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없이 비싼 어린이날 선물, 부모들은 등골이 휜다

장난감 로봇 하나에 10만 원...졸라대는 아이 달래느라 쩔쩔 매기 일쑤

2016-05-10     취재기자 노한솔
 "무슨 아이 장난감 하나에 10만원씩이나?"
회사원 김미라(47, 부산시 남구 대연동) 씨는 지난 어린이날 두 조카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다 기겁을 했다. 조카들이 사달라고 졸랐던 선물은 유명한 로봇 제품이었는데, 가격이 한 개에 8만원에서 10만 원 정도를 호가했기 때문이다. 몇 번 딸막거렸지만 조카들의 천진난만한 얼굴이 어른거려 결국 지갑을 열었다. 이날 김 씨가 지출한 돈은 한 달 생활비에 가까운 20만원. 김 씨는 “어린이 선물이 이렇게 비쌀 줄 몰랐다. 손 떨릴 정도로 부담되는 금액이었지만 빈손으로 갈 수 없어 어쩔 수없이 샀다”고 말했다. 최근 온라인 소핑몰 ‘11번가’가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들이 가장 받고 싶은 장난감 1위는 일본 B사의 파워레인저 로봇이었다. 응답자들의 25%가 이 로봇을 갖고 싶다고 대답했다. 또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 달 15일부터 30일까지 단일품목별 완구 판매 순위 집계 결과, 일본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손목시계 형태의 완구 ‘요괴워치’ 스페셜과 ‘DX’가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이 손목시계형 장난감은 최근 장난감 시장을 지배해온 파워레인저와 또봇 등을 따돌리며 품귀현상을 빗기도 했다. 이 완구들은 7만원에서 9만원을 호가한다.
초등학교 온라인 교육업체 ‘스마트에듀모아’가 실시한 다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이 가장 가지고 싶어 하는 선물 1위로 전체 응답자의 36%가 스마트 폰을 고른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 폰은 완구와 비교해서 몇 배가 넘는 비용 때문에 부모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김모(35, 부산시 수영구) 씨는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가 하나 있다. 아이는 이번 어린이날에 스마트 폰을 받을 것을 기대하고 있어 김 씨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김 씨는 “아이가 가지고 싶어 하는 걸 사주고 싶지만, 그러기엔 비용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부모들은 조금이나마 비용을 덜어보고자 장난감 도매상가를 이용하기도 한다. 부산시 남구 대연동에 있는 B 장난감 도매업체는 어린이 날 등 특별한 날만 되면 찾는 손님이 증가한다. 이곳에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4만 8,000원짜리 로봇을 45% 정도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업체 관계자는 “최대 50% 할인해서 팔고 있기 때문에, 비싼 장난감에 부담을 느낀 손님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용 문제를 고려해 아예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지 않는 부모들도 늘고 있다. 박래정(43, 경북 포항시 남구 해도동) 씨에게는 4명의 자녀가 있다. 대학생, 중학생인 자녀 2명을 제외하더라도, 나머지 2명의 어린 아이 선물을 사주기에 가정 형편이 벅차다. 박 씨는 이번 어린이날에는 선물대신 온가족이 함께 하는 가벼운 외출을 선택했다. 박 씨는 “아이들과 평소 함께 할 시간이 없어 외출을 선택했다. 어린이날 비싼 선물보다 추억을 만들며 교감하는 시간을 갖는 게 더 좋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