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돕기 헌옷수거함? 알고보니 고물상 배만 불려..."
대부분 개인 업자들이 만든 사설...관리 제대로 안돼 환경 오염 문제도 유발
2015-05-13 취재기자 김영백
녹슨 철제로 된 박스나 고무대야를 두 개 겹쳐서 만든 헌옷수거함은 어느 동네를 가든 쉽게 보이는 물건이다. 사람들은 헌옷수거함에 모인 옷들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이용될 거라고 믿고 일부러 그 곳에 옷을 버리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헌옷수거함들이 사설업자에 의해 무단으로 설치돼 사익을 위해 이용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부산 사상구 모라동에 사는 주부 조경희(52) 씨는 헌옷이 생기면 일부로 헌옷수거함까지 가서 옷을 넣고 오곤 했다. 그러나 최근 아들에게 헌옷수거함이 개인업자가 무단으로 설치하여 운영하는 곳이 많다는 소리를 들었다. 찝찝했던 조 씨는 주민센터에 문의했고, 설치주체가 명확히 드러나 있지 않은 의류수거함은 모두 무단시설물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조 씨는 지금껏 넣었던 의류수거함에는 설치주체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주변에 불우한 이웃을 돕는다는 생각에 헌옷수거함에 헌옷을 넣어왔는데 엉뚱한 곳에서 챙겨갈 줄은 몰랐다.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고 말하며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모라동의 또 다른 주민 김형식(56) 씨도 “아무런 설명이 없어도 당연히 구청에서 운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런 사례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헌옷수거함이 구청이나 공익재단 등에서 운영할 것이라고 착각하여 옷을 그 곳에 넣고 있었다.
헌옷수거함은 문제는 이 뿐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무단시설물이기 때문에 매우 조잡하게 만들어져 있고, 사후관리가 전혀 되고 있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거리의 미관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모라동에 있는 헌옷수거함들도 고무대야로 얼기설기 만들어져 있는 것도 있고, 뜯기다 만 광고지 등으로 겉이 어지럽혀 있어 더욱 더러워 보였다.
주민들도 이런 점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모라동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하선희(47) 씨는 “헌옷수거함이라고는 하지만, 주변 쓰레기들로 인해 수거함인지 쓰레기장인지 구분이 안된다”며 “설치자가 쓰레기라도 치워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스럽게 말했다.
도시의 무법자가 된 대부분의 무단 헌옷수거함들은 모두 무단 시설물로 철거대상이다. 그러나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계속 설치되는 이유는 헌옷은 의류 수거업체들에게는 그 자체가 상품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헌옷들을 모아 세탁하고 수선한 뒤 필리핀이나 베트남 등 제3국으로 수출하여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고물상을 운영하는 김모(47) 씨는 “헌옷은 제3국 수출을 위해 의류 수거업체에서 톤 당 60~70만 원 정도의 높은 가격으로 구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헌옷수거함을 설치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 돈을 노리고 무단으로 설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헌옷수거함을 단속할 의무가 있는 구청 담당자는 “철거해야 하긴 하지만 주기적으로 단속하기는 쉽지 않다”며 “현재는 주민들의 민원이 들어오면 단속을 나가는 실정"이라며 “허가된 헌옷수거함은 설치주체의 신상이 기재되어있으므로, 주민들은 그런 곳에 헌옷을 넣거나 검증된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