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법 후유증...번화가 업소 거리는 담배꽁초로 '몸살'
업소 안 전자담배, 화장실 흡연 놓고 업주와 손님 실강이...걸리면 업주도 과태료
부산의 한 요리주점 아르바이트생 이모(24, 부산시 부산진구 양정동) 씨는 영업마감 후 가게 앞 길바닥에 흩어진 담배꽁초들을 치우느라 분주하다. 올해 시행된 금연법으로 인해 가게 안에서 흡연이 전면 금지되자, 손님들이 가게 밖 길거리에서 흡연 후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리고 가기 때문이다. 그는 “흡연하러 나가는 손님들이 맞은편 가게 앞까지 가서 흡연하는 경우도 있다”며 “우리 가게의 흡연자 손님들로 인해 다른 가게에 피해를 줄 수 있어 수시로 바깥 청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부산 동래역 앞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공성배(21, 부산시 남구 대연동) 씨 또한 금연법이 시행된 후 길거리 흡연자 손님들의 담배꽁초를 수시로 청소하는 임무가 추가로 생겼다. 방문객이 많은 동래상권인 만큼 길거리 흡연자 손님 수도 부쩍 늘었다. 그는 “담배꽁초 쓰레기가 우리 가게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동래 자체가 손님이 많은 곳이다 보니 다른 가게앞도 담배꽁초 투성"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건강증진법, 이른바 금연법은 작년에는 규모가 100㎡ 이상인 영업소에만 적용됐지만, 올해부터는 모든 음식점과 카페, 주점으로까지 금연법이 확대 적용되면서, 길거리로 흡연하러 나오는 사람이 늘었다. 거리의 흡연자 손님들로 인해 음식점 밀집 지역의 길바닥은 담배꽁초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금연법이 강화된 후 마치 금연법 후유증처럼 나타나는 문제는 가게 안에서도 마찬가지로 드러났다. 부산 연제구 연산동의 한 주점 사장 김경문(38) 씨는 손님들을 접대하는 와중에도 흡연행위를 단속하러 수시로 화장실을 오가느라 바쁘다. 그는“화장실도 가게 내부시설이라 금연구역에 포함되는데도, 손님들이 화장실에서 흡연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며 "담배꽁초들로 화장실 바닥이 더러워지기 때문에 신경 써야 할 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 4항에 따르면, 음식점영업소 소유자·점유자 또는 관리자는 해당 시설의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 가게 내부 모든 곳이 금연구역임에도 불구하고, 화장실에서 몰래 흡연하는 손님들의 잇따른 위법 행위 때문에 김 씨는 항상 노심초사다. 그는“가게 안에서 손님이 흡연한 사실이 적발되면 해당 손님은 과태료 10만 원만 내면 되지만, 업주는 170만 원씩이나 내야 해서 항상 업소 안 화장실 흡연단속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덧붙혔다.
한편, 전자담배 흡연자 손님이 가게 안에서 전자담배를 대놓고 피우다가 제재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전자담배 흡연자가 전자담배는 장소와 상관없이 피워도 된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지훈(24) 씨는 “테이블에서 전자담배를 대놓고 피는 손님에게 제재를 가하면, 대부분 전자담배 흡연은 괜찮은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담배사업법 제2조에 따르면, “담배는 연초(煙草)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여 피우거나, 빨거나, 증기로 흡입하거나, 씹거나, 맡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으로 정의된다. 법이 개정되면서 ‘증기로 흡입하거나’ 라는 문구가 삽입돼 전자담배도 담배로 포함됐다. 따라서 금연구역에서 전자담배를 피울 경우 일반 담배와 마찬가지로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경성대 창의인재대학 정경화 교수는 금연법 후유증 해결에 대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정 교수는 “특히 고층 건물에 영업소가 밀집된 경우, 건물의 모든 흡연자가 한 곳에 모이도록 흡연 구역을 마련해야 한다” 며 “일반 영업소의 경우, 흡연 부스를 업주의 부담으로 설치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