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은막의 스타들은 밤하늘 별들 만큼 빛났다. 제20회 부산 국제영화제에 참석한 국내외 스타들은 오픈토크, 핸드 프린팅 등 각종 행사에 참석해 재기발랄한 재담과 다양한 제스처, 심지어 몸 개그까지 펼쳐 팬들을 즐겁게 했다. 때로는 자신의 인생역정과 스타로서의 삶을 진솔하게 드러내 감동을 안겨주기도 했다.
영화제가 중반을 넘어선 6일 시빅뉴스는 이들 스타들 중 몇몇의 발언록과 팬들과의 오픈토크 기록을 모아봤다.
"나이 들어서도 멜로 찍고 싶어요"
◇전도연=탁월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영화 '접속' 밀양' '하녀'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내 국민 여배우란 평을 듣고 있는 전도연은 지난 4일 해운대 비프빌리지에서 열린 ‘오픈 토크’ 행사에 모습을 나타냈다. 팬들의 열띤 환호를 받으며 등장한 전도연은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으며 무대 위에 올라섰다. 그녀는 작품에서부터 일상 이야기까지 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날 전도연은 오랜만에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소감으로 “심신이 많이 지쳐있는데, 힘을 얻고 간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해외에 나갈 때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데, 우리나라에 국제적인 영화제가 있다는 것이 영화인으로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고 소감을 밝혔다.
세계적 영화제인 칸 영화제에서 여우 주연상을 수상, ‘칸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전도연은 "실은 이 별명이 적지않게 부담스러웠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굳이 벗어나려 하거나 피하려고 하지 않고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옛날 나의 타이틀이었던 ’영화나라 흥행공주‘로 다시 불리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전도연은 인생에서 가장 잘 선택한 일로 ‘배우라는 직업’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연기 말고는 특별히 관심분야는 없다. 지금은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연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영화 <무뢰한>에서 ‘사랑 때문에 바닥까지 추락한 여자 혜경 역’을 맡은 소감을 전하면서, ‘사랑’이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끊임없이 쫓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저는 사랑이란 게 너무 좋다. 과거에도 좋았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멜로를 찍을 수 있는 여배우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한편, 전도연은 한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도 전해 눈길을 끌었다. 그녀는 힘들 때 가장 힘이 되어주는 사람으로 ‘딸’을 꼽으며 딸에 대한 사랑을 드러냈다. 또, “평소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은데, 딸은 항상 우리 엄마가 착한 엄마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고 말해 관객의 웃음을 자아냈다. 딸이 배우가 되는 것에 대해서는 “칸의 여왕을 뛰어넘어 서겠다는 자신감을 보이면 허락하고 싶다"고 말해 또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끝으로 전도연은 "먼 훗날 관객에게 그냥 좋은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면서 청중들에게 에게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여 마지막 순간까지 팬 서비스를 아끼지 않았다.
"가장 바로스런 질문은 묻지 않는 것" 이라며 팬들 질문 유도
◇하비 케이틀=지난 3일 오후 비프빌리지 야외무대에 얼굴은 많이 익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이름은 다소 낯선 헐리우드 배우가 나타났다. 하비 케이틀. 하지만 웬만한 영화팬들은 그를 잘 안다. 70년대 로버트 드니로, 조디 포스터 주연의 세계적인 히트작 <택시 드라이버>에서 조연으로 출연, 중후한 연기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인물이다. 이날 오픈토크 행사는 하비케이틀에게 자유롭게 질문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비케이틀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2일 첫 상영한 이탈리아영화 ‘유스(Youth)’에서 노년의 영화감독 역할으로 연기했다.
하비케이틀은 핸드프린팅을 하는 동안 손을 망치질하는 흉내를 내면서 팬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핸드프린팅이 끝난 뒤 하비케이틀은 “제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담은 영화를 가지고 부산을 찾아왔습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첫인사를 했다.
이어 시작된 오픈토크에서 헤비케이틀은 “관객들의 질문을 최대한 많이 받고 싶다”며 질문을 독려하기위해 고등학교 때 배운 교훈을 말하기도 했다. 그는 퇴학을 당하기전에 그 당시에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 있다며 “세상에서 가장 바보스러운 질문은 묻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해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어 연기를 계속하게 된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하비케이틀은 “삶에 대한 자각을 일깨우고 고취시키기 위해서 연기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는 “우리가 무언가를 계속해서 하고 있는 이유는 아마 이런 것들을 하면서 많은 것들에 대해 자각을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떤 일을 하던 간에 열정을 가지고, 위험을 감수하며 점프를 하라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자라나는 환경이 연기를 하는 데 어떠한 영향을 끼쳤냐는 질문에는 자신이 자라난 부르클린에서의 친구를 얘기하며 친구의 소중함 강조했다. 그는 “어렸을 때는 친구의 소중함을 모르는 경우가 있지만 나이가 들고 여러 가지 고난을 겪으면서 친구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며 “언제나 손을 내밀면 잡아줄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고통이 반감되고 즐거움이 배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집트에서 온 영화감독의 “세트장에서 감독이 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배우가 연기를 하기 전에 자신의 생각에 대해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단계를 세트 밖에서 만들어주면 안된다”면서 배우에 대한 감독의 조언은 당연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어린 시절에 대한 질문에도 그는 차분하게 대답을 이어갔다. 그는 저소득층에서 자랐고 열심히 일하는 부모님 밑에서 컸다. 부모님이 가족에 헌신하는 스타일이셨고 좋은 교육의 가치에 대해 자주 말하셨다고 했다. 그는 “나는 친구들 운 덕에 예술과 글에 공부를 하게 되었고, 이어 연극을 공부하기 시작되었다”며 “그것이 연기에 영향을 주었다”고 말했다.
