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 한 컬레에 100만 원 훌쩍 넘어...고가 명품신발 20~30대서 유행

구찌, 발렌시아가 등 명품신발은 해외직구매 예사..."2030 밀레니엄세대 소비트렌드 반영"/ 김광현 기자

2019-12-16     취재기자 김광현
평소 유행에 민감한 송철승(24, 부산 해운대구) 씨는 얼마 전 인터넷으로 100만 원이 넘는 명품 운동화를 주문했다. 송 씨는 “국내에서는 이미 품절돼 해외 직구매했다”며 “요즘 친구들 사이에서 비싸지만 예쁜 명품 신발이 유행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명품시장에서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가방이나 시계가 아닌 신발을 주력 아이템으로 내놓고 있는 것. 발렌시아가의 ‘트리플s’나 ‘스피드러너’, 구찌의 ‘라이톤 스니커즈’나 ‘에이스 스니커즈’와 같은 고가의 신발들은 나오자마자, 국내에서 품절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인기를 반영하듯, 루이비통과 같은 명품업계의 거물 브랜드도 미국 스트리트 브랜드 ‘슈프림’과 협업 제품을 내는 등 명품 운동화 행보에 동참하고 있다.
국내 백화점에서는 명품 신발의 수요가 증가하자, 명품 브랜드의 의류 매장과 신발 매장을 분리하기까지 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의 신발 매출이 적어도 두 배 이상은 늘었다”며 “신발을 구매하는 손님들 대부분이 20~30대의 젊은 층”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명품 신발이 유행하는 이유로 2030 밀레니엄 세대의 소비 형태 때문이라고 밝혔다.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기보다 확실한 지금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는 형태 때문에 경기 침체 속에서도 명품시장이 호황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생 김주연(23, 부산 동래구) 씨는 “기존에 몇 백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가방이나 시계에 비해 신발은 가격이 덜 부담스럽고 개성을 드러내기에도 안성맞춤이다”라며 명품 신발을 사는 이유를 밝혔다.
명품 브랜드들은 이러한 젊은 세대들에 맞춰 온라인과 모바일 사업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딜로이트의 ‘2017 명품의 글로벌 파워 보고서’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의 72%는 오프라인에서 명품을 구매하는 반면, 밀레니엄 세대는 58%가 매장에서, 23%는 온라인에서, 19%는 모바일을 통해서 명품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자이너도 세대교체를 하면서, 명품 브랜드 계에도 기존의 고리타분한 디자인에서 세련된 이미지로 다가간 것이 한몫했다는 의견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명품 브랜드 1위로 등극한 ‘구찌’는 호랑이, 벌, 뱀들이 로고로 들어간 제품을 내놓으며 승승장구했다. 발렌시아가 또한 양말처럼 신는 신발과 알록달록한 디자인들의 신발이 히트하면서 연달아 품절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편, 고가의 명품 신발이 유행하자, 신발을 보호하는 ‘슈케어’ 제품들도 같이 호황세를 누리고 있다. 소장용 신발을 보관하기 위해 비닐처럼 신발을 감싸는 슈즈랩, 신발의 밑창을 닳지 않게 하는 슈구 등이 그 예이다. 부산의 패션업계 관계자는 “젊은 세대들의 유행이 빠르게 바뀌기 때문에 ‘패스트 럭셔리’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올 한 해 명품시장의 성장을 주도한 것은 85%가 20-30대의 젊은 층이었다, 스포츠 브랜드의 신발보다 고급스럽고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아 유행이 바뀌어도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