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친구 될 때 가장 행복해요"...연극배우 외길 허진 씨의 예술과 인생

'고양이라서 괜찮아' 등 30여 편서 열연...동료들 "긍정 에너지와 노력이 매력" / 안진우 기자

2018-12-09     취재기자 안진우

연극의 막이 오르고, 시작을 알리는 배경음악이 점점 커진다. 고양이 분장을 한 배우가 실제 검은 고양이처럼 도도하게 걸어 나와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배우는 고양이가 되어 네 발로 무대 이곳저곳을 누빈다. 작고 매력적인 고양이 한 마리가 춤을 춘다. 배우가 “야~옹”하며 고양이 손짓을 하자, 객석에서는 뜨거운 호응과 박수가 쏟아진다.

올해 2월, 배우 허진(35) 씨는 부산 중구 남포동에 위치한 ‘조은극장’에서 공연된 연극 <고양이라서 괜찮아>에서 열연했다. 그녀는 “평소 길고양이를 좋아해서 ‘캣맘’을 하기도 했다. 그 경험이 고양이 역할을 소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열심히 준비한 공연을 관객분들이 재밌게 봐주시면 제일 보람차다”고 말했다.

허 씨가 배우의 꿈을 가지게 된 계기는 조금 특이하다. 부산에서 1984년에 태어나 세 자매 중 막내인 그녀는 어릴 적부터 무대에서 공연하는 직업을 동경했다. 그녀가 유치원생이던 어느 날, 어머니에게 야단을 맞는 상황에 부닥쳤다. 이를 모면하고 싶었던 그녀는 가짜로 우는 척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허 씨의 언니가 “이야~ 너 진짜 연기 잘한다. 너 배우 해”라고 말했다. 언니의 농담이 그녀의 마음을 흔들었고, 그녀는 그때부터 배우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남이 이런 사연을 들으면 우습다고 하지만, 허 씨의 마음은 절실했다. 그 이후 그녀는 배우라는 꿈 외에 다른 직업을 생각조차 한 적이 없었다. 중학생 때 연기학원을 다니려고 했지만, 그 시절 학원비는 지금보다 훨씬 비싼 탓에 다닐 수가 없었다. 집안의 반대가 심해 지원을 받기도 힘들었다.

그런데도, 허 씨는 오직 ‘배우’ 하나만 보고 달려왔다. 연기연습을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에 고등학생 때 연극동아리에 들어갔다. 허 씨는 “연기 말고는 하고 싶은 것이 전혀 없었다. 그때는 돈을 안 벌어도 좋으니까, 그냥 연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동아리에서 처음에는 선배들의 공연에 조명을 담당하던 그녀는 “그 당시에는 무대를 비추는 조명만 봐도 감격스러울 만큼 무대가 좋았다”고 덧붙였다.

허 씨는 고등학생 때인 2000년 ‘청소년 연극제’에 참가해서 처음으로 무대에 섰다. 그녀는 “무대에 오르기 전에는 떨렸지만, 막상 시작하니까 너무 짜릿하고 행복했다. 연극이 끝나고 관객들이 박수 칠 때는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역시 나는 무대 체질인 것 같다”며 웃었다.

하지만 연극제를 마친 후, 허 씨는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지 않고 치열하게 연습하고 노력했다. 그렇게 그녀는 전문적인 지도를 받지 않고, 혼자의 힘으로 2003년 동서대학교 뮤지컬 학과에 입학했다. 대학교에 다니면서도 낮에는 수업을 듣고, 저녁부터는 매일 연기 연습을 했다. 밤을 새우며 무대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대학교 1, 2학년 때 허 씨는 선배들의 공연들 도와주며 배우나 스텝으로 갈라쇼를 준비해서 공연했다. 3, 4학년 때는 학기마다 정기 워크숍을 진행했기 때문에 창작연극이 아니고 기성 작가가 쓴 유명 연극과 뮤지컬을 한 학기 동안 연습했다. 그리고 뮤지컬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방학 때도 거의 학교에서 연습하며 공연을 준비했다. 4학년 졸업작품을 준비하던 허 씨는 그 당시 국내에 들어오지 않았던 뮤지컬 <헤어스프레이>의 곡 <굿모닝 볼티모어>를 직접 번역하고, 개사해서 불렀다. 그녀는 “그 작품이 국내에 들어오고 영화로도 나와서 기뻤다”고 말했다.

