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동성애' 웹툰이 소리 소문 없이 번진다
'BL(Boy's Love),' '야오이' 등 포털, 블로그에 넘쳐...선정성 지적도
2016-10-07 취재기자 최재언
여대생 조민정(20) 씨는 평소 웹툰을 즐겨 본다. 그 중에서도 그녀가 좋아하는 장르는 'Boy's Love,' 즉 남자의 동성애를 뜻하는 BL이다. BL물 웹툰에는 잘생긴 남자 캐릭터들이 나오고 스토리가 신선해 읽을 때마다 늘 몰입하게 된다. 하루에도 몇 번씩 BL물 웹툰을 찾아 읽는 그녀는 특히 <그들의 사정>이라는 웹툰을 좋아한다. <그들의 사정>은 조 씨가 처음 접한 BL물 웹툰으로 꽃미남들이 등장해 동성애를 즐기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었지만, 보면 볼수록 빠져들게 된다”고 조 씨는 털어놓았다.
일부 마니아의 전유물이었던 BL이 최근 들어 웹툰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남자의 동성애를 다룬 만화나 소설 등의 장르를 일본에서는 ‘야오이’라고 부른다. BL 장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78년 창간된 일본의 만화 잡지 <주네(JUNE)>에서였다. 남성 동성애 장르를 부를 때 BL이나 야오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전에는 그래서 주네라고 부르기도 했다. 초창기의 BL은 과격한 성적 묘사가 많아 주로 성인 만화나 소설에서만 볼 수 있는 장르였다. 그러나 순수하고 깨끗한 사랑을 뜻하는 ‘순애’를 주제로 한 BL은 성적 묘사가 없어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네이버 도전만화 코너에서 BL은 가장 인기 있는 장르다. 도전만화 검색창에 'BL'을 검색하면 약 2000건의 BL물 웹툰이 나온다. 또, 전체 도전만화를 조회순으로 나열하면, BL물 웹툰들이 상위권에 위치해 있다. 뿐만 아니라, 포털 사이트에 ‘BL물 웹툰’을 검색하면 BL물 웹툰을 볼 수 있는 블로그와 사이트 등이 나타난다. 고등학생 김모(16) 양도 네이버 웹툰을 통해 BL물을 접했다. 김 양은 “웹툰을 보다가 BL을 알게 되었다”며 “재미있는 만화가 많아 자주 보게 된다”고 말했다.
남자 동성애 웹툰이 무분별하게 유행하는 것도 문제지만, 누구나 볼 수 있는 BL물 웹툰 중 일부에 선정적인 장면이 담겨있는 것도 있어 더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네이버 도전만화 코너의 경우, 규제가 약하고 신고를 하지 않으면 제재하지 않기 때문에 선정적인 내용의 웹툰이 버젓이 게시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키스나 포옹 정도를 넘어 성행위를 묘사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성인인증이 필요 없기 때문에 미성년자들에게 높은 수위의 웹툰이 노출되어 있는 실정이다. 대학생 채동우(25) 씨는 남자 동성애 만화 자체도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받아 들여질지 우려되지만 선정적인 장면이 등장하는 BL물 웹툰은 청소년들에게 더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채 씨는 “네이버 측에서 발 빠르게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운영원칙에 어긋나는 게시물이 발견될 경우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실시간으로 등록되는 게시물이 많다 보니 모두 확인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