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저물기 전에 확실히 하고 넘어가자, "그누구도 미투 피해자에게 손가락질할 수 없다"

[독자투고/시민발언대] 부산시 동구 이재원

2019-11-26     부산시 동구 이재원
미투 운동은 2017년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을 폭로하기 위해 미국에서 시작된 해시태그 운동이다. 이 운동은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다가 2018년 1월 서지현 현직 검사를 시작으로 대한민국에서도 권력으로 숨겨져 왔던 범죄들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도 멈추지 않는 미투 운동에 동참한 사람들은 그들의 용기에 응원의 박수를 받기도 했지만 일부 여론으로부터 의심의 눈초리와 비난을 받기도 했다. 바로 피해자답지 못하다는 태도와 왜 범죄 당시에 밝히지 않고 지금에서야 밝히느냐는 이유에서였다. 과연 피해자다운 태도는 무엇일까? 우리는 피해자는 우울하고 불안하며 피해 사실로 인해 아무것도 못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 되돌아보아야 한다. 그 생각은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또 다른 억압이다. 그들은 가해 사실로 고통 받고 힘들어 할 수 있지만 그것으로 누군가가 피해자의 피해 여부나 정도를 판단해선 안 된다. 성범죄가 일어났을 때 "피해자가 유혹했을 것이다", "돈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식의 2차 가해가 만연한 사회에서 피해자가 용기를 내기는 쉽지 않다. 특히 성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속에서 자신의 신상을 다 밝히면서 증언하는 것은 매우 큰 용기다. 고통 속에서도 스스로를 위해, 혹은 자신과 같은 피해자를 위해 미투 운동의 증인으로 나선 그들은 용기 자체만으로도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그들이 미투 운동으로 용기를 냈지만, 그 과정은 고통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피해 사실을 밝혔을 때, 피해자들은 생계가 무너지면 어떡하나를 우려했고,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면 어떡하나를 고민했을 것이다. 피해자는 또 가해자가 권력으로 위협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미래가 망가질 수도 있다고 걱정했을 것이다. 피해 사실로 인해 고통 받고 힘들기만 해도 부족한 시간에 그들은 자신의 생계와 미래를 걱정했다. 어쩌면 그런 이유로 그동안 용기를 내지 못한 것이 아닐까.  미투 운동에서 피해 사실을 언제 밝혔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늦어진 증언의 이유가 무엇이었든 범죄로 인해 피해자가 생겨났다는 점이 중요하다. 우리는 미디어가 보내는 정보에 대해 스스로 판가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하지만 그 능력을 과신해 피해자를 의심하고 손가락질하기보다는 피해자의 증언에 주목해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범죄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가해지는 2차 가해는 가해자들이 가장 잘 이용하는 억압 방식이다. 우리 사회가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어떤 시선을 갖는지 알기에 이를 악용해 피해자를 억압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사회의 시선이 두려워 스스로 자책하며 숨어 있는 미투 피해자들에게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는 사실을 인지시켜 그런 분위기 속에서 피해자가 억압 받지 않도록 우리가 현실을 만들어가 가야 한다. 피해자는 말 그대로 피해자다. 어떤 이유에서든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는 함께 피해자의 고통을 이해하고 잘못된 상황을 고쳐 나가려 힘써야한다. 미투 운동은 단순한 캠페인이 아니다. 헌혈하고 물을 아끼자는 캠페인이 아닌 범죄 행위에 대해 증언하는 것이다. 미투 운동에 목소리를 내는 이들에게 피해자가 아닌 증인으로서 대우해야 하며, 그들이 받는 억압과 위협에서 그들을 보호해야 한다. 이제는 미투 운동에 대해서 피해자를 손가락질하며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사회 문화를 바꿔야 한다.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또다른 미투 피해자를 고통에서 구해야 한다.
*편집자주: 위의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중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