2007년 졸업 이후, 허 씨는 선배와 동기들과의 연락을 통해 부산 연극제 등 다양한 공연에 참여했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직접 찾아 오디션을 본 후 공연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렇게 지금까지 허 씨가 출연한 작품은 30편, 비공식적인 작품까지 포함하면 훨씬 많다. 그녀에게는 그 모든 작품이 인상 깊고 소중하다. 그녀는 그중 2017년 출연한 연극 <최고의 사랑>을 최고 작품으로 꼽았다. 이 작품은 각각 연령대와 관계가 다른 세 가지 종류의 사랑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녀는 “이 작품은 감동, 사랑, 재미가 모두 들어있다. 배우 입장에서도 많은 것을 얻어 갈 수 있는 공연이다”라고 말했다.

허 씨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던 관객과 공연도 있다. 바로 2011년 연극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의 공연 중 어느 하루였다. 이 작품에서 그녀는 지적 장애인 역할을 소화했다. 그 때문에 그녀는 눈빛과 말, 행동 하나하나에 더 신경을 썼다. 한날은 장애인 단체에서 그녀의 공연을 보러왔다. 그녀는 그날 공연에 더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연기 행동과 그분들의 행동이 너무 똑같아서 놀랐다. 그분들이 정말 행복하게 관람하는데, 그 앞에서 연기하는 것이 북받치고 뭉클했다. 공연이 끝난 후, 다 같이 사진을 찍을 때는 관객과 친구가 된 것 같아 행복했다”고 그녀는 말했다.

허 씨는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2014년 연극 <내사랑 은경 씨>에서 그녀는 노인 역할을 맡았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연기라 부담감이 막중했다.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내기 위해 할머니가 나오는 영화를 많이 찾아보며 연구했다. 스스로 연기를 못한다는 생각까지 들어 마음 고생이 심했다. 많은 노력 끝에 그녀는 역할을 완벽히 소화하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그 공연에 부모님이 직접 오기도 해서 허 씨에겐 더 뜻깊은 작품이다. 그녀는 “도전적인 역할이었지만 극복해내서 아주 뿌듯했다”며 “작품 내용도 가족 간의 사랑 이야기이고, 내 어머니의 암 투병과 겹쳐서 감정이 많이 북받쳤다”고 말했다.

허 씨는 배우로서 관객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기도 한다. 가족에게 일이 있거나 자신의 몸과 마음의 상태가 좋지 않은데 관객을 웃겨야 하는 코미디 연기는 그녀에게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슬픈 연기를 하는 시즌이면 그녀의 감정이 지치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의 공연을 보러 와준 관객을 위해 절제하고 ‘배우 허진’이 되는 것이다. 허 씨는 “연인과 이별할 때면 ‘이 감정을 잘 기억해뒀다가 다음에 연기할 때 써야겠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배우 병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연극배우들은 공연을 보고 다녀간 관객들의 후기를 보며 보람을 느낀다. “연기 진짜 잘한다”, “너무 예쁘다” 같은 칭찬 글은 배우들에겐 아주 소중하다. 허 씨도 그런 후기를 보고 재밌어 하고 감사해한다. 하지만 자칫 그런 말에 스스로 안주하게 될까 봐 긴장을 놓치지 않는다. 그녀는 “매번 연기가 똑같으면 안 된다. 처음과 중간, 마지막의 연기가 다 달라야 한다. 때문에 계속 고민하고 발전해야 된다”고 말한다. 그녀는 천성이 배우 기질인가보다.

그녀의 긍정적인 에너지와 도전적인 모습은 동료 배우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된다. 동료 배우 손수경 씨는 “허진은 많은 에너지와 밝음이 사라지지 않고, 한결같은 배우다. 무대에 같이 서고 싶고, 존경스러운 배우다”라고 말했다. 동료 배우 윤기남 씨는 “허진은 내가 연기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불을 지펴준 선배다. <최고의 사랑>이라는 작품에서는 정말 아름다웠고, 눈빛에서 강렬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멋진 배우다”라고 말했다.

연극계에서 허 씨의 나이대에 활동하는 여배우가 많지 않다. 남자보다 여자는 배역이 적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 연기하고 싶어 한다. “연기하기 위해 달려왔고, 지금보다 더 발전하고 싶다. 배우를 오래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니 영화 쪽에 관심이 생겼다. 기회가 된다면 영상 오디션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허 씨는 배우의 꿈을 키우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시간 아깝지 않게 정말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나도 학생 때 스스로 정말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주변에서 반대한다고, 앞길이 무섭다고 주저하지 마라. 닥치는 대로 저질렀으면 좋겠다. 그때 아니면 저지를 수 없다”고 말했다. 허진 씨의 이 말에는 연기가 아닌 진심이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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