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전문 매장 '로드샵' 지고, 복합 화장품 매장 '드럭 스토어' 뜬다
중국 관광객 감소가 로드샵에 타격...올리브영, 랄라블라 등 드럭 스토어 매장은 전국 1500개로 화장 중 / 제정은 기자
2000년대 초반부터 10대, 20대의 인기를 차지하던 스킨푸드, 이니스프리, 에뛰드, 네이처 리퍼블릭, 잇츠스킨, 토니모리 등과 같은 로드샵 화장품의 인기가 최근 점점 낮아져 매장 숫자도 줄고 있다. 로드샵 화장품 매장은 주로 젊은이들이 모이는 거리 주변에 입점해서 그들을 주 고객으로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화장품 등을 판매해 왔다. 그러나 H&B스토어, 또는 헬스앤뷰티 스토어라고도 하며, 화장품, 생필품, 의사의 처방이 필요 없이 판매 가능한 의약품, 음료 등을 한 매장에서 판매하는 드럭 스토어의 등장으로 로드샵 화장품 매장이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주요 로드샵 화장품 브랜드 매출 조사에 따르면, 2014년에서 2016년까지 꾸준히 증가하던 로드샵 화장품 브랜드의 매출이 2017년부터 감소해 현재까지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로드샵 화장품 브랜드인 이니스프리는 2014년 4566억 원에서 2016년에는 7678억 원까지 매출이 증가했으나, 2017년에는 6420억 원대로 매출이 감소했고, 더페이스샵, 미샤, 토니모리 등의 주요 로드샵 브랜드 매출도 2017년 기준으로 감소했다.
10대, 20대들이 로드샵 화장품 매장에서 드럭 스토어로 발길을 옮기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학생 최모(22,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로드샵 화장품 매장보다는 올리브영이나 롭스같은 드럭 스토어를 많이 이용한다. 드럭 스토어에 가면 다양한 브랜드가 한 군데에 모여 있어 쇼핑하기에 편리하다”고 말했다.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고객이 줄어든 것도 로드샵 화장품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로드샵 화장품은 특히 중국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러나 사드의 영향으로 줄어든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자 덩달아 로드샵 화장품 매출도 감소한 것이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로드샵 화장품 브랜드들이 경영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1세대 로드샵 화장품 브랜드로 인기를 끌었던 스킨푸드가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토니모리는 2006년 첫 브랜드 런칭 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로드샵 화장품 브랜드들의 회생 노력도 나타나고 있다. 토니모리는 지난해부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남성 화장품 브랜드인 그루밍 랩을 인수하고 남성 화장품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일부 로드샵 화장품 브랜드들은 온라인 매장을 강화하는 등 위기 극복에 심혈을 쏟고 있다.
반면, 드럭 스토어의 규모는 점점 확대되면서 로드샵 화장품 브랜드를 위협하고 있다. 드럭 스토어의 대표 브랜드는 올리브영, 랄라블라, 롭스, 부츠 등이 있으며, 매장 수는 전국적으로 1500여 곳에 달한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현재 드럭 스토어가 점점 확대되고 있고, 20대 여성들에게 인기있는 화장품 브랜드가 드럭 스토어에 많이 입점되고 있다. 이에 따라 로드샵이 점점 사라져 가고 인기도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종사자는 “로드샵은 현재 위기에 놓여있는 것이 맞다. 그러나 한국의 화장품 업계가 K-뷰티라 불릴 정도로 워낙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어서 위기는 극복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