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감독들과의 대화..."짧지만, 긴 여운 담았다"
지난 9일 오후 1시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 광장에서는 BIFF 행사의 일환으로 평소 영화관에서는 접하기 어려웠던 단편영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있었다. 단편영화 <전학생>의 박지인, <몸 값>의 이충현, <소년은 기타를 배우기로 했다>의 권효, <복도발령 3개월차>의 김유준 감독이 모여 한국 단편영화에 대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도쿄 필름엑스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한 <무산일기>, 피렌체 한국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산다> 등을 연출한 박정범 감독이 이 모임의 사회를 담당했다.
탈북 모녀의 대한민국 적응기에 관한 영화 <전학생>의 박지인 감독은 다큐멘터리 속 탈북자의 삶을 본 것이 계기가 되어 이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고등학생을 섭외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는 점도 소개했다. 무엇보다도 박 감독은 “어렸을 때 나의 전학에 대한 불안감이 탈북 학생이 겪은 감정과 비슷해 더 공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박정범 감독은 현장에서 어머니 역을 맡은 김동순 씨를 캐스팅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의 연기는 프로 배우 못지 않게 자연스러웠다는 평을 받았다. 김동순 씨는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관객들의 마음속에 젖어들어 어느새 관객들이 '어, 저배우 어디서 봤는데?' 하고 떠올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 <몸값>은 원조교제에 관한 영화로 원테이크로 진행된 촬영과 마지막 반전이 포인트다. 아직 학생 신분으로 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하게 된 이충현 감독은 “감독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과 관객들이 생각하는 것이 많이 달랐다. 관객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가 중요하다. 단편영화는 독립영화지만 재미있게 몰입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권효 감독의 <소년은 기타를 배우기로 했다>는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나려는 한 소년의 성장 드라마다. 이 영화에서 권 감독은 자신이 어렸을 때 기타를 치고 싶어서 기타라는 소재를 사용했다고 한다. 이 영화는 가난한 가정의 소년이 아버지가 반대하는 기타를 치고 싶어 하는 것에서 누구나 어렸을 때 가졌던 억눌린 꿈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권 감독은 “현실을 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안에 있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느꼈다”고 전했다.
다큐멘터리를 주로 제작했던 권 감독은 다큐멘터리는 천천히 스며드는 가랑비라면 극영화는 한 번에 몰아치는 소나기와 같다고 비유했다. 권 감독은 “이제는 다큐멘터리뿐만 아니라 긴 호흡으로 진행되는 영화에도 욕심이 생긴다”고 전했다.
김유준 감독의 <복도발령 3개월차>는 우리 사회의 자본주의 폭력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한 회사에서 책상빼기를 통해 회사원의 자진사퇴를 강요하는 기업의 횡포에 관한 모습을 담고 있다. 김 감독은 “쓸모를 다한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그들의 삶을 쫓아가보고 싶어 이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관객 박소희(23, 부산시 사하구) 씨는 “단편 영화 상영 전에 감독님을 보기 위해 오게 됐다”며 “토크 무대를 보고 나니 영화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