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빙상인연대 "전명규가 성폭력 의혹의 몸통" 돌직구
기자회견서 피해사례 5건 추가폭로...전명규 "심석희 폭행 나는 몰랐다" 해명 / 신예진 기자
빙상계 비위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는 전명규(56) 한국체대 교수 및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과 '젊은빙상인연대'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젊은빙상인연대는 성폭력 피해 사례를 추가로 폭로하며 전 교수를 성폭력 의혹의 몸통이라 주장했고, 전 교수는 이를 전면 부인하는 상태다.
전명규와 젊은빙상인연대의 갈등은 21일 오전 시작됐다. 시작은 젊은빙상인연대의 성폭력 피해자 추가 폭로였다.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연대는 이날 오전 11시 40분 국회 정론관에서 손혜원 의원과 함께 빙상계 성폭력 피해자가 심석희 선수를 포함해 총 6명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들의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다. 손 의원은 "젊은빙상인연대 조사 결과 5건의 추가 피해 사례가 나왔으나 2차 피해가 우려돼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빙상연대가 지목한 가해자는 전 교수 휘하에 있는 한국체대 출신의 코치진이다. 그러면서 전 교수가 성폭력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의 증거로 문자메세지를 공개했다. 손 의원은 “전 교수는 성폭력 사건을 충분히 인지했지만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고, 가해자는 여전히 빙상계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전 교수가 사건의 은폐에 관여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손 의원이 이날 밝힌 피해 사례에 따르면, 피해자 A 씨는 10대 때 한체대 빙상장에서 수차례 성추행을 당했다. 가해자는 한체대 전 빙상부 조교 B 코치다. 그는 훈련 도중 자세를 교정해준다는 핑계로 안거나 입을 맞췄다고 한다. 결국 충격을 받은 A 씨는 선수 활동을 그만둔 상태다.
빙상연대의 발표에 전명규 교수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조재범 전 코치의 상습 폭행과 성폭력과 관련된 본인의 입장을 밝혔다.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전 교수는 "성폭력 사실을 모두 알 수 없었다. 심석희에 미안한 마음이 크다. 빙상 종목이 퇴출이 된다는 보도를 접하고 용기를 내서 기자회견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알렸다.
전 교수는 그러면서 성폭력 의혹을 폭로하는 빙상인연대의 음모론을 제기했다. 자신이 빙상계 파벌 다툼 속에 휘말렸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빙상인연대의 행위들이 진정 빙상계 발전을 위한 것인지는 개인적으로 의구심이 든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조재범 전 코치가 구속되기 전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젊은빙상인연대의 어떤 사람이 전명규와 관련된 비리 내용을 주면 합의서를 써 주겠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폭로는 파벌싸움의) 연장선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이어 조재범의 옥중편지가 ‘거짓’이라고 선을 그었다. 형을 감면받기 위해 작성한 글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특정 선수를 밀어준다는 의혹에 대해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공개된 조 전 코치의 옥중편지에는 “전명규 교수님이 한국체대가 무조건 더 잘 나가야 한다면서 시합 때마다 저를 매우 압박했다”며 “심석희가 국제시합 성적이 좋지 않을 때면 저는 인천공항으로 귀국하자마자 한체대 교수연구실로 불려가 항상 ○○○, ○○○ 등의 욕을 먹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앞서 SBS는 전 교수가 조 전 코치의 선수 폭행 혐의를 무마하기 위해 측근에 지시를 내린 음성 녹취파일을 공개한 바 있다. 녹취 파일에는 전 교수가 “(조재범이) 구속됐잖아”라며 “너희가 그러면 ‘피해자가 아니라 거꾸로 가해자야’라는 식으로 얘기할 수 있는 게 필요하다는 거야. 얼음판에서 너희가 어떻게 살려고 말이야”라고 말했다.
이같은 녹취록에 대해, 전 교수는 이날 “녹취에 나온 과격한 표현들에 대해서는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다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상황 이전에 조재범도 심석희도 내 제자였다. 처음 그런 상황에서는 구속됐다고 해서 너무 과하지 않나는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와서는 그런 생각 안 한다”고 해명했다.
한편 빙상인연대는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을 비롯한 수뇌부의 총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연대는 "이기흥 회장과 대한체육회는 빙상연맹 해체라는 꼬리 자르기로 사태를 무마하려 하고 있다“며 ”이기흥 회장을 비롯한 대한체육회 수뇌부는 이미 국민과 체육계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한체대의 강도 높은 감사와 성폭력 빈발 경기단체에 대한 정부의 실질적인 제재안을 명문화할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