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 여성 회원을 경매에? 대학 연합 요들 동아리 ‘알핀로제’ 논란
여학생 몰래 경매 벌여...피해자 연대 “배신감과 수치심 들 심리적 고통 심해” / 신예진 기자
한 대학교 연합동아리에서 남성 회원들이 몰래 여성 회원들을 경매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동료 여성 회원들을 성 상품화했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물의를 일으킨 동아리는 대학 연합 요들 동아리인 ‘알핀로제’다. 해당 동아리는 1969년 창립됐다. 현재 30~40명의 대학생이 활동하고 있다. 졸업생들의 활동도 활발하다. 지난 10일 피해자 연대가 낸 성명에 따르면, 지난 8월 3일 남학생들은 ‘경매’를 진행했다. 경매 대상은 같은 동아리 여학생. 행사를 주최한 이들인 남학생들은 여학생 경매를 ‘전통’이라고 불렀다. 물론 여학생들은 경매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동아리 내 남학생들에게만 공유된 그들만의 정보였던 셈이다.
경매는 룸 술집에서 ‘2018 경매’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다. 경매에 참여한 남학생들은 쪽지에 마음에 드는 여학생 이름을 적었다. ‘찜’한 여학생을 낙찰받기 위해서 남학생들은 술잔을 걸었다. 인기 있는 여학생 이름 앞에는 술잔이 쌓였다. 술이 센 남학생은 다수의 술잔을 걸고 주어진 술을 다 마셨다. 그렇게 일부 남학생들은 2명의 여학생까지도 낙찰 받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여학생들의 얼굴 평가, 성적인 농담 등이 오갔다.
낙찰을 받은 후 행동 지침도 있었다. 낙찰을 받은 남학생만 해당 여학생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남학생이 낙찰 받은 여학생과 대화할 시 규칙을 어긴 남학생에게 벌금을 물었다. 남학생들은 이를 두고 서로 ‘관리’한다고 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여학생의 의사와는 무관했다.
남학생들의 경매 사실은 문제의식을 느낀 한 남학생이 여학생 A 씨에게 이를 폭로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A 씨는 지난 11월 동아리 측에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도 취해달라고 했다. 남학생들은 사과문을 올렸지만 외부에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냈다고 한다. 심지어 일부 가해 남학생들은 문제를 제기한 여학생들을 ‘페미니스트 아니냐’고 손가락질 했다고 한다. 2차 가해가 이뤄진 셈이다.
피해자 연대는 “저희는 최소 6개월, 최대 3년간 가해자 측과 우정을 쌓았고, 특히 이 기간에는 약 2개월 동안 거의 매일,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며 “자신의 친구, 선배, 후배 혹은 애인에게 경매 대상으로 여겨졌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각자 배신감, 수치심 등의 심각한 심리적 고통을 겪었다”고 호소했다.
알핀로제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을 성상품 취급한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은 들끓었다. 대다수는 “여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물건으로 보는 우리 사회 일부 남성들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네티즌은 “10년 전 남자들은 여자들이 분노하면 김치녀, 된장녀 용어를 쓰면서 무시했고 요즘은 ‘페미’냐며 비아냥거린다”며 “그때나 지금이나 사회가 변한 게 없어서 통탄스럽다”고 말했다.
남자 대학생 김모(23) 씨는 “최근 남녀 갈등, 여성들이 분노하는 이유 등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며 “솔직히 주변에 아는 여자들 순위 매기고 얼평, 몸평하는 사람들 넘친다. 대학교 술자리에도 학과 여학생 이야기는 절대 빠질 수 없는 안줏거리다”고 혀를 찼다.
현재 피해자 연대의 목적은 단 하나다. 사건의 심각성을 가해자들이 인지하고 이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이다. 사건 이후 피해자 연대 소속 모두는 알핀로제에서 탈퇴했다. 피해자 연대는 “누군가 어떠한 정보도 없이 이 동아리에 들어와 또 다른 피해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혹은 이 동아리가 계속하여 반성하고 변화할 수 있도록 합법적인 모든 수단을 강구하여 공론화를 진행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