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女~文 Amenity, Feminism and Lifeway ⑮ / 칼럼니스트 박기철
다음 글은 ‘총-균-쇠’처럼 서양문명이 동양문명을 정복했던 역사와 달리
생태문명 차원에서 이제 ‘아름답고 여성스럽게 사는 문화’의 제안이다.
2019-05-06 칼럼리스트 박기철
스페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들 중에 하나가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일 것이다.
그는 정상적 사고를 하는 데 문제가 많았지만 그리기에는 천재였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 이름을 대라면 고흐와 피카소가 아닐까 싶다. 살면서 그림 한 점 제대로 판 적이 없었던 고흐와 달리 피카소는 예술가로서 온갖 부와 영예, 그리고 쾌락까지 누리며 살았다. 웬만하면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들어가지 않는 나지만 피카소만큼은 접하고 싶었다. 예전에 단순곡선 만으로 부엉이인지 올빼미인지를 생생하게 묘사한 피카소 그림에서 그의 천재성을 엿보았기 때문에 제대로 맛보고 싶어서였다.
피카소가 젊은 시절 살았던 바르셀로나 구시가지 좁은 골목에 자리잡은 피카소 박물관은 인파로 북적였다. 우리나라에서 미술관에서 소수의 작품들을 전시하던 피카소 전시와는 상대할 수 없는 만큼 수많은 작품들이 20여 개의 방들에 전시되어 있었다. 그림에 문외한이지만 그가 그린 그림들을 보고 그의 천재성을 여실히 실감할 수 있었다. 정상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 그릴 수 없는, 약간 정신이 돈 상태에서 그린 그림들에서는 생명력이 넘쳤다. 여성을 주제로 그린 초기의 습작들을 시작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입체파 형식의 그림들까지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그런데 내가 길거리에서 만난 이 사내도 피카소와 같은 예술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체구와 얼굴, 헤어스타일 등 전반적 모습이 피카소처럼 생겼다. 물론 피카소처럼 유명하지는 않지만 그의 작품들이 예사롭지 않다. 작품은 그림이 아니라 조각이다. 나무로 조각을 하고 그 조각에 그림을 그렸다. 조각 전면과 후면이 똑같이 그려져 있다. 자기 작품을 흰 천에 대고 사진을 찍고 있는 중이다. 작품의 주제는 여성인 듯하다. 오른 팔에 새긴 문신부터 여성이다. 피카소가 자신이 만났던 여성들을 많이 그렸듯이 이 예술가도 자신의 사랑하는 여성을 그린 듯하다.
저 여성이 누구냐고 슬쩍 물으니 "My girl friend"란다. 상대방에게 무심한 듯하면서도 말 한마디에 피카소적 유머가 흐른다. 부디 이 예술가도 유명세를 얻어 잘 나가기를 바랐다. 더욱 더 생명력 넘치는 작품들을 창작하며 아름다운 문화를 이루어 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