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 ‘버닝썬’, 경찰 유착에 미성년자 출입까지...여론 ‘활활’
강남서, '버닝썬 미성년자 출입사건' 증거부족으로 종결...기자에겐 '모르쇠' / 신예진 기자
마약 유통과 경찰 유착 등의 의혹으로 연일 논란의 중심에 있는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이 경찰에 뇌물을 건넨 정황이 포착됐다. 끝없이 나오는 버닝썬의 비리에 여론도 혀를 내두르고 있다.
22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과거 버닝썬의 미성년자 출입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사건과 관련해 전·현직 경찰관 등 10여 명을 조사 중이다. 이들 중 일부는 입건됐다. 수사 선상에 오른 경찰관들은 강남경찰서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은 버닝썬 ‘미성년자 출입사건’과 관련이 깊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지난 7월 7일 새벽, 버닝썬에서 VIP 미성년자 손님 A 씨가 약 2000만 원어치 술을 마시다 경찰에 적발됐다. 이는 A 씨의 엄마가 "카드를 분실했고, 거액이 빠져나갔다"는 취지로 경찰에 신고해 들통났다. 당시 역삼 지구대가 출동한 뒤 사건을 강남 경찰서로 송치했다고 한다.
버닝썬 측은 A 씨가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A 씨가 술값으로 돈을 많이 쓰자, 오히려 신분증을 검사하지 않고 클럽에 입장하도록 불법 특혜를 줬다. A 씨는 이전에도 고액을 술을 마시는 조건으로 버닝썬에 출입한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사건을 건네받은 강남경찰서가 수사를 ‘증거부족’으로 종결하고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유흥업소에 미성년자를 고용하거나 출입을 허용하면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다. 그러나 버닝썬은 미성년자 출입사건으로 아무런 타격을 받지 않았다.
따라서 현재 경찰은 버닝썬이 경찰의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뇌물을 건넸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실제로 당시 역삼지구대와 강남서는 미성년자 출입사건을 취재 중인 조선일보 기자에게 수차례 “접수된 신고가 전혀 없다”, “금시초문이다” 등으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경찰관의 일탈이 아닌 ‘조직적 은폐’까지 의심되는 이유다.
현재 경찰은 버닝썬과 경찰의 연결고리로 전직 경찰관인 강모 씨를 의심하고 있다. 강 씨는 이와 관련해 지난 21일 경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강 씨는 버닝썬 이모 대표로부터 2000만 원을 받아 수사관들에게 일부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과거 강남경찰서에서 근무했고, 현재 한 화장품 회사 임원을 맡고 있다.
경찰은 아울러 미성년자 출입사건에 관여했던 담당 수사관들도 소환했다. 사건 처리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하고 있다. 강 씨에게 돈을 건넨 이 대표는 22일 오전 경찰 출석 예정이었지만 “어머니가 쓰러졌다”며 경찰에 출석 불가를 통지했다고 한다.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 관계 정황이 드러나자, 여론은 분개했다. 여론은 한 목소리로 “경찰 수사권 독립 반대”를 외쳤다. 이번 사건으로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하는 모양새다.
한 네티즌은 “경찰 수사권이 독립되면 얼마나 억울한 일이 많이 생기고 덮일지 뻔하다. 차라리 검찰의 과도한 권한을 공수처 같은 조직으로 나누는 게 낫겠다. 경찰 권한은 지금도 너무 커서 제어가 안 되는데, 무슨 수사 독립에 수사 종결권까지 줍니까”라고 혀를 찼다.
또 다른 네티즌은 ‘수사권 이전’을 촉구했다. 그는 “같은 직계 경찰들이 가족이 뇌물 먹었다고 제대로 수사를 하겠나. 사건이 심각하니 오히려 경찰 눈치 볼 것 없는 검찰이든 특검이든 세워라. 지금 때가 어느 땐데 아직도 80년대 마인드로 경찰근무를 하나”고 했다.
일각에서는 ‘꼬리자르기’를 우려했다. 현재 수사를 맡은 광수대가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 의혹과 관련해 ‘미성년자 출입사건 무마’만 문제를 삼는다는 것이다. 현재 버닝썬은 마약 및 성폭행 등 다양한 의혹의 정점에 있다. 이같은 의심 역시 국민들이 현재 경찰을 믿지 못한다는 증거다.
한 네티즌은 “버닝썬에서 남자들이 여성 손님 물뽕 먹이고 성폭행하는 동영상까지 공개됐다. 버닝썬도 이걸 알면서도 눈감아줬고. 미성년자 출입사건 무마해준 게 경찰 유착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 없겠지?”라고 반문했다.
이 외에도 “과연 경찰 유착이 미성년자 출입 한 건일까?”, “꼬리 자르지 말고 더 큰 사건이 있을 듯하니 철저히 조사해라”, “광수대 선에서 털 수 있는 만큼 최대한 털어버리길”, “미성년자 말고도 더한 게 많지 않나요?”, “눈 가리고 쑈 하는 거 하루 이틀이냐” 등 네티즌들의 회의적인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