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프라이데이..."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네"
판매자는 ‘짭짤,’ 소비자는 할인폭 낮아 ‘시큰둥’
평소 제값주기보다는 각종 할인 행사를 통해 쇼핑을 즐기던 대학생 위윤지(22, 부산 해운대구) 씨는 1일 전국적으로 열린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생각보다 할인 행사를 하고 있는 품목도 많지 않은데다 할인 폭도 크지 않아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위 씨는 “대체 어디가 70% 할인인지 모르겠다. 내가 구매하려던 화장품은 할인을 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미국에서 추수감사절인 11월 마지막 목요일부터 다음날 금요일까지를 일컫는 말이다. 이날에는 연중 최대의 세일이 진행되는데, 이에 따라 소비자의 소비심리가 상승돼 이전까지 지속된 장부상의 적자(red figure)가 흑자(black figure)로 전환된다고 해서 이 용어가 붙었다.
이번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행사는 1일부터 14일까지 개최되며 전국적으로 백화점 71개 점포, 대형마트 398개, 편의점 2만 5400개 등 대형 유통업체 약 2만 6000여 개 점포가 참여한다.
부산 A백화점 영업팀 측은 “실제로 어느 정도의 매출 상승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부산 B백화점 역시 “다양한 품목에서 매출이 상승했으며 그 중에서도 가전/전자 품목에서 성과가 눈에 띄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대대적인 홍보와 참여 업체들의 성과에 비해 고객들이 느끼는 효과는 미미했다. 지난 2일 좋아하던 브랜드의 옷을 사러 백화점을 방문한 대학생 이은진(22, 부산 수영구) 씨는 10% 할인된 가격으로 옷을 구매했지만 찜찜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백화점에서도 블랙 프라이데이라고 따로 홍보하지도 않았고 블랙 프라이데이가 아니더라도 그 정도의 할인은 하기 때문이었다. 이 씨는 “별로 싸게 구매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평소와 다른 게 없다”고 말했다.
영화를 보러 간 대학생 김영민(24, 부산 해운대구) 씨는 블랙 프라이데이 2000원 할인이 된다는 광고를 보고 영화관을 찾았지만 다른 할인 수단과 동시에 적용되지 않았다. 결국 블랙 프라이데이 할인 대신, 가지고 있던 영화관 쿠폰이 더 큰 폭의 할인을 해주어 이를 이용해서 영화를 보았다. 김 씨는 “쿠폰 사용이나 통신사 할인을 받으면 더 저렴하게 볼 수 있는데 굳이 14%만 할인되는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를 이용할 필요를 못 느꼈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도 이런 논란을 비난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블랙 프라이데이를 걸어 놓고 90원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가 모습, 기존의 판매가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판매가를 올린 다음에 할인을 적용해 팔고 있는 모습 등이 사진으로 올라와 있다.
블랙 프라이데이의 원조인 미국은 이 행사기간 동안의 소비가 연간 소비의 약 20% 가량을 차지한다. 미국에서는 고객들이 세일 전날부터 줄을 서서 밤새 기다리는 진풍경이 연출된다고 하는데, 부산 A백화점의 경우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이 몰리지 않았다.
경성대 경제금융물류학부 이남형 교수는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진정한 세일인 반면, 한국은 이벤트성으로 매출액을 높이려고 하는 생산자들의 계산과 소비자들의 세일에 대한 불신 때문에 재미를 못 보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