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뺑반’, 아쉬운 스토리에도 배우들의 명품 연기는 건졌다
/ 부산시 부산진구 제정은
영화 <극한직업>보다 일주일 늦게 개봉한 영화 <뺑반>은 2월 10일 기준으로 관객 수 165만 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설 연휴 기간에만 525만 명을 동원해 현재 관객 1200만 명을 돌파한 <극한직업>에 비해 그 성과가 저조하다. 같은 설 연휴 기간에 상영된 두 영화가 왜 이렇게 다른길을 걷고 있는 걸까?
# 아쉽고 애매한 스토리
<뺑반>은 통제 불능인 카레이서 출신 사업자를 쫓는 뺑소니 전담반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지금까지 영화는 뺑소니 사건의 범인을 잡거나 그 사건의 피해자 이야기를 다뤘다면, <뺑반>은 뺑소니 전담반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면에서 소재는 신선했다. 그러나 중반까지 빠르게 전개되던 것과는 달리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템포가 느리게 흐르고 같은 얘기가 반복됐다. 이 점이 관객들의 집중력을 떨어뜨렸고 지루함을 주었다.
스토리상 과거 이야기를 다룰 때 감동적인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그 감정의 정도가 약했고 일상적인 소재였다.
결말 또한 시원한 ‘사이다’가 아닌 답답하고 애매한 ‘고구마’였다. 역경과 고난을 겪었던 뺑소니 전담반이 결국엔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없는 열린 결말이라 궁금증을 유발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함께 봤던 친구와 시즌2를 남겨둔 건지 뒷이야기가 덜 펼쳐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느낌은 별로 좋은 게 아니었다.
# 러닝타임이 길게 느껴지는 영화
<뺑반>은 러닝타임 133분으로 두 시간이 넘었다. 문제는 영화의 몰입도다. 몰입된 관객에게는 2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그러나 <뻉반>은 중간중간 ‘얼마나 시간이 됐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평소 운전하기를 좋아하고 차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차로 쫓고 쫓기는 장면이 대부분인 이 영화의 백미는 추격신이었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객들은 불필요하게 많이 포함된 추격신에 쉽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영화가 절정에 달했을 때도 등장하는 추격신에 스크린의 불빛에 의존해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며 끝나는 시간을 확인하기까지 했다.
# 그래도 건진 건 배우들의 일품 연기
애매한 스토리가 아쉬웠던 반면 주연 공효진, 류준열, 조정석의 연기는 각자의 캐릭터를 잘 살릴 수 있어 인상 깊었다.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득이 역으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고,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에서 셰프 역할을 맡았던 선한 인상의 조정석이 아직 나에게 익숙하다. 그러나 <뺑반>의 배우 조정석은 달랐다. 카레이서 출신의 사업자 역할을 맡은 조정석은 영화에서 동문에게 헬멧을 씌운 채 드릴로 헬멧을 뚫어버리며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을 연기했다. 머리에 드릴을 겨눈 조정석의 눈빛 연기는 선하게 생기면 악역을 맡을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착한 역할만 맡았던 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조정석은 기대 이상의 연기를 펼쳤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며칠이 지났지만, 말을 더듬고 눈을 떠는 조정석의 통제 불능 사업가 연기는 잊혀지지 않는다.
류준열과 공효진은 각각 차에 대한 뛰어난 감각으로 수사를 해나가는 순경과 엘리트 조직 내사과 소속 경위 역을 맡았다. 두 배우는 수사 중 의견이 충돌하는 모습과 열정적으로 수사를 하는 모습에서 뛰어난 조합을 보여줬다. 이미 검증된 류준열과 공효진의 연기라 믿고 볼 수 있었다. 류준열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에 연기했던 인물은 감정이 다운돼 우울한 친구였다. 그러나 그 감정이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게 연기했다”고 말했다. 왜 류준열 순경이 밝게 느껴졌지만 그 속에 있는 우울함이 드러나지 않았는지 깨달았다.
상반된 성격의 조연들도 눈에 띄었다. 바로 경찰대 동기로 각각 계장과 과장 역을 맡은 전혜진, 염정아다. 이 둘은 경찰대 동기지만, 수사 중 서로 다른 목적으로 부딪히게 된다. 유리문 하나를 가운데 두고 대치하는 장면에서 둘의 카리스마를 엿볼 수 있었다. 염정아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스카이캐슬>과는 또 다른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극한직업>의 상영관 독과점도 <뺑반>이 흥행하지 못한 결과에 한몫했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아쉬웠던 스토리 때문에 입소문을 타지 못한 것도 또 다른 흥행 실패 이유다. 영화의 진행과 결말은 아쉬웠지만,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연기력이 뛰어나, 연휴가 지났으니, 좀 성적이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