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남의 생각이 멈추는 곳] BMW, 벤츠...외제차가 너무 많다

/ 김민남

2019-03-02     김민남

오늘 아침 해운대 동백섬 공원 주차장에서 입구를 빠져 나오는데, 내 앞으로 차 한 대가 쏜살같이 획 지나간다. BMW 마크가 달린 외제차(外製車)다. 0.1초 사이로 큰 화(禍)는 면했다. 외제차가 너무 많아진 데다 그 운전자의 버릇까지 고약하니 화가 좀 났다.

최근 한국의 외국차 판매비중은 16.9%로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높다. 한국차의 판매비중 감소와 함께 수출도 급격히 줄고 있다. 외제차가 많다는 것은 힘들게 벌어들인 외화의 소비성 지출을 늘리고 국내 양질의 일자리까지 줄어들게 한다. 자동차 관련 기업들이 비용이 낮은 나라로 이전하게 되고, 끝내는 한국판 '러스크벨트'가 생길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도 청년들에게 일자리 희망을 잃게 해서는 안된다. 그들은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요즘 거리에 왜 이렇게 외제차가 많아진 걸까. 특히 BMW나 벤츠 등 독일차들이 주를 이룬다. 갑자기 부자 나라가 된 것도 아니고 소득이 높아진 것도 아니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 이후 상위 20% 쪽으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통계가 나오긴 했다. 그렇다고 외제차가 거리에 넘치도록 부자로 만들어 준 건 아니다.

2000년 전후로 나는 일본을 몇 번 갔다 온 적이 있다. 갈 때마다 놀라운 건 길거리 그 많은 자동차들 중에 다른 나라 차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좋게 보면 근검절약(勤儉節約)이고 나쁘게 보면 폐쇄성이다. 어쨌든 일본은 미국, 중국과 함께 세계 3대 강국으로 손꼽힌다. 인구나 국토 면적과 1876년 뒤늦게 시작한 근대화 과정 등으로 보면 다소 놀라운 일이다.

우리나라 차는 지난 날과는 전혀 다르다. 세계 5대 자동차 강국이다. 재작년 자동차 나라 미국의 자동차 성능검사에서 우리나라 3개 차종이 최상위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안전성, 연비, 견고함, 가격 등이 믿고 탈만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내 외국차 비중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건 합리적으로 설명이 어렵다. 또 일부 외제차 운전자는 때로 끼어들기, 앞지르기에다 경적을 자주 울리는 좋지않는 버릇도 보여준다. 요즘 도로나 아파트에서 경적을 내는 차는 영업차 외에는 거의 없다. '내 차는 비싸니 근처에 오지 말라'는 경고음으로 들린다. 나는 오늘도 해운대대로에서 유턴하는 중에 옆에 BMW 한 대가 심한 경적을 울리며 같이 유턴했다. 깜짝 놀라 핸들을 놓칠 뻔했다. 유턴이니 당연히 내 차 뒤로 돌아야 하는데 거기서도 앞지르기를 하려고 하니 얼마나 성질이 급한가. 우리 아파트 지하주차장 통로에는 벤즈 한 대가 늘 주차해 있다. 사람과 차의 통행이나 후진 때 불편과 충돌 위험을 주고 있어 관리실에서 통로주차 금지 팻말과 주차위반 및 과태료 부과 위험성 딱지를 수없이 붙여놓아도 막무가내다.

우리가 자기 잣대로 이걸 나쁘다 좋다 하고 섯불리 평가하는 건 삼가야 한다. 다만 한 국가나 사회공동체의 성원(成員)으로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판단할 수 있다. 깊은 물은 소리가 없고, 강한 갈대는 바람에 흔들리기는 해도 꺾이지 않는다. 속담에도 자기를 경계하는 좋은 비유가 있다. 두루미가 멀리 날아갈 때 철없는 두루미는 꺅꺅 노래하며 가다가 독수리의 먹이 신호가 되지만, 노련한 두루미는 입에 돌을 물고 가기 때문에 죽음을 피해 멀리 간다.

추사(秋史) 김정희 선생의 <세한도'(歲寒圖)>에는 이런 글이 있다. "歲寒然後知松栢之後彫也(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야), 날씨가 추워진 후에야 소나무의 푸르름, 즉 그 절개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권력이나 부(富)는 높을수록 더욱 허리와 고개를 낮춰야 힌다. 잘못하면 꺾이거나 넘어질 수도 있다. 역사에서 우리가 자주 보는 일이다

2019년 3월 2일, 묵혜(默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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