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인더트랩'이 사랑받는 이유

[독자투고/문화올레길] 부산시 기장군 이장은

2019-03-28     부산시 기장군 이장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의 <꽃>이라는 유명한 시의 한 구절이다. 이 구절은 누군가가 이름을 부름으로써 그것의 의미가 생긴다는 뜻을 담고 있다. 무수히 많은 작품 또한 의미를 갖기 위해, 즉 독자로부터 이름을 불리기 위해 저마다 몸짓을 한다. 나는 웹툰으로 시작해 드라마, 영화까지 제작될 정도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 <치즈인더트랩>이 펼친 몸짓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치즈인더트랩>은 ‘순끼’ 작가가 그린 웹툰으로 공부 잘하고 눈치 빠른 여자 주인공 ‘홍설’이 돈 많고 성격 좋은 남자 주인공 ‘유정’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대학 생활을 담은 작품이다. 내가 이 작품을 접했을 때는 2015년 고등학교 1학년으로 한참 대학입시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을 때였다. 그런 나에게 <치즈인더트랩>은 대학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줌과 동시에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대학 로맨스를 실현해 주는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나는 이미 연재되어있는 분량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지난 것을 읽고 완결까지 함께할 정도로 열렬한 팬이 됐다. 좋아했던 웹툰이 드라마로 나온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하루하루를 설레는 마음으로 살았다. 하지만 <치즈인더트랩>은 초반부터 캐스팅 문제로 삐걱거렸다. 그림의 홍설은 눈꼬리가 올라간 고양이 상이지만, 홍설 역을 맡은 배우 ‘김고은’은 무쌍의 순한 인상으로 그림과 배우의 이미지가 맞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미지가 맞지 않는다는 불만은 회차가 거듭될수록 배우들의 높은 싱크로율에 대한 찬사로 바뀌어 갔다. 작가와 감독, 배우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드라마로 성공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다. <치즈인더트랩>은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무려 7년 동안 연재했던 웹툰인데, 2019년인 지금 재연재를 하고 있다. 이는 연재 당시 어렸던 독자들이 이제는 어른이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 또한 대학생이 된 지금 웹툰을 다시 보고 있다. 확실히 생각이 다 자란 지금과 어렸을 때와는 공감할 수 있는 폭이 달랐다. 거기에 순끼 작가는 매화마다 글자 폰트를 키우고, 등장인물의 그림체를 손보는 등의 정성을 기울여 보는 이를 즐겁게 했다. 나는 작품 속 어떤 요소가 나를 포함한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건지 작품을 접했던 그 날부터 줄곧 생각해 왔다.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면서도 판타지 요소를 섞어 독자들의 바람을 충족시켜 주는 스토리. 배우를 포함한 많은 이들의 노력, 마지막으로 재연재의 적절한 시기와 작가의 정성. 이 모든 것이 하나의 몸짓이었고, 이 몸짓이 독자들로 하여금 이름을 부를 수밖에 없게 만든 것이 아닐까?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