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코레일 등 유관기관, '노숙인 희망일자리 사업'으로 부산역 노숙자 구하기 나섰다

취업 재교육, 숙식제공, 4대보험 지원, 일자리 제공 등 포함...노숙인들의 의지가 성패 가를 듯 / 김수현 기자

2019-01-12     취재기자 김수현

2018년 4월 3일, 부산역에서 한 노숙자가 등교하는 여학생을 추행하고 폭행한 혐의로 붙잡혔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이 노숙자는 여학생을 추행하기 위해 80m가량을 쫓아갔다. 물과 침을 얼굴에 뱉고 성적 수치심이 들 만큼 노숙자의 언행은 심했다고 한다. 이 시간 이후에도, 부산역의 골칫거리인 노숙자는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으며, 당국은 어떤 해결책이나 정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노숙자는 누군가에게 위협을 당하는 피해자일 수도 있다.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노숙자는 때로는 범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2018년 12월 3일 한 30대 폭력배가 여성 노숙자를 폭행하고 금품을 갈취한 사건이 부산일보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 폭력배는 노숙자를 대상으로 빈번히 폭력을 휘두른 전과가 있었다고 한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 노숙인은 전국 1만 1340명이며, 그 중에서 서울은 전국의 31.8%에 달하는 3591명, 나머지 16개 시·도에 전국의 68.2%에 달하는 7749명의 노숙자가 있다. 이는 적은 수가 아니다. 부산은 광역시이니 만큼 인구수가 많아 역을 중심으로 노숙자들이 자주 보인다. 정예진(21, 울산시 울주군) 씨는 “울산에서 부산으로 통학하기 위해 부전역과 부산역을 주로 이용한다. 두 역 모두 걷다보면 정말 많은 노숙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노숙자를 구제할 해결책으로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방안이 있다. 하지만 이는 말처럼 쉽지 않다. 보건복지부 2016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자활시설의 노숙자에게 취업하기 위한 시도 여부를 묻는 질문에 ‘있다’고 대답한 비율이 조사 대상 노숙자의 54.1%, ‘없다’고 말한 비율이 45.9%로 나왔다. 그에 비해 거리의 노숙인은 같은 질문에 ‘있다’고 대답한 비율이 조사대상의 28.3%, ‘없다’고 대답한 비율이 76.9%로 노숙인들의 취직에 대한 의지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왔다. 부산역 관계자는 “부산역 노숙인은 과거 IMF외환위기 때는 직장을 잃고 대량 실직으로 거리에 내몰렸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2018년 조사에 따르면, 노숙인의 30% 가량이 고아원 출신이고 60% 가량이 결손가정, 알코올 중독가정, 폭력가정에서 비정상적인 성장과정을 겪은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들 대부분이 취업 또는 정상적인 생활에 대한 의지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숙자 구제 대책으로 많이 제기되는 것이 재활시설로 이들을 안내하는 것이다. 여기서 재활은 ‘신체만이 아닌 정신적, 사회적, 경제적, 직업적으로 가능한 한 회복을 도모하는 과정’이다. 재활시설은 병리적, 사회적 분야에서 노숙자들의 사회화를 돕는 역할을 하는 시설을 뜻한다. 하지만 이는 부산역 노숙자에겐 적용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부산역 관할 동구청에는 노숙인 재활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2016년 부산시의회에서 노숙자센터 부지 매입 안을 통과시켰지만 동구청과 동구의회에서 수차례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한 동구청 관계자는 “노숙인 시설은 운영방법 등과 상관없이 지역적인 님비현상이 발생하는 복지시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두 차례 회의를 열었다. 동구청, 부산역, 부산역 인근 노숙인 자활센터가 참여한 가운데 두 가지 방안이 제시가 됐다. 첫 번째는 부산역 광장에 화단을 만들어 노숙자의 생활공간을 없애자는 내용이었고, 두 번째는 노숙인 전담 직원을 고용하여 노숙자들을 재활시설로 안내하자는 내용이었다. 부산역 인근에는 기초생활 수급자 등 생활이 어려운 일반인들을 돕는 ‘자활센터’는 초량동 부전동 등 총 네 곳이나 있지만, 노숙인을 돕는 ‘재활시설’은 없다.

