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위험의 외주화’

[독자투고/시민발언대] 충남 천안시 이예진

2020-03-18     충남 천안시 이예진
작년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근로자 김용균 씨가 컨베이어 벨트 사고로 숨졌다. 그리고 최근에 같은 곳에서 또 한 명의 협력업체 직원이 현장 점검을 하다 다치고 말았다. 이를 통해 우리는 또다시 비정규직 근로자의 근무환경이 얼마나 심각한지 깨닫게 됐다. 이런 사고는 대부분 힘없는 하청업체 직원들이나, 비정규직 노동자가 대상이 된다. 컨베이어에 끼여 사망한 김용균 씨도 갓 입사한 하청업체 계약직 직원이었다는 사실이 이 의견을 뒷받침해준다.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전 2016년에 발생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는 혼자 수리를 하던 외주업체 직원이 출발하던 열차에 치여 사망한 사건이다. 우리는 여기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두 사고 모두 외주업체 직원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힘 있는 대기업이나 본사의 직원들은 힘들고 위험한 일은 하지 않는다. 이런 현장 업무는 모두 하청업체 직원이 맡고, 그 직원들은 이에 불만이 있어도 건의하지 못한다. 그리고 어쩌다 문제점을 건의한 사람들은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  한국 사회에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모두 문제를 조금씩 인식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모른 척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계속해서 그런 일을 반복하면 어느 순간 사건이 터지고 말 것이다. 고인 물이 놔두면 썩듯이 사회의 불합리성을 모른척하다 보면 언젠가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확신은 할 수 없다.
요즘에는 이런 상황을 두고 ‘위험의 외주화’라고 한다. 어떤 이들은 이런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뉴스1의 기사에서는 민주노총 노동조합이 사고노동자를 응급구조차가 아닌 자가용 승용차를 이용해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주장한 글이 있었다. 또 노조는 이것을 하청업체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를 감추기에만 급급한 원청과 하청 간의 지배 구조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나도 이 주장에 어느 정도 동의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 상황을 바꾸어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본사의 직원이 사고를 당했다면 하청업체도 이를 덮으려고만 했을 것인지, 다친 사람을 응급구조차가 아닌 일반 승용차로 옮겼을 것인지 말이다. 물론 직원들의 안전교육 미흡도 위험의 외주화의 가장 기본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안전교육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인 지배 관계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 나는 ‘위험의 외주화’가 최선의 해결방안을 통해 하루빨리 개선됐으면 한다. 그 이유에는 사회가 좀 더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과 산재 피해자들 주변인의 상처 때문이다. 남아있는 사람들의 아픔과 고통이 더는 반복되지 않도록 사람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해결 방안 제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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