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과류 콘, 바에서 ‘웰빙’ 아이스크림, 고급 빙수로
‘오픈 프라이스’로 빙과류 소매 가격 오르자, 소비자, 아이스크림 전문점으로 발길 돌려
2015-10-14 취재기자 송선영
고등학생 신용원(18, 경남 양산시 덕계동) 군은 친구 다섯 명과 함께 게임 내기를 한 끝에 져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다섯 명에게 돌리게 됐다. 한 개에 1,000원 정도일 것으로 예상하고 5,000원을 내고 아이스크림 5개를 달라고 했더니, 아이스크림은 한 개에 1,200원이어서, 신 군은 돈을 더 내야 했다. 그는 오랜만에 사서 먹은 막대 아이스크림의 가격이 1,000원을 넘는 것에 흠칫 놀랐다. 그러나 그는 아이스크림 양 때문에 더 놀랐다. 아이스크림이 과거 기억 속의 크기보다 작아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돼지바, 죠스바, 수박바 등 어릴 적부터 먹어오던 추억의 아이스크림들의 양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SNS에 아이스크림 사진을 올리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주부 신영숙(49, 경남 양산시 평산동) 씨는 “어릴 때부터 돼지바를 좋아해 지금까지 꾸준히 먹고 있는데 실제로 옛날보다 양이 너무 줄어들었다. 가격은 오르면서 양은 왜 줄어드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 푸드의 돼지바 가격은 예전과 비교해 많이 올랐다. 돼지바가 1983년에 출시될 당시 가격은 100원이었다. 지금은 편의점에서 돼지바를 구매할 경우 1,200원을 주고 사야 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물가가 오르는 것은 당연하지만, 양도 줄어들어들면서 소비자들의 반발이 심해지고 있다.
경향신문 6월 17일자 보도에 의하면, 롯데푸드는 ‘아맛나’를 2005년 85㎖에서 2007년에는 80㎖로, 2011년에는 70㎖로 줄였다. 돼지바도 85㎖에서 70㎖까지 작아졌다. 빙그레는 ‘비비빅’을 2011년 80㎖에서 지난해 5월 75㎖로, ‘메로나’는 같은 기간 85㎖에서 80㎖로 줄였다. 또, 2009년 85㎖이던 ‘죠스바’와 ‘스크류바’를 2013년 7월 75㎖로 줄여 생산했다. 이렇듯 제품 용량이 10년 전보다 20%가량 줄어들었다.
바(bar) 형식의 하드 아이스크림뿐만 아니라 쭈쭈바나 콘 아이스크림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해태제과의 탱크보이, 롯데 푸드의 빠삐코, 그리고 롯데 푸드의 월드콘도 상황은 비슷하다.
롯데 푸드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세월이 흐르면서 물가가 올라가고 원재료 가격도 같이 올라 어쩔 수 없이 용량은 줄어들고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지만, 과거의 ‘희망소비자가격’ 제도가 아이스크림 등 빙과류에서 없어진 게 아이스크림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소비자들이 느끼는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아이스크림 봉지에 과거에 적혀 있던 희망 소비자 가격 얼마라는 표시가 없어져 보이지 않았다. 정부는 잘 녹아 변질 우려가 있는 아이스크림 등 빙과류는 소매점에서 자율적으로 가격을 정하도록 하는 ‘오픈 프라이스’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가격은 높아지고 크기는 줄어들었다고 바나 콘 아이스크림에 대한 불만을 가진 소비자들은 소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먹는 것보다 디저트 카페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먹는 것을 더 선호하고 있다. 그래서 ‘배스킨라빈스’나 ‘나뚜루’ 같은 아이스크림 전문 판매점들의 매출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요즘 디저트의 대세로 빙수가 떠오르면서 실제로 빙수 전문 카페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대학생 전현선(22, 부산 북구 덕천동) 씨는 “슈퍼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은 기억이 오래전이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으면 항상 배스킨 라빈스에서 사 먹는다. 돈은 비싸지만, 맛이 좋고 다양한 종류를 한 번에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부산 소비자센터는 “제과회사에서 정하는 용량에 대해서 소비자가 관여하지 못한다. 용량 표시를 허위표시만 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 다만, 소비자들은 가격과 용량을 잘 따져서 합리적으로 소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