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 그리고 조명 밝혔더니 범죄 예방...셉테드 효과 '만점'
형사정책연 조사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 효과에 주민 78%가 긍정"/ 제정은 기자
셉테드(CPTED)는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의 첫 글자를 딴 단어다. 건축물 등 도시시설을 설계 단계부터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환경으로 조성하는 기법 및 제도 등을 통칭한다. 현재는 어두운 골목길이나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곳에 적용되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셉테드 디자인 적용 후 범죄 예방 효과가 있다고 인식하는 주민들은 조사대상자의 78.6%, 만족하는 사람들 역시 조사대상자의 83.3%로 높게 나타났으며, 5대 범죄(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 실제 발생률 역시 감소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셉테드가 도입된 곳은 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한 배곧신도시다. 시흥시는 아이들의 통학로 주변을 안전하게 만들고 원룸 밀집 지역에 가로등 설치, 보안등 교체, 방범 CCTV 설치 등 주거 환경을 가꾼 신도시로 2013년 인증 받은바 있다.
전국적으로 셉테드 디자인을 적용한 건축물, 조형물들이 활성화되고 있다. 내년 2월 입주 예정인 포항의 초곡지구 화산 샬레는 포항에서 최초로 셉테드 디자인을 적용한 아파트다. 단지 내 산책로에 보안등을 설치하고 아파트 내 식물들의 높이를 조절해 사각지대를 최소화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제해영(53,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늦은 시간에 귀가하면 걱정되는데 이런 셉테드 디자인이 적용된 건물이라면 조금 안심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에서도 셉테드가 적용된 곳도 많다. 부산시 영도구에 위치한 깡깡이 예술마을이 그중 하나다. 마을 골목길에는 비상시에 누를 수 있는 비상벨이 설치돼 있다. 마을 근처에 위치한 공업지역에는 낡은 건물 벽면에 색채와 패턴을 입혀 범죄율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이뤄져 있다. 이나은(21, 부산시 동래구) 씨는 “벽화에 여러 가지 색깔로 꾸며져 있는 그림들이 마을에 활기를 불어 주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수리조선업 마을답게 다양한 배가 그려져 있는 벽화가 인상 깊었다. 벽화들로 마을 분위기가 밝아져서 범죄 발생률도 낮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시 금정구 부곡동에 위치한 가마실 마을도 셉테드가 적용된 마을이다. 2014년도에 셉테드 디자인이 적용돼 이름도 셉테드 행복마을로 바뀌었다. 이 마을에는 벽화로 꾸며진 치안 올레길이 있다. 치안 올레길은 24시간 촬영 녹화되는 CCTV가 설치돼 있고, 버튼을 누르면 경찰이 출동하는 112 안심벨도 곳곳에 위치해 있어 안전한 곳이다.
그러나 셉테드는 큰 효과가 없고 예산만 많이 든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벽화의 관리가 소홀해 지속적인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최근 사는 곳 주변에 셉테드가 적용된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는 이용희(55, 경남 창원시) 씨는 “디자인을 이용해 범죄율을 낮추는 것은 좋지만, 그 후에 벽화의 관리나 CCTV의 관리가 소홀해지면 예산만 낭비하는 것이다. 관리를 철저히 해서 꾸준히 셉테드의 효과를 이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