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시리게 아름다운 부산의 겨울바다

/ 김민남

2018-12-11     김민남

오늘 부산도 영하 3도를 기록한 꽤 차가운 날씨다. 하지만 하늘엔 구름 한 톨도 없고 땅에는 바람 한 점 없는 맑은 날이다. 해운대 동백섬을 둘러싼  바다가 눈이 시린 쪽빛이어서 일상의 속된 언어로는 그 아름다움을 전할 길이 없어 안타깝다. 해운대 바다는 태고적부터 그대로이고 바로 건너 오륙도도 여전 오륙도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면 전혀 다른 풍경이다. 오른 쪽으로 바다 위에 광안대교가 길게 걸려있어 이름 그대로 더넓은 광안리(廣安里) 해수욕장을 어둡게 가리고 있다. 왼쪽으로는 3개의 거대한 엘시티 건물과 끝없이 펼쳐진 아파트 숲이 확 트인 해운대 해수욕장 흰 모래밭과 푸른 앞 바다를 숨막히게 압도한다. 1000년 전 이곳을 처음  찾아 '해운대'라 이름붙인 신라 대학자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 선생에게 부끄럽다. 유치환의 "해원(海原)에 펄럭이는 깃발"과 그 "소리없는 아우성"은  바닷가에 즐비한 수많은 호텔들에 덮여 언젠가의 머나먼 전설로만 남은 듯하다. '천혜(天惠)의 절경 해운대'는 후손들의 개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나 할까. 해운대 바다도 동백섬도 천혜가 아니라 거대한 인공(人工) 축조물로 변신하고 있다.

오늘 아침 이 밝은 태양과 맑은 날씨가 다시 해운대의 푸른 모습을 잠시나마 찾아주고 있어 더없이 고맙다. 마치 지중해 아드리아해(海), 그 찬란한 쪽빛을 여기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오늘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에겐 큰 선물이자 행운이다. 

이 해운대 바다의 아름다움이 앞으로 무한으로 이어질 시간과 함께 변함없이 여기 자리하고 있다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선물일까. 그건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천혜의 자원이다.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들이 풀어야 할 무거운 짐이지만, 다음 또 그 다음 세대에게는 영원히 빛나는 자산이다. 

나라 안팎이 어지러운데 선비도 한량도 못되는 사람이 엉뚱하게 풍광을 읊고 있는 것 같아 스스로 민망하기 이를 데 없다.

2018년 12월 11일, 묵혜(默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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