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디스, 간호사 등 서비스 직 여성 종사자들에게 외모 매뉴얼을 강요할 수는 없다
[독자투고/시민발언대] 경남 창원시 송명진
어릴 때 외양만 보고 반해 막연하게 꿈꿨던 직업이 있었다. 처음 타보는 비행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착석했을 때, 나를 웃으며 반겨주던 스튜어디스가 바로 그 직업이었다. 스튜어디스는 머리를 깔끔하게 묶어 올리고, 생기있어 보이도록 화장도 했으며, 매사에 웃는 얼굴을 했다. 그녀들은 몸에 딱 맞는 유니폼을 입고 장시간의 비행임에도 불구하고 내내 꼿꼿한 자세를 유지했다. 기내에서 멋진 유니폼을 입고 웃는 얼굴로 승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외국어까지 능통한 스튜어디스는 굉장히 멋있어 보였다.
하지만 요즘은 비행기에서 스튜어디스를 보면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의문이 들곤 한다. 지식백과에 따르면, 스튜어디스는 탑승객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안전과 편의를 도모하고 기내에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이다. 이러한 일들을 다 해내기에 스튜어디스의 화려한 외양은 어울리지 않는다. 외모와 몸매까지 따져가며 스튜어디스를 채용하고 긴 시간의 비행에도 무너지지 않을 두꺼운 화장도 어울리지 않는다. 승객들의 짐을 옮겨주고 기내를 계속 돌아다니며 음식을 제공하고 불의의 안전사고를 대비하기에는 딱 맞는 유니폼과 치마 또한 어울리지 않는다.
화려한 겉모습이 필요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외모를 지적받는 직업은 스튜어디스뿐만이 아니다. 서비스직 종사자들은 물론이고, 의사 심지어는 학생들에게도 외모에 대한 지적이 가해지고 있다. 최근 한국일보에서는 여성 외모를 지나치게 압박하는 일터가 늘어난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는‘의료인 용모 매뉴얼’을 배포하고 여성 근무자들에게 특정 색의 립스틱을 권장하고 쉬는 시간마다 화장을 수정하라고 지적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회에서 여성과 남성이 같은 직업군에 속해 있어도 여성에게만 불필요한 외모 지적이 자연스럽게 반복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지적은 으레 부당하고 불필요한 것들이다. 하지만 부당한 것도 익숙해지면 당연한 것이 되어 스스로 자신을 억압하게 된다. 지나친 성형수술과 화장이 그 예다.
이제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예뻐졌다’ ‘살빠졌다’ 등의 살가운 말로 반가움을 표시하는 것이 외모 평가의 일종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들이 지나치게 외향적인 아름다움만을 추구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여성에 대한 편견은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외모에 대한 집착을 떨쳐낸 사회에서 스튜어디스들이 본분을 다할 수 있는 편안한 복장을 입고 좀 더 편안한 웃음으로 승객들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 글입니다. 글의 내용 중 일부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