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사로잡혀 새로운 사랑이 두려울 땐, 인디밴드 잔나비의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를 들어보세요
[독자투고/문화올레길] 부산시 사상구 강여진
2020-04-05 부산시 사상구 강여진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자신이 느끼고 있는 순간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은 꽤 힘든 일이다. 특히 그 감정이 본인이 느끼기에 슬프고 힘든 감정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자신의 뜻대로 되는 일이 없을 때,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할 때 우리는 마음의 고통을 느낀다.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지만 선뜻 말 꺼내기가 쉽지 않을 때도 분명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럴 때 주로 노래를 듣는다. 노래를 들으면 나 혼자만의 세상에서 따스하게 위로받는 것 같다.
주로 선율이 잔잔하고 가사가 마음에 와닿는 노래를 들을 때 위로가 된다. 나의 힘든 마음을 가사로써 대변해주는 느낌이 들어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최근에 나에게 위로가 된 음악은 ‘잔나비’의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라는 노래다. 잔나비는 2014년 데뷔한 5인조 남성 밴드다. 각자 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의 역할을 맡고 있는 인디 가수다. 잔나비란 순우리말로 원숭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밴드의 이름이 잔나비인 이유는 바로 5명 전부가 92년생 동갑, 원숭이띠이기 때문이다.
인디 가수들은 보통 대중들에게 잘 알려있지 않으며, 공중파 방송보다는 개인 공연을 주로 하는 음악가다. 그래서 ‘나만 아는 가수’라는 특별한 느낌을 준다. 이것이 인디 가수의 매력이다. 내가 인디 음악을 선호하는 이유는 개성 있는 선율과 깊이 있는 가사 때문이다. 그중 오늘 소개하는 잔나비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정말 놀라웠다. 내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는 느낌이 들었다. 들추지 않으려 꾹 눌러뒀던 힘든 마음들이 위로받는 것 같았다. 잔나비는 특유의 따뜻함을 기반으로 발랄한 음악, 잔잔한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낸다.
잔나비의 이번 신곡 타이틀 음악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는 전체적으로 잔잔한 선율로 이뤄지며 진한 레트로 감성이 섞여 있어 아련한 옛날을 떠올리게 한다. 이 곡은 과거의 사랑에 아파해서 다음 사랑을 주저하고 있는 연인들에 대한 노래다. 나는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과거의 아련한 사랑이 떠올랐다. 그 사람과 행복했던 과거가 생각나 웃음이 나기도 하고 서로에게 이별을 고했던 아픔에 마음이 아리기도 했다.
“그러다 밤이 찾아오면 우리 둘만의 비밀을 새겨요. 추억할 그 밤 위에 갈피를 꽂고 선 남몰래 펼쳐보아요.” 이 곡의 후렴이다. 머릿속에 책갈피를 꽂은 듯 밤마다 똑같은 순간이 생각날 때가 있다. 그 순간에 대한 그리움과 후회로 마음이 복잡해질 때도 많다. 떠난 사람에 대한 미련은 나에게 힘듦으로만 다가왔고 자꾸만 똑같은 과거를 떠올리는 내가 바보 같았다. 하지만 이 노래의 후렴에선 옛 연인과의 추억을 “우리 둘만의 비밀”이라고 표현했다. 이 부분을 듣고 언제든 남몰래 혼자 열어볼 수 있는 비밀 상자가 생긴 것 같았다. 이런 예쁜 마음이 들도록 하는 노래다. 저마다의 마음 깊은 곳에 남은 사랑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싶을 때, 과거에 사로 잡혀 새로운 사랑이 두려울 때, 잔나비의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를 추천한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