Youth(유스)에 대한 정의를 내려달라는 질문에 하비케이틀은 센스있는 답변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바로 “you”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영화 유스(Youth)에 대한 정의를 설명했다. 그는 유스(Youth)는 이태리 감독이 제작을 했지만 영화를 보면 그 외에도 많은 문화들이 녹아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팬들 해피버스데이 합창에 "말도 안되게 행복"
◇유아인=최근 <베테랑>, <사도>등 잇단 히트작으로 한국 영화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주인공 유아인. 그가 지난 3일 오후 해운대 BIFF 빌리지 야외무대에 나타나자 관중석은 팬들의 열띤 환호와 박수, 또 그를 향해 터뜨리는 카메라 셔터 소리로 가득찼다. 이날 유아인의 오픈토크 행사에는 한국영화기자협회 소속 마이데일리 곽명동 기자, 한겨레 신문 유선희 기자, 이데일리 강민정 기자가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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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아인이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 : 취재기자 이주영). |
서두 인사말에서 올해로 10년째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는 유아인은 “올 한해 정말 큰 사랑을 받았는데 실감을 못하고 있었는데 부산 국제영화제에 와서 많은 분들이 크게 환호해주시고 환대해주시니까 실감이 나는 것 같다”며 감사의 마음을 표시했다.
10월 2일자 날짜로 영화 <베테랑>은 1320만, <사도>는 530만 관객을 기록하며 1850만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아인은 “내가 자랑할 수 있는 것은 황정민 선배님과 송강호 선배님이 함께 있었다는 것뿐이다. 또, 류승완 감독님과 이준익 감독님이 함께 해주셨기 때문에 있을 수 있었던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유아인은 영화 <베테랑>으로 데뷔 후 첫 악역에 도전했다. 극 중 재벌 3세 조태오 역을 연기하며 몰입할 수 있었던 점에 대해 “’나의 또래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가장 나쁜 길로 가면 어떨까?’를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전했다. 이어 “누구나 내면 속에 선악이 공존한다고 하지 않나. 나 또한 숨기고 살아가지만 영화를 찍는 순간만큼은 숨어있는 악을 꺼내어 연기했다”고 내심을 토로했다.
유아인은 영화 <베테랑>에 대해 “영화의 메시지를 무겁게 전달할 수도 있지만 극장에서 피곤한 영화는 안 보고 싶을 듯해 웃음 요소로 처리했다"고 말한 뒤 "피곤한 영화가 하나 걸려 있기는 한데”라며 자신이 출연한 <사도>를 돌려 언급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본인이 생각하는 이 시대의 정의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유아인은 “배우가 자신의 속내를 세상에 끄집어내고 산다는게 위태로운 일이지만 나름대로 정의를 생각하면서 연기했던 것 같다. 많은 개념들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하면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들과 사이좋게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 하는 것이 정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평소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고 밝힌 유아인은 ‘함께 책 읽고 싶은 스타‘ 1위에 뽑힌 바 있다.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시집을 내보면 어떨까싶다. 중2병 같을지 모르겠지만 거침없는 파워풀한 시를 쓰면서 살아가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SNS에 감정표현을 많이 하는데 그것을 안 좋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형성 된 것 같다. 시, 감정 표현이 말살돼 가고 너무 가볍고 가치 없는 말들이 많아져 스크롤을 내리게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기자들과의 토크에 이어서 관객들과 소통하는 시간도 마련되었다. 객석을 가득 채운 많은 팬들은 질문 기회를 얻기 위해 너도나도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팬들의 열기는 흡사 팬미팅 현장을 방불케 했다.
또, 착한 역할과 악한 역할 중 무엇을 선호하냐는 질문에는 “압도적으로 착한 역할이 좋은 줄 알았는데 연기를 해보니 악역을 연기 하는 게 재밌었다. 그래도 착한 인물을 연기 할 때는 순수한 마음으로 진지하게 연기하기 때문에 악역보다 좋은 것 같다”고 답했다.
오픈토크 후에는 오는 6일 생일을 맞는 배우 유아인의 생일을 기념하여 케이크가 등장했다. 관객들이 생일 축하 노래를 열창했고 유아인은 자신의 휴대폰에 관객들의 모습을 담으며 “이런 말도 안 되는 행복을 누릴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유아인은 마지막 인사에서 “감사 인사만 한 시간을 넘게 드려도 모자랄 정도로 많은 분들이 올 한 해 너무 큰 사랑을 보내주셨다”며 “앞으로 어떤 순간이 다가오든 진심으로 연기하는 것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살아가겠다”고 전했다.
오픈토크를 관람한 박혜영(24,대구시 동구) 씨는 “영화 <베테랑>을 5번이나 봤을 정도로 유아인을 좋아하는데 이렇게 배우와 팬이 가깝게 소통할 수 있는 행사가 있어서 너무 좋다”며 “앞으로 남은 행사도 많이 즐기고 돌아 갈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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