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가수 '로꼬', 새 앨범 통해 음원 사재기 폭로
타이틀 곡 가사에 "우디서 날로 먹으려고?" "돈으로 뭐든 사재기 가능해" / 최호중 기자
2019-03-27 취재기자 최호중
대중음악 생태계를 교란하는 음원 사재기를 인기 힙합가수 로꼬가 저격하며 또 한 번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월 7일 가수 로꼬는 입대와 동시에 새 앨범 ‘헬로’를 대중들에게 공개했다. 새 앨범 ‘헬로’의 수록곡이자 타이틀곡인 <오랜만이야> 중 “돈으론 뭐든 사재끼지, 조작이 가능해 내 친구도 제안받은 적 있고 그걸 작업이라 부른데”라는 가사로 음원 사재기에 대해 지적했다. 가사를 통해 음원 사재기가 실제로 이뤄지고 있음을 주장하며 대중들의 관심을 모았다.
로꼬가 자신의 노래 가사를 통해 지적한 음원 사재기란 브로커에게 일정 금액의 돈을 지불한 뒤, 특정 가수의 특정 음원을 돌려서 음악 순위 목록 및 실시간 스트리밍 순위 등을 조작하는 행위를 뜻한다. 대중들이 직접 음악을 들어서 순위가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조작해서 차트 위로 올리는 것이다. 미래의 뮤지션을 꿈꾸는 대학생 이모(21,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작년부터 처음 들어보는 가수가 차트 1위를 하고 있어 의심스러웠다. 무언가 비리가 숨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가수 우디의 <이 노래가 클럽에서 나온다면>이 지난 1월 23일 발매 후 음원사이트에서 5일 만에 1위를 하며 음원 사재기 논란이 빚어졌다. 인기 아이돌이나 ‘믿고 듣는’ 음원 강자가 아닌 무명가수가 1위를 차지함에 따라 대중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우디는 이러한 논란에 “차트 1위를 한 날 통장에 잔고가 6500원이었다. 사재기를 할 형편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음원 사재기를 전면 부인했다.
음원 사재기가 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작년 가수 장덕철의 <그날처럼>이라는 노래가 발매된 지 수개월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차트 1위를 하면서 부터다. 이후 닐로, 숀, 오반 등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가수들이 차트 상위권을 차지할 때마다 대중들의 의심을 샀다. 평소 음원차트에 있는 노래들을 많이 듣는 대학생 이수현(23, 부산시 남구) 씨는 “작년부터 차트상위권에 있는 노래 중 몇몇 곡들은 처음 들어보는 가수들의 노래가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음원 사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장덕철, 닐로의 소속사 리메즈 엔터테인먼트는 “당사는 SNS 마케팅과 바이럴 마케팅을 하는 회사로 자신들만의 공략법이 있는 곳이다. 이를 통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라며 사재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들이 이용한다는 ‘바이럴 마케팅’이란 음반을 대량으로 사들이거나, 특정 음원 사이트 아이디를 사용해 음원을 돌리는 일명 ‘사재기’와는 다르다. 이는 전파가 빠른 매체를 통해 음원, 혹은 광고를 홍보하는 것으로 정보 수용자를 중심으로 퍼지는 방식이다. 경성대학교 광고홍보학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 최우혁(24, 부산시 동래구) 씨는 “아무리 바이럴 마케팅을 이용했다 하더라도 그렇게 오랫동안 차트 상위권에 머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명쾌하게 사실이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중음악 생태계를 교란하는 음원사재기를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2016년 3월 개정된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34조에 따르면, 음반이나 음악 영상물 관련 업자들이 판매량을 올릴 목적으로 음반 등을 부당하게 사들이는 '음원 사재기'로 적발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처벌이나 제재는 미미하다. 법학과를 졸업한 김수현(27, 부산시 진구) 씨는 “아무리 법으로 규정돼 있다고 하더라도 처벌이 약하면 이런 일은 계속 일어날 것이다. 이러한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