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학대로 무너진 가족 관계 살리기 캠프 개최
가해자 아들, 피해자 아버지의 눈물의 화해, 희망의 웃음 되찾아
2015-09-02 취재기자 최위지
가정 내에서 어머니일 수도 있고 아버지일수도 있는 무기력한 집안 어른을 아들일 수도 있고 딸일 수도 있는 자식이 폭력을 행사하는 등 학대하는 일들이 한국 사회에서 간간히 벌어지고 있다. 이렇게 노인학대 문제를 겪게 되면, 그 가정의 부자관계, 혹은 모녀 관계는 어찌될까? 노인학대 문제를 겪은 가족의 가족관계를 풀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프로그램은 ‘기쁘지 않을 수 없老, 이게 행복인거제!’라는 제목으로 실행됐다.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에 따라 노인학대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 노인보호 전문기관이 집계한 연도별 노인 학대 전체 신고접수 건수를 살펴보면, 2005년 3,549건에서 2013년에는 1만 162건으로 193.8%의 높은 증가폭을 보였다. 게다가, 노인 학대 행위자는 대부분 자녀 또는 친족으로, 전체 학대행위자 4,013명 중 50% 이상이 아들 또는 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학대 가운데에서도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학대는 스스로 신고하는 경우가 드물어 조기 발견과 대처가 어렵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발생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급증하고 있는 가정 내 노인학대 문제에 대해, 부산시 서부 노인보호 전문기관은 사법적 절차를 통해 처벌을 하기보다 가족관계 회복을 돕는 상담과 프로그램을 통해 가족애를 회복시킬 수 있도록 쓰고 있다. 이 기관에 근무 중인 사회복지사 김동영 씨는 “상담하면서 좋은 케이스라고 생각되는 가족을 골라 캠프 참가를 권유했더니 대부분이 흔쾌히 참가의사를 밝혀왔다”며 “노인학대는 재발 가능성이 높아 사후관리가 중요한데, 정기적으로 피해가족과 상담을 나누던 중 이번 캠프 프로그램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서부 노인보호 전문기관과 부산시 학대피해 노인쉼터 주최로 지난 8월 26일부터 1박 2일 간 경남 거제 일대에서 진행됐다. 세부 프로그램으로는 학대와 소외로 인해 가족응집력이 낮은 피해노인들의 특성을 고려하여 가족 집단 레크리에이션(산림욕, 건강체조, 보물찾기), 가족 집단 현장체험(알로에 화분심기, 알로에 족욕), 가족 집단 미술심리치료(가족나무 만들기), 리마인드 가족 야외 사진촬영 등으로 이루어졌다. 사회복지사 김 씨는 “많은 참여가족들이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족애를 쌓았다”고 전했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박모 어르신은 “딸아이와 이렇게 여행을 온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날만큼 까마득하다. 관광 코스도 좋았고 숙소도 가족끼리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해줘서 모처럼만에 느긋한 시간을 가졌다.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주어지면 또 불러 달라”며 프로그램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더 많은 피해 가족들과 함께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는 프로그램 진행 관계자는 “참가자들의 웃음을 보며 우리의 노력으로 어려움을 겪던 가족이 다시 참다운 가족으로 제 기능을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