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 받을게요"... '명절 선물 안주고 안받기' 시동

교육청, 관공서, 기업 등 중심 켐페인...이번 추석 백화점 매출 10% 줄어

2015-09-24     취재기자 이하림

부정청탁 금지에 관한 법률인 김영란법이 내년 9월 전면 시행을 앞둔 가운데, 최근 일부 교육청, 관공서, 기업 등에서 ‘명절선물 안주고 안받기’ 열풍이 불고 있다. 관행적으로 용인되는 작은 선물도 부정부패의 근원이 될 수 있고 선물을 받으면 이권개입이나 특혜 가능성을 증대시켜 공정한 직무수행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논란의 싹을 자르기 위해서다.

이 같은 열풍에 앞장서고 있는 곳은 바로 교육기관이다. 대전시교육청은 추석 명절 기간 동안인 이달 14일부터 30일까지 추석선물 안주고 안받기 운동을 실시하고 있다. 충남의 공주교육청은 지난 14일 전 직원이 교직원, 학부모, 업체관계자, 민원인 등을 대상으로 액수를 불문하고 직무와 관련 있는 사람으로부터 모든 선물을 받지도 주지도 않겠다는 다짐문을 회람하고 서명했다. 같은 충남의 금산교육청 또한 지난 12일 학부모 청렴지킴이, 청렴동아리, 청정학교 서포터즈 회원 및 교육지원청 직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석선물 안주고 안받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대전서부 교육지원청 김진용 교육장은 “추석 선물 안주고 안받기 운동 추진으로 열심히 일하는 선의의 공직자를 보호하고, 더욱 청렴한 지역교육청이 될 수 있도록 공직자뿐 아니라 학부모와 민원인분들도 동참해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일부 기업에서는 이번 추석 기간에 받은 선물을 되돌려 보낼 수 있는 반송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기도 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이달 14일부터 29일까지 광양제철소 안에 ‘선물반송센터’를 설치했다. 직원들이 불가피하게 받게 된 선물을 접수 받아 반송이 가능한 것은 "마음만 받고 선물은 되돌려드립니다"라는 양해 스티커를 붙여 돌려보내고 있다. 상하기 쉬운 농수산물이나 반송이 곤란한 물품은 사외로 기증하거나 사내경매를 통해 처리한다. 사내경매 등을 통해 얻은 수익금을 모두 ‘포스코1%’에 기탁해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전달할 방침이다. 또한 반송 및 처리에 소요되는 비용은 모두 회사에서 부담하고, 선물이 온 직원 자택으로 센터 직원이 직접 방문해 선물을 접수하여 반송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도 전 임직원들에게 선물, 현금, 상품권 등 금품 수수관행을 근절토록 하기 위해 추석 연휴기간 동안 받은 모든 금품을 신고토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승훈 가스공사 사장 등 경영진이 솔선수범해 배송된 모든 금품을 신고하기로 했다. 이밖에 충남도교육청과 NH투자증권 등도 명절 기간에 선물반송센터를 운영한다.

대외적으로 캠페인을 벌이거나 반송센터를 만들지는 않지만 자체적으로 안주고 안받기를 실천하는 곳도 많다. 경북 구미에 위치한 금형 제작업체 ‘장원테크’는 직원들에게 추석선물 안주고 안받기를 권장하고 있다. 이 히사 직원들은 명절선물을 안 보내는 대신 휴대폰 문자나 편지 등을 전한다는 것이다.이 회사에 다니는 손다희(26) 씨는 “사장님께서 받지도 말고 주지도 말라고 한다. 직원들은 대부분 잘 따르는 편이다. 명절 선물에 대한 부담이 많이 줄어들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초∙중∙고등학교 내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부산 컴퓨터과학 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교사들은 명절에 일부 학부모들로부터 선물이 들어오지만 돌려보낸다. 이 학교 수학 담당 김모(40) 씨는 “교육청에서도 권고하는 사항이고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다들 안받는 분위기”라며 “작은 선물도 안받으니 서로 신경 쓸 일이 없어서 편하다”라고 전했다.

단발적인 행사로 그치지 않고 꾸준한 노력으로 인해 명절선물 안주고 안받는 분위기가 정착한 곳도 있다. 한국도로공사 88고속도로 고서방향으로 진입하는 거창휴게소는 투명한 거래문화를 위해 명절선물 안주고 안받기 캠페인을 4년동안 벌이고 있다. 올해도 현수막을 휴게소 곳곳에 내거는 한편, 각 거래처와 협력업체들에게 캠페인과 관련된 편지를 발송해 이에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거창휴게소 이종화(42) 소장은 “납품업체들의 경쟁으로 인해 명절이 되면 선물과 향흥 제공이 많아져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해 실시하게 됐다”며 “처음에는 업체들이 ‘물건에 불만이 있는 것 아닌가’ 오해를 하기도 했지만, 매년 실시하다보니 선물 주고받는 문화가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같은 풍조 때문인지, 부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추석을 앞두고 부산지역 유통업게에서 10만원 이상 고가 선물세트 판매가 큰 폭으로 줄어 들었다. 백화점의 경우, 10만원 이상 선물세트 비중이 지난해 54.1%에서 올해 43.9%로 10.2%p 감소했다. 대형마트는 지난해 23.2%에서 올해 8.5%로, 슈퍼마켓도 지난해 13.4%에서 올해 4.5%로 고가 선물세트 비중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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