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횡단 교통사고’ 전국 1위는 부산시 중구, 전국 하루 1.4명 사망
전국 무단횡단 사망자 중 65세 이상이 50% 다른 나라에 비해 횡단보도 간격이 넓은 게 문제
직장인 임종만(52) 씨는 운전하다가 무단 횡단을 하는 사람을 칠 뻔한 아찔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임 씨는 “갑자기 사람이 차도로 튀어나와서 정말 깜짝 놀랐다. 근데 사고 날 뻔한 사람은 표정 하나 안 변하고 그냥 가더라”라고 말했다.
한국교통공단이 조사한 ‘2018년 교통문화지수’에 따르면, 조사시점에서 30일 이내에 무단횡단을 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조사 대상의 37.27%라고 발표했다. 그 말은 10명 중 약 4명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무단횡단을 한다는 말이다.
도로교통공단이 관리하는 교통사고분석시스템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에는 무단횡단 사고가 총 1만 5337건이 있었고 사망자는 844명이었다. 그리고 2018년에는 8961건의 무단횡단 사고가 있었고 사망자 수는 518명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건널목 등 교통안전 시설 확충 등으로 무단횡단 사고는 줄고 있지만, 아직도 전국에서 하루에 1.4명 이상씩 무단횡단 사고로 사망한다(아래 도표 참조).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무단횡단 교통사고 다발 지역이 가장 많은 도시는 부산이다. 전국 1위를 포함해 사고 다발지역 상위 열 곳 중 네 곳이 부산에 있다. 지난 5년 동안 전국에서 무단횡단 교통사고가 가장 자주 발생한 곳은 부산 중구에 있는 부산 지하철 3호선 자갈치역을 중심으로 반경 300m 이내 지역이다. 이 구역에서는 5년 동안 86건의 무단횡단 사고가 있었고 1명이 사망했고 91명이 다쳤다.
부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 구역에서 사고가 많이 나는 이유는 사람과 차량이 많은 혼잡지역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 거리에 가보니, 횡단보도를 이용하는 사람보다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그리고 실제로 횡단보도가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지나가던 행인 한 사람은 “차량이 많아서 횡단보도가 있는지 보이지도 않고 거리도 짧아서 그냥 아무 데서나 길을 건넌다”고 말했다.
무단횡단은 상당히 위험한 행위다. 부산지방경찰청이 최근 5년간 2월에 일어난 교통 사망사고를 분석한 결과, 차와 사람 간 충돌로 일어난 사망사고 중 무단횡단 사고가 평균 54.8%(3.4명)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교통공단이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 보행사망자 1714명 중 65세 이상이 866명(50.5%)으로 가장 많았다. 시간대별로는 저녁 6시에서 밤8시 사이가 263명(15.3%)로 가장 많고, 밤 8시 이후부터 10시 사이가 249명(14.5%)로 두 번째로 많았다. 이는 보행자 사망자는 주로 야간에 이뤄진다는 결과다. 그래서 경찰은 야간에 횡단보도가 잘 보이도록 횡단보도 투광기를 전국적으로 확대 설치하고 있다.
특히 국내 보행자 사망자 중 다수가 65세 이상 노인인 점이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차량이 한적하고 횡단보도의 거리가 짧은 곳에서는 노인들이 비일비재하게 무단횡단을 한다. 실제로 부산의 사하시장 거리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차도 안 오고 도로의 거리도 짧으니 무단횡단을 자주 한다”고 말했다.
노인들은 길을 건너려고 하다가 횡단보도가 멀리 있으면 힘든 나머지 무단횡단하는 경향이 있다. 역시 사하시장에서 만난 한 할아버지는 “횡단보도가 멀리 떨어져있으면 횡단보도까지 걸어가는 게 많이 힘들다. 그래서 무단횡단을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게 횡단보도를 설치해야 하는 횡단보도와 횡단보도 사이의 법적 최소거리다. 대한민국은 횡단보도와 횡단보도 사이의 최소거리가 200m로 정해져 있다. 200m는 평범한 사람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지만 나이가 많은 노인들에게는 상당히 먼 거리다. 우리의 횡단보도 법적 최소거리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상당히 긴 편이다. 한국은 횡단보도와 횡단보도 사이의 최소 거리가 200m인 반면,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100m고, 미국은 91m다. 프랑스는 횡단보도에서 50m가 벗어난 곳의 보행자 무단횡단은 단속하지 않는다. 독일의 경우는 30m다.
무단횡단 문제는 노인들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젊은 사람들도 무단 횡단을 많이 한다. 사하구에 사는 한 대학생은 “신호를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워서 가끔 무단횡단한다”고 말했다. 같은 사하구에 사는 다른 대학생은 “앞사람이 무단횡단을 하면 나도 따라서 하게 된다”고 말했다.
어린이들도 심심치 않게 무단횡단을 한다. 아이들은 대개 어른들의 무단횡단을 보고 배우는 경향을 보인다. 승학초등학교에서 만난 한 초등학생은 “어른들도 무단횡단을 하고 친구들도 무단횡단을 해서 무단횡단이 그리 위험한 줄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단횡단은 위험한 행위임에도 벌금은 상당히 낮다.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 도로를 건너면 도로교통법 제10조 5항에 의거해서 3만 원의 벌금을 내게 된다. 하지만 만약에 보행자 사고가 발생히면, 보행자에게도 책임이 가게 된다. 횡단보도에서 차와 보행자 간의 사고는 차량 책임이 100%지만, 무단횡단의 경우는 보행자 책임이 상황에 따라서 100%에 이를 수도 있다.
외국은 무단횡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미국은 무단횡단을 ‘제이워킹(jaywalking)’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제이워킹을 불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영국은 길을 건너는 것을 ‘크로싱 더 로드(crossing the road)’라고 하며, 무단횡단을 부르는 특별한 단어가 없다. 보행자는 건널목에서 빨간불이라도 차량이 없으면 건너가도 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영국은 보행자가 우선인 차량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보다 아직 차량문화가 미흡한 우리나라는 무단횡단을 막기 위해서 어떤 조치를 해야할까? 지자체는 무단횡단 방지 펜스, 횡단보도 투광기 설치, 신호등과 횡단보도 늘리기 등 많은 노력을 한다. 그리고 각 지방 경찰청 주도하에 찾아가는 교통안전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해서 무단횡단에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보행자들이 무단횡단의 위험성을 알고 생각을 바꾸는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