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향기 그득한 ‘만화카페’ 등장
밝은 분위기에 만화 애호가 몰려...책도 읽고 커피도 즐기는 문화카페로 진화 중
만화책을 보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도서 대여점에 가서 한 권당 300원에서 500원 정도의 돈을 내고 만화책을 빌려 1박 2일간 집에 편하게 보는 방법이 그 하나다. 또 다른 방법은 만화방에 가서 1시간에 2000원에서 3000원 정도를 내고 그 자리에 앉아서 만화책을 보는 방법이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도 만화책을 볼 수 있게 되면서 도서 대여점은 손님이 없어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만화방도 어둡고 침침한 분위기와 가득한 담배냄새 등으로 찾는 사람이 줄어들었다. 만화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갈 곳이 없어지기 시작하자, 최근 안락하고 깨끗한 분위기로 실내를 장단하고 만화 애호가들을 유혹하는 신종 만화방, 일명 만화카페가 나타났다.
직장인 정효진(25, 부산시 남구) 씨는 중학생 때부터 만화를 좋아했다. 편하게 만화책을 빌려 볼 수 있는 대여점이 문을 닫자 그후 만화방을 즐겨 찾아다녔다. 그러나 여자 혼자 만화방에 간다고 하면 비행 청소년들로 오인할 정도로 부정적인 만화방의 이미지로 인해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거나 걱정하기 일쑤였다. 대학생 최수민(20, 경남 김해시) 씨도 “만화방에 가보고 싶었지만 분위기가 무서워서 아직 못가봤다”고 했다. 송혜민(23, 부산시 북구) 씨도 “예전에 동네에 있는 만화방에 간 적이 있는데 온통 담배에 찌든 냄새가 가득했다. 그 뒤로 만화방은 질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고급화되고 깔끔한 만화카페는 여성인 정효진 씨도 반길만한 환경을 갖추고 있어서, 사람들이 다시 몰리기 시작했다. 깔끔한 카페 형식의 만화카페는 만화 애호가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왔다. 부산 경성대 근처의 ‘더 코믹스’ 만화카페도 얼마 전 소설미디어에 깔끔하고 아늑한 만화카페로 소개되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더 코믹스 만화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김기은(38) 씨는 본인이 과거의 어둡고 침침한 분위기 때문에 만화방 방문을 꺼렸던 경험이 있다. 그러던 중, 그녀는 서울에서 카페 형식의 만화방을 보게 됐고 그런 공간이 부산엔 많이 없는 것 같다고 느껴 직접 창업했다. 김 씨는 “편하고 깨끗한 이미지로 소개가 많이 돼서 혼자 오는 여성 손님들도 많다. 만화카페의 이미지가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고 말했다.
얼마 전 카페 형식의 만화방을 새로 알게 돼서 들른 대학생 박수진(23,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편하고 조용한데 깔끔하기까지 했다. 카페처럼 공부하다가 가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더 코믹스에 혼자 앉아 만화책을 보던 김수영(28, 부산시 남구) 씨는 “여긴 불편하거나 찝찝하지 않다. 혼자 만화책을 보다 가도 전혀 부담이 없어서 좋다. 이런 만화방이 대중화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 카페 형식의 만화방은 최근 창업 아이템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공정거래 위원회에 등록 후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있는 ‘카툰 앤 북카페 놀숲’ 김태경 과장의 말에 따르면, 놀숲은 현재 경기도 안산 중앙, 수원 망포, 용인 3호점까지 오픈했고, 11월에 12호점까지 순차적 오픈할 예정이다. 또 만화책뿐만 아니라 7:3의 비율로 일반서적도 비치해서 만화카페를 넘어 문화카페로의 성장을 노리고 있다.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만화책이 늘어나고 있지만 대여점과 만화방이 없어지면서 종이 만화책에 향수를 가진 사람들을 위해 카페를 낼 생각을 했다는 김 씨는 “현재까지 오픈한 가맹점들의 매출 수익률이나 고객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 현재는 부산이나 대구, 광주 등에는 매장이 없지만, 내년까지 영역을 더 확장 시킬 수 있도록 사업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