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일자리 창출의 최전선, 시니어 클럽에 주목
공익활동, 창업지원...전국 122개 설치돼 5만여 어르신들 제2인생 도와
2015-06-18 취재기자 유혜민
부산시 서구에 있는 부경고등학교 졸업생 곽수연(21, 부산시 사하구 괴정동) 씨는 가끔 고등학교 시절에 다녔던 학교 앞 분식집 ‘Halmae‘s Food’를 떠올린다.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좋아 주머니가 가벼운 고등학생 시절 친구들과 자주 찾았던 곳이다. 하나 특이한 점은 그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모든 분들이 모두 환갑이 훌쩍 넘은 할머니들이었다는 것이다. 곽 씨는 “가게에 갈 때마다 할머니들께서 반갑게 맞아주셔서 좋았는데, 최근에 가보니까 가게가 없어져서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사실, Halmae’s Food는 부산 서구 시니어클럽에서 창업 활동 시범 사업의 일환으로 운영하던 곳이었다. 시니어클럽이란, 전국에서 일정 시설과 전문 인력을 갖춘 지역 사회에서 자원을 활용해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고 제공하는 정부 지원 노인 일자리 전담기관이다.
시니어클럽은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노인들이 건강한 노후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시니어클럽에 가입해서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60세가 넘어야 한다.
경기도 소재 시니어클럽 관계자는 “시니어클럽 사업을 통해 노인들이 활기찬 노후를 지낼 수 있을 것”이라며 “소정의 임금과 타인과의 교류가 활기찬 노후를 보내는 데에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니어 클럽은 보건복지가족부 노인지원과에서 국고로 각 지방 자치단체로 예산을 지원하면, 각 지자체가 지역 내 사업 수행기관에 예산을 지원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시니어 클럽은 2001년 보건복지부에 의해 탄생됐는데, 5개 기관을 대상으로 시범 사업을 시작해서, 현재는 전국 16개 시도에 122개 시니어 클럽이 설치되어있다. 한국 시니어클럽 협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2014년 12월을 기준으로 전국 122개 시니어클럽 기관에서 1,536여 개의 사업단과 5만 7,371명의 노인이 참여하고 있다.
시니어 클럽의 주요 사업은 크게 공익 활동과 취업 활동, 창업 활동으로 나뉜다. 공익 활동에는 문화재 해설이나 생활시설공공시설 관리, 스쿨존 교통지원, 다문화가정한부모가정 지원 등이 해당된다.
취업 활동은 말 그대로 기관에서 필요로 하는 자리에 취업해 일할 수 있는 활동이다. 지속적으로 맡은 자리에서 일하는 경비원, 청소 미화원 등이 있는가 하면, 수요가 있을 때마다 일하는 시험감독관, 가정도우미 등도 있다.
창업 활동은 노인에게 적합한 일을 창업해서 운영하는 사업이다. 창업 활동에는 작물을 재배하는 영농사업이나 쇼핑백 제작 등 기업과 연계한 공동작업장 운영사업과 같은 공동 작업형 사업과 식품을 제조, 판매하거나 공산품을 제작, 판매하는 등의 제조 판매형 사업이 있다.
경성대 사회복지학과 김수영 교수는 시니어 클럽은 노인 일자리 사업 중 지속가능성을 높인 시장형 사업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시니어 클럽은 일하는 노인에게 경제 활동의 보상을 주어 경제적으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노인에게 기회를 주는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시니어 클럽을 통해 일하고 있는 이모(64, 부산시 사하구) 씨는 경제 활동을 통해 보람을 느낀다. 이 씨는 “환갑이 넘어서 일하려니 몸은 조금 힘들지만, 집에 가만히 있을 때보다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내가 일한 만큼 돈도 받아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인의 사회 참여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참여 주체로서 노인의 능동적인 사회 참여 모습은 긍정적이지만, 환경적인 요인이 노인의 사회 참여를 부추기기도 한다.
시니어 클럽을 통해 일하고 있는 박모 씨는 일을 쉬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일하고 있다. 몸이 불편한 남편과 함께 사는 박 씨는 “일하고 받는 돈은 20만 원 가량밖에 안 되지만, 지금 받는 연금으로는 생활을 이어갈 수 없어 적은 돈이라도 벌기 위해서는 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명대 사회복지학과 오영란 교수는 노인의 사회 참여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노인 사회 활동 지원 사업이 늘어나고 있는 것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우리나라의 낮은 노인 빈곤율이 어쩔 수 없이 노인을 일하게 만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오영란 교수는 시니어 클럽 등 노인 사회 활동 지원 사업이 보수 측면에서 봤을 때 근본적인 빈곤 해결책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노인 빈곤 해결을 위해서는 여러 환경적, 제도적 측면을 보완해 기초연금이나 국민연금 같은 사회보장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시는 2002년 7월 30일 서구와 금정구를 시작으로 시니어 클럽을 운영하기 시작해, 현재는 총 16개 구 중에 동래구와 강서구를 제외한 14개 구에서 시니어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