자활사업은 국민기초생활 수급자, 차상위자 등 일을 할 수 있는 근로빈곤층의 자립자활을 지원하기 위하여 근로기회의 제공, 취업 알선, 자산형성지원 등 다양한 자활지원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이 자활사업을 하는 곳인 자활센터는 많다. 그러나 노숙자들에게 당장 필요한 의료검진과 따듯한 잠자리가 제공될 재활시설은 없는 것이다. 동구에 지으려고 계획된 노숙인 재활시설도 많은 동구 주민들의 반대로 지어지기 힘든 것이 실정이다.

노숙자에 좋지 않은 시선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대개 부산역을 이용하는 타 지역 방문객들이나 동구 주민들이었다. 한 네이버 블로그에는 “부산역 노숙자들은 취직할 의지도 없이 구걸하거나 구걸한 돈으로 음주가무를 한다. 돈을 주지마라”며 배척했다. 한 네이버 카페에서는 “노숙자와 같은 기차 칸, 근접한 거리에 앉게 됐다”며 “냄새가 너무 심하고 속이 울렁거린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부산시 무료급식 단체 협의회에서 부산역과 가까운 부산진역 폐역 근처에 무료 급식소를 세우고 식사를 제공하고 있으며, 네이버 카페의 한 불교단체가 부산역 노숙자들을 위해 양말, 침낭, 장갑 등을 전달했다.

하지만 이 모든 논란의 당사자는 노숙자 자신이다. 부산역에서 만난 노숙자(52)는 1997년 IMF 당시 파산하고 이혼한 뒤 혼자 노숙생활을 하게 됐다. 그는 “가족도 없고 혼자가 돼서 일자리를 얻기 위해 엄청 노력했다. 하지만 아는 것도 없고 모든 게 쉽지 않았다. 길거리 생활도 힘에 부치다. 이건 겪어봐야 안다. 정말 힘들다”고 호소했다.

이 노숙자는 시설을 이용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동구에는 재활시설이 없다. 그렇다고 교통수단을 타고 다른 지역의 재활시설로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또한 부산에는 다른 지역에도 노숙자 재활시설이 많이 없기 때문에 다른 노숙자를 포용하기 버거운 상태다. 부산 전 지역을 통틀어 재활시설은 세 곳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부산 영도구에 위치한 화평생활관과 금정구의 희망의 집, 내일의 집, 이렇게 세 곳이 존재하는데, 이 재활시설들 또한 여유가 없다. 대부분 수용 규모가 60명 정도인데, 매분기 57명 정도가 입소했다 나간다. 그렇다고 동구청의 경우처럼 지역의 배척 때문에 시설이 지어지기 어렵다.

하지만 최근 부산시, 부산역, 유관기관(노숙인 관련 복지단체), 경찰, 보건소 등이 협업하여 ‘부산역 환경개선 협의체’를 구성해 ‘부산역 희망일자리 사업’을 실시했다. 노숙인 희망일자리사업은 부산시와 코레일 부산역이 힘을 합하여, 부산시내 노숙경험이 있는 실직자 중 일자리를 구할 의지가 많은 20명을 선별하고, 부산광역시가 취업재교육, 숙식제공, 4대 보험지원, 일자리 보수지원을 하고 있다. 부산역 관계자는 “(부산역) 광장 금연구역 지정, 노숙인 쉼터와 자활센터 지원, 노숙인 일자리 공동사업 추진 등 노숙인 계도 방안 기초를 마련하여 진행하고 있다”며 “여기에 코레일 부산역은 일자리 보수와 식비지원으로 노숙인 희망일자리를 제공하여 노숙자들이 충실하게 근로하고 있으며 내년에도 예산을 확보하여 올해처럼 지원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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