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 장사'들이 '골목장'을 만들더니 '장마당' 됐네
/ 편집위원 박시현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어린 시절의 앨범을 보다가 시장 입구에서 찍힌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사진 속 어린 시절의 나는 엄마 손을 꼭 잡고 전통시장을 자주 따라다녔다. 시장 곳곳에는 없는 것 빼고 다 있었다. 시장에서 엄마한테 얻어먹는 떡볶이, 순대는 정말 꿀맛이었다. 흔히 장마당이라 불리는 북한에도 시장이 있다고 들었다. 북한의 시장은 어떻게 생겼고 어떤 말들이 오갈까?
남한에는 전통시장을 비롯해 일반 상가, 대형마트, 아울렛 등 시장의 종류가 다양하다. 그중에서 남한의 전통시장은 자연발생인 것도 있고, 사회적 내지는 경제적 필요에 의해 조성된 시장도 있다. 전통시장의 대립각에는 연면적 3000㎡ 이상의 대규모 대형마트가 있다. 요새는 아울렛도 인기가 짭짤하다.
북한의 시장하면 ‘장마당’이 떠오른다. 1990년대 북한 주민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비공식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메뚜기 장사’, ‘골목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원래 북한에는 ‘농민시장’이란 것이 있었다. 국영시장에서 부족한 식료품 등이 거래되던 비공식 시장을 농민시장이라 불렀는데, 북한 당국의 묵인 하에 협동농장이 쉬는 날만 시군 단위 2-3곳에서 열렸다고 한다. 그러다가 배급이 끊어지고 경제난이 심각해지자, 농민시장은 날마다 장이 열리게 됐고 당국이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확대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현재 농민시장은 장마당과 같은 말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북한의 장마당은 식료품, 농산품, 공산품, 제3국에서 유입된 물품들이 모두 유통되고 있다고 한다. 남한 상품 등 일부 금지 품목도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으며, 도매상, 거간꾼 등 전문적인 장사꾼들도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언젠가 남북 간의 교류가 활발해지면 북한 사람들이 남쪽의 전통시장을 방문할 기회가 분명 있을 것이다. 나는 당연히 그들에게 내가 살고 있는 부산의 자갈치시장을 보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