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학생총회, 한겨울 야간에 4200명 모여 "비민주적 학칙개정 반대"

"학생 의견 수렴 없는 학사제도 개편 부당" ...양산캠퍼스에 BICT융합대학 설치 강행에도 비판 목소리 / 류효훈 기자

2018-12-16     취재기자 류효훈

지난 14일 오후 6시경부터 부산대학교 '넉터'에서 부산대 총학생회는 ‘비민주적 학칙 개정 반대 결의안’ 등 4개안을 논의하는 학생총회를 열고 대학본부의 일방적인 학칙개정 움직임에 대해 반대를 촉구했다.

이날 넉터에는 총회 시작 1시간여 만에 4200여 명의 학생들이 모였다. 이는 의결 정족수 3331명(재학생 총원 2만 명 중 6분의 1)을 넘긴 것으로 시험기간인데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7년 만에 학생총회가 성원이 되어 개최됐다.

현재, 부산대는 학생자율전공, 융합전공, 공동복수학위 등 학사과정 학사제도의 개편을 포함한 학칙 개정을 앞두고 있다.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학내 공동체의 일원인 학생에 대한 실질적인 의견 수렴 절차가 없는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이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이번 학생 총회가 열리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대학 측이 양산캠퍼스에 새로운 단과대학인 BICT융합대학(가칭) 신설을 강행하는 것도 학생들이 모이는데 한몫했다. 대학평의원회는 BICTD융합대학 신설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아 부결했지만, 전호환 총장은 이를 무시하고 교육부의 인가를 요청하는 등 이를 강행했다. 이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반발해 넉터로 오게 된 것.

총학생회는 ▲비민주적 학칙 개정 반대 ▲총장임용후보자선거 학생선거권 보장 ▲학생의견 수렴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촉구 ▲대학자율성 및 학생 학습권 보장 등의 결의안을 학생총회에 상정했다.

안건 토론 중 많은 발언자들은 대학본부의 일방적인 학칙개정 강행에 비판의 화살을 날렸다. 한 발언자는 "이는 대학본부의 일방적인 갑질"이라며 “대리운전 번호도 앞뒤가 같은데 총장은 왜 앞뒤가 다르냐”고 일침을 가했다.

학생총회 의결 방법은 아날로그 방식이었다. 각 안건마다 4200여 명의 학생들이 학생증 또는 핸드폰을 들어 찬성의사를 표시해 진행했다. 이날 상정된 4개 안건은 대부분 4100표 이상을 득표해 모두 통과됐다.

다만,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야외에서 학생 총회가 진행돼 일부 참가자들은 아쉽다는 목소리를 냈다. 한 참가자는 “단과대학별로 학생들을 대표하는 회장을 뽑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모여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아쉽다. 좋은 뜻으로 모인 거지만, 온라인 투표도 있는데 굳이 아날로그 방식으로 진행했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조한수 부산대 총학생회장은 많은 학생들이 한 뜻으로 모여 학생총회를 개최할 수 있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감격이라는 단어가 어떤 말인지 이제야 이해가 될 것 같다. 시험기간과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모여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날 가결된 결의안을 대학본부에 전달하고, 정례회의를 통해 학생총회 의결사항을 수용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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