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 등 이원화로 결정키로
결정구조 개편안 발표... 한노총 “최저임금 제도개악이 시도되고 있다” 강력 반발 / 류효훈 기자
2019-01-07 취재기자 류효훈
최저임금 결정체계가 구간설정위원회, 결정위원회로 이원화된다는 내용으로 30년 만에 개편되는 가운데, 노동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현 최저임금 결정체계는 처음 시행된 1988년 그대로다.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이 현행 최저임금위원회로 구성되어 노∙사의 최초 제시안을 중심으로 논의가 시작된 뒤 합의 또는 표결을 통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3자 위원회 방식이다.
다만, 노∙사의 최초 제시안이 ‘0% 대 79.2% 인상(16년 적용 최저임금심의)’ 등 그동안 격차가 너무 커서 본격적인 논의에 이르기까지 소모적인 논쟁이 되풀이되는 경우가 많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제까지 최저임금을 결정한 32회 중 표결 없이 노∙사∙공 합의에 의해 결정된 경우는 7회에 불과했고, 표결한 25회 중에서도 노∙사 모두 참석한 경우는 8회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결정체계를 보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어 왔다. 결국 지난 2017년 최저임금위원회가 노∙사∙공익 위원이 각각 추천한 18명의 전문가로 최저임금제도 개선 TF를 구성해 결정 체계 개편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TF의 권고안을 토대로 이번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초안이 마련됐다. 이번 개편 초안은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를 신설하여 최저임금 상∙하한 구간을 정하고 ‘결정위원회’가 그 구간 내에서 최저임금 안을 결정하도록 이원화하는 것이다.
즉, 구간설정위에서 다음 해 최저임금 인상범위를 정하면, 결정위가 그 안에서 최저임금을 확정하는 방식이다. 구간설정위는 노∙사∙정이 추천한 전문가 9명으로 결정위는 기존 최저임금위와 유사하게 노∙사단체 및 정부추천 공익위원으로 15명 또는 21명(노사공 위원 각 5명 혹은 7명)으로 구성된다.
정부는 최저임금 결정체계말고도 결정기준도 손봤다. 기존 최저임금 결정기준에는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이 있다. 여기에 ILO(국제노동기구) 국제기준 등을 반영하여 근로자의 생활보장과 고용∙경제 상황이 보다 균형 있게 고려되도록 고용수준, 경제성장률 포함 경제 상황, 사회보장 급여 현황 등이 추가됐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개정된 최저임금법령을 통해 현장에서 임금체계가 합리적으로 개편되도록 지원하는 한편, 제도적인 측면에서 최저임금위원회를 통해 최저임금이 보다 합리적으로 결정되고 수용도가 높아질 수 있도록 전문가, 노∙사,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개편해나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최저임금 결정체계 발표에 한국노총은 최저임금 제도개악이 시도되고 있다고 반발하고 나셨다. 한국노총은 “재계를 대변하는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계의 입장이 반영된 최저임금 제도개악을 하겠다고 공시 천명했다. 매우 불쾌하고 유감스런 일이며 이 정부의 노동정책이 확실하게 후퇴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특히, 이번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은 당사자인 노동자의 의견을 무시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와 노사공이 참여하는 결정위원회로 이분화하겠다는 안을 준비 중인데, 이는 최저임금을 결정하면서 당사자인 노동자의 의견을 무시하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최저임금 제도를 무력화시키겠다는 내용이다”며 “전문가들이 미리 구간을 설정하는 것은 노사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훼손하는 것이며 노사공은 사실상 거수기로 전락하고 만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