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들어가는 대한민국의 2030세대...정신질환에 노인성 질병까지

취업 스트레스로 당뇨, 화병 등 5년간 2배 증가...정부, 내년부터 청년 대상 무료 건강검진 시행 / 김환정 기자

2018-12-20     취재기자 김환정

대학생 박모(26, 부산시 사하구) 씨는 3개월 전부터 지속된 허리통증에 병원을 찾았다가 척추 분리증을 진단받았다. 척추 분리증이란 척추뼈 앞과 뒤를 연결하는 부위인 협부가 분리를 일으킨 질환이다. 지난 6월부터 경찰시험을 준비 중인 그는 장기간 잘못된 자세로 공부한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매일 10시간 이상 앉아 있다 보니 허리가 견디지 못한 것 같다”며 “공부할 시간도 부족한데 병원까지 다녀야 해서 앞길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최근 박 씨처럼 척추 질환을 앓거나, 기타 당뇨, 우울증, 화병, 공황장애, 통풍 등의 질병을 겪는 20·30대 청년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대 중 당뇨환자 수는 지난 5년간 38.9% 늘었고, 화병과 공황장애 환자 수는 2배 이상 증가했다. 노인 질환으로만 여겨지던 질병을 앓는 20·30대가 늘면서, 청년들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20·30대 청년들이 겪는 질환은 신체 질환이 다가 아니다. ‘마음의 병’이라고 불리는 우울증을 겪는 청년들 역시 증가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대 중 우울증을 겪는 환자 수가 2013년 4만 7721명인 것이 5년간 58.4% 증가해 전체 연령대의 평균 증가율 16.5%의 3.5배를 기록했다. 또한 지난 2017년 통계청의 조사에서 20·30대 사망 통계 원인 중 자살이 1위를 차지하면서, 청년 세대들의 고통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20·30대 청년들이 이러한 질병을 겪는 가장 큰 원인은 취업 스트레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0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현재 대한민국의 청년 실업률은 8.4%로 청년 실업자는 35만 9000명에 달한다. 다양한 일자리 정책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청년들은 취업 전쟁터에 놓여 있는 것이다. 박지석(23, 부산시 수영구) 씨는 “졸업을 앞두고 있어 (취업)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실제로 취업 준비생 중 각종 질환은 물론이고 스트레스로 조기 탈모까지 겪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청년 세대들이 병들어가는 또 다른 원인으로는 불규칙적인 생활 습관이라는 의견도 있다. 학업 및 자격증 공부, 대외 활동, 잦은 술자리 등 다양한 이유로 제대로 된 식사와 수면을 하지 못해 당뇨 등을 겪는 청년 환자 수가 늘었다는 것이다. 강기연(22, 부산시 금정구) 씨는 대학에 입학한 후 술자리가 잦았고, 과제와 시험 등으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때가 많았다고 한다. 그는 “20세 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나이가 한두 살 더 드니 조금씩 (몸이) 걱정되기 시작했다”며 “계속 이런 식으로 생활하다간 정말 큰 병에 걸릴 수도 있단 생각이 들어 겁이 난다”고 말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병원을 찾는 20대, 30대가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상황이 아니었는데, 청년층 질병 발병률이 급증했다”며 “우리 사회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이들이 이런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 정말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몸도 마음도 병들어가고 있는 20·30 청년들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자 국가에서도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내년인 2019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국가 무료 건강검진이다. 20·30대 청년들도 국가에서 제공하는 무료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 '건강검진 실시기준' 개정안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지금껏 건강검진을 받지 못한 약 720만 명의 청년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그동안 20·30대 청년들이 국가 무료 건강검진을 받으려면, 본인이 직접 건강보험료를 내는 직장인이거나 세대주여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세대원 및 피부양자도 가능하며, 집에서 가까운 병원에서 기초 검사부터 만성질환까지 검사받을 수 있다. 또 비만, 신장질환, 간장질환, 폐 등 신체 건강검진뿐만 아니라 정신건강 검사도 이루어진다. 기존에 40세, 50세, 60세, 70세에만 가능했던 정신 건강 검사가 20·30세 검진에도 확대되면서 우울증 검사도 받을 수 있게 됐다.

국가 무료 건강검진 확대 소식을 접한 최규진(25, 경북 포항시) 씨는 “예전과 다르게 2,30대 젊은 사람들도 건강에 문제가 생긴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어찌 보면 장년층의 특권이라고 할 수 있는 무료 건강검진을 받아볼 수 있게 되어 좋다”고 말했다. 홍성현(25,부산 해운대구) 씨는 “건강검진에 들어가는 비용이 생각보다 비싸 자발적으로 하기 부담스러웠는데, 무료 건강검진을 통해 혹시라도 생길 수 있는 질병을 미리 예방할 수 있으니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며 “예산과 인력 등이 계속 충족이 될지는 의문이지만, 이처럼 좋은 정책이 꾸준히 지속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국가 무료 건강검진 대상자인지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사이트에서 검진 대상자 조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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