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업계 1위 ‘넥슨’ 인수전, 누구 품속으로 들어갈까
중국 텐센트에 이어 카카오, 넷마블 국내 업체들도 뛰어들어 / 류효훈 기자
국내 게임업계 1위 ‘넥슨’이 매각시장에 나온 가운데, 중국 텐센트를 비롯해 국내 업체 카카오, 넷마블까지 뛰어들어 누구에게 인수될지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뜨겁다.
지난 달 2일, 김정주 대표가 자신과 부인이 보유한 넥슨 지주회사 NXC의 지분 전량(96.64%)을 매물로 내놓으면서 넥슨 매각 소식이 공개됐다. NXC는 시가총액 15조 원에 달하는 넥슨 지분 47.9%를 쥐고 있고 자체적으로 유모차 브랜드 스토케, 가상화폐거래소 비트스탬프 등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기업 가치는 10조 원 정도로 평가받고 있다.
김정주 대표가 1994년 창업한 1세대 온라인 게임사인 넥슨은 1996년 전 세계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 게임인 ‘바람의 나라’를 제작해 이름을 널리 알렸다. 이후 ‘메이플 스토리’, ‘메이플스토리2’,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마비노기’ 등 수많은 게임을 성공시켜 연 매출 2조 5000억 원, 영업이익 1조 원을 기록하는 등 지난해 기준 재계 52위의 대기업 게임사다.
이런 국내 1위의 게임 회사가 매물로 나온 것. 여러 언론에 따르면, M&A로 인수될 것이라는 소식이 퍼졌다. 인수전에 뛰어든 회사는 중국의 텐센트, 미국의 EA 등으로, 넥슨이 해외 거대 게임 기업에 넘어 갈 가능성이 컸지만, 최근 국내 기업 카카오와 넷마블이 뛰어들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다만, 넷마블과 카카오는 현금과 유동자산이 10조 원도 채 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카카오와 넷마블은 당장 2조 미만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NXC의 몸값을 충당하기에는 부족하다.
이에 넷마블은 컨소시엄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달 31일 국내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넷마블은 “두 달 전부터 넥슨 인수를 검토했고 한 달 전 최종 참여하기로 결정했다”며 “국내 자본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형성해서 인수전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아직 인수하는 방법에 대해 밝히진 않았지만, 인수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라도 넥슨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1위의 게임 회사가 해외자본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자, 국부가 유출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평화당 유성엽 의원은 “넥슨의 매각은 국내 게임 규제가 산업을 얼마나 옥죄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며 “게임업계 1위인 대기업이 매각 시장에 나왔는데도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 의원은 “만약 넥슨이 실제로 해외에 넘어갈 경우 고용과 세금, 투자 등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국부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한 업계의 1위 기업이 매각되는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인데 국내 게임 규제가 얼마나 심하면 매각까지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유 의원은 “정부는 넥슨 매각 사태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국부유출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면에 나서야 하며, 향후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적극 지원해야 한다”며 “게임을 질병과 해악으로 보는 인식 자체를 전환해 경제난 탈출의 선봉장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넥슨 회사의 게임을 이용하는 게이머들도 이에 공감했다. 메이플스토리를 즐겨하는 대학생 김모(26, 경기도 수원시) 씨는 “넥슨이 괜히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것이 아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유저들에겐 ‘돈슨’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과금에 미친 운영을 했지만, 지적 재산권만큼은 텐센트와 디즈니가 눈독들일 만큼 높은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게임산업을 지금처럼 계속 규제만 해가면 언젠간 넷마블도 카카오 게임도 다 외국으로 넘어가 버리는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정주 대표와 부인이 보유하고 있는 넥슨 지주 회사의 NXC는 도이치증권과 모건스탠리를 공동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으며 이번 달 중 예비입찰이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