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공존하는 좀비 영화 ‘기묘한 가족’의 감동 이야기
[독자투고/문화올레길] 부산시 연제구 이승주
요즘 ‘좀비’를 주제로 한 영화들이 즐비하다. 그 치열한 좀비물의 세계 속에 <기묘한 가족>이라는 영화가 대중들의 기대감을 등에 얹고 스크린에 등장했다. 하지만 네이버 관람객 평점 7.46, 평론가 평점 5.71이라는 냉혹한 평가를 받았다. 이 영화는 2019년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극한직업>에 밀려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하기도 했지만 이외에도 아쉬운 요소들이 있다.
먼저, <기묘한 가족>은 휴먼 바이오 실험에서 실패한 한 좀비의 등장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한 마을의 할아버지는 좀비에게 물리게 되는데 똑같이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몸이 젊어지게 되는 증상을 겪게 된다. 할아버지의 가족은 좀비를 상품화시켜 마을 노인들을 회춘하게 해주면서 돈을 번다. 좀비 비즈니스를 하면서 겪게 되는 사건과 그로부터 깨닫게 된 가족애를 그려낸 작품이다.
색다른 좀비물이라는 시도는 좋았지만 결말이 정말 황당하고 기묘했다. 영화 엔딩에서 앞의 내용을 수습하지 못하고 갑작스러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지어 납득하기 어려웠다. 또 좀비가 존재한다는 전제하에 이루어진 에피소드라고 해도 임산부가 지붕을 넘어 다니고 좀비들의 몰아치는 공격 속 작은 차에서 아무 도움 없이 홀로 애를 낳는 모습은 과한 설정인 듯했다.
좀비물로써 큰 성공을 거둔 <부산행>과 비교해보자면 <부산행>은 좀비들이 잔인하게 살육하는 장면과 극한 상황에서 사람들의 생존본능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반면 <기묘한 가족>은 상상 밖 좀비의 모습들을 그려냈다. 사람을 공격하지 않고 사람과 공존하며 채식하는 모습을 담았다. 또 영화의 분위기 표현에서 <부산행>은 폐쇄적인 기차 안에서 긴장감 넘치는 순간을 창밖에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으로 나타냈다. <기묘한 가족>에서는 진지한 장면에서도 BGM으로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고 분위기가 변할 때마다 빠르게 사운드를 바꿨다. 하지만 가끔 뜬금없는 BGM의 등장이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기도 했다.
내가 처음 영화 속에서 봤던 좀비는 사람을 해치게 해서 늘 공포감을 주는 존재로 다가왔다. 내가 좀 더 어릴 때 이 영화를 접했다면 좀비에 대해 전혀 다른 정서를 갖고 새로운 시각으로 볼 만큼 임팩트가 있는 작품이다. <기묘한 가족>은 기존 좀비물의 살벌함과는 달리 좀비의 장점을 부각해 상품화한다는 것이 참신하고 기발하다. 이는 이미 존재하는 장르와의 차이를 두는 다양성 확장이라고 볼 수 있다. 영화가 B급 코미디 정서이기는 했지만 따뜻한 감동과 끈끈한 가족애를 그리고 있어 가족과 보기 더욱더 좋은 영화다. 지금도 훌륭하지만 이러한 좀비물의 부족함을 보완해 영화계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더 좋은 작품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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