페 사장들은 대부분 해리단길이 뜰 것이라는 희망적 전망을 갖고 이곳에 입점을 결심했다. 그들은 해리단길에 하나 둘씩 가게가 들어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곳이 곧 유명해질 거라는 감이 들었다는 것. 해리단길의 밥집 ‘모루식당’ 사장 장한결(30) 씨는 “초반에 유명 모루파운드가 입점한 것을 보고, 해운대에서 마지막으로 뜨는 곳이 여기라고 생각해서 입점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해리단길의 카페와 밥집은 각자의 개성이 담겨있다. 주택을 개조한 해리단길 전체의 분위기 속에 개별 가게마다 각자의 특색이 묻어나는 것이다. LP판으로 노래를 틀고, 계절마다 다양한 메뉴를 직접 개발해서 판매하는 카페 ‘오프온’ 사장 구아영(35) 씨는 “아직까지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안 들어와서 개인 특색이 강한 카페들이 많다는 것이 해리단길의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업소 주인의 가치관이 녹아 있는 또 다른 카페가 있다. 말차를 전문점으로 판매하는 카페 ‘하라네코’는 대부분 메뉴에 오리지널 말차가 들어간다. 하라네코 카페 사장 최송하(27) 씨는 “카페가 많이 생긴 요즘 차 대중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오리지널 말차를 하는 곳이 많이 없는데 해리단길에서만 말차 전문 카페가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해리단길에 제일 처음 생긴 밥집은 반반카레가 유명한 ‘노란숟가락’이다. 노란숟가락은 2016년 2월에 오픈해 2년 넘게 운영 중이다. 이 건물은 원래 책방이었다가 커피숍, 그 다음이 지금의 밥집이 됐다. 노란숟가락 직원 전윤익(26) 씨는 “해리단길은 접근성이 좋다. 해운대 역에서 걸으면 바로다. 그리고 가게마다 개성이 넘친다”고 밝혔다.
해리단길에 가장 처음 생긴 카페는 2017년 2월에 오픈한 ‘모루과자점’이다. 모루과자점은 귀엽고 앙증맞은 크기의 파운드케이크를 파는 곳이다. 모루과자점 직원 박수연(28) 씨는 “여러 종류의 조그맣고 귀여운 모양의 파운드케이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는 우리 가게만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주택을 개조할 때, 화장실 문마저 주택의 모습 그대로 인테리어를 한 곳이 바로 ‘마코토’ 카페다. 마코토 카페 사장 전종국(38) 씨는 “가정집을 개조하여 상권으로 바꾼 특징을 살려 주택의 인테리어를 가급적 그대로 활용했다”고 밝혔다.
해리단길에 비해 서면 전포카페거리 ‘전리단길’은 이미 여러 맛집들로 유명해져 있다. 전리단길에서 시작해서 해리단길에 체인점을 낸 곳으로는 ‘모루식당’과 ‘버거샵’ 등이 있다. 대학생 오혜빈(23,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전리단길에서도 해리단길로 맛집들이 넘어오고 있지만, 아직은 전리단길에 비해 전체적으로 맛집이 듬성듬성하다”고 설명했다.
폐선된 해운대역 뒤쪽인 해리단길에서도 위치가 유독 좋은 카페들이 있다. ‘해오라비’카페는 특히 건물 3층에 위치해 있어 손님들의 눈에 띄기 쉽다. 해오라비 사장 하지수(28) 씨는 “이번 여름부터 해리단길을 찾는 손님들이 많아졌는데, 멀리서 3층이 잘 보여서 위치의 이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해리단길을 찾는 갓 오픈한 가게들도 생기고 있다. ‘버거샵’은 오픈한 지 두 달 조금 넘었다. 전리단길에서 가게를 운영하던 중 해리단길에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소식을 듣고 이곳에 체인점을 낸 것. 버거샵 직원 노성훈(35) 씨는 “해리단길에는 일본 느낌의 가게들이 많은데, 우리 가게만 뉴욕 느낌이 나서 주변 가게와 차별화된 점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해리단길을 찾는 타지 손님도 이제는 제법 많아졌다. 라멘 집 ‘나가하마만게츠’ 직원 안병주(32) 씨는 “일본 본점 그대로의 전통적인 맛을 맛보기 위해 찾아오는 타지 손님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카레 전문점 ‘모루식당’ 사장 장한결(30) 씨도 “주말이나 방학 때는 주민보다 관광객들이 더 많고, 캐리어를 들고 오는 외지인들을 흔히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해리단길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었다. 부산이 고향인 여자 친구를 따라 서울에서 놀러 온 직장인 박진형(31, 서울시 마포구) 씨는 “해리단길이라는 것을 알고 온 것은 아니지만, 가게들이 빽빽하지 않고 아직은 조금 휑하지만 그 모습 자체로도 이쁘다”고 말했다.
해리단길 주민들도 해리단길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해리단길 주민 이인선(68) 씨는 “인적이 드물었던 곳에 사람이 많이 와서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김소희(21) 씨는 “동네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니까 길도 예뻐지고 집 근처에 맛집들이 많이 생겨서 좋다”고 말했다.
반면, 해리단길이 생긴 것에 대해서 걱정하는 주민도 있다. 주민 조말숙(74) 씨는 “젊은 사람만 북적북적하지 우리들은 5000원씩이나 하는 커피 안 사먹는다. 그 돈으로 밥 한 그릇을 사먹겠다”고 말했다. 해리단길이 생기기 전부터 상가에 세를 내고 장사를 하던 상인 김모(49) 씨는 “해리단길이 생겨서 안 좋다. 거리가 활성화되면 주민입장에서 좋은 거지만 장사하는 데는 임대료와 권리금이 오르니 좋을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해리단길에는 아직 상인회가 결성되지는 않았다. 상인회를 결성하자는 논의가 이제 상인들 사이에 일고 있다고 한다. 마코토 카페 사장 전종국 씨는 “해리단길이 생기기 전부터 있던 게스트하우스나 일부 부동산에서 상인회 결성을 원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상인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부초밥 전문점 ‘호키츠네’ 사장 최지은(41) 씨는 “우리는 유부초밥 포장을 사탕처럼 낱개 포장을 하는 가게로 유명한데, 앞으로 더 성장하는 가게가 되고 싶다. 상인회가 있으면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운대구청은 아직은 해리단길을 개발할 계획이 없다. 해운대구청 관광문화과 관계자는 “해리단길이 핫한 건 알고 있다. 개발계획은 없지만 추후에 해리단길을 홍보할 계획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경제 진흥과 관계자는 “해리단길은 주거지와 연관돼 있다. 그러나 이곳을 상업지화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아직까지는 해리단길이 완전히 주택가에서 상업지역으로 바뀌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하나 둘씩 가게들이 더 생겨나고 있고 사람들도 더 몰리고 있다. 주민들이나 상인들 모두 해리단길 전체의 미래 계획을 논의하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다들 무언가 이곳이 미래에 번창할 거란 긍정적 비전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러는 사이에 해리단길에는 각자의 개성과 특성을 가진 가게들이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