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세우고, 쌍꺼풀 하고...한국은 동물도 '성형공화국'

치료 아닌 미용 목적으로 동물 성형 유행... “동물학대다” vs. “주인 권리다”

2016-10-18     취재기자 김소진
남녀 불문하고 눈, 코, 보톡스 시술 등 다양한 성형수술이 시행되고 있는 요즘, 이런 성형수술이 사람을 넘어 애완동물에게까지 성행하고 있다. 과거에는 ‘퍼그,’ ‘시츄,’ ‘샤페이’ 등 얼굴에 주름 많은 견종들에게 털이 눈을 찌르거나, 주름 사이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치료 목적으로 보톡스 시술을 주로 시행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단순히 미용 목적으로 ‘애견 성형’을 하려는 개 주인들이 늘고 있다. ‘도베르만 핀셔’라는 종을 키우는 김모(25) 씨는 카리스마 있게 보이기 위해 자기 반려견에게 귀를 자르는 성형수술을 했다. 이는 귀 날개 부분을 잘라 고정시킨 뒤, 귀가 세워지게끔 하는 수술이다. 김 씨는 “애견 학대라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도베르만의 경우, 생후 2~4개월에 흔히 ‘단이(斷耳)’라고 하는 귀 성형수술을 시키는 주인들이 많다”며 “단이 후 강아지의 인상이 훨씬 날카로워졌고, 경비견으로 키우는 중인데, 강한 인상이 경비견으로 손색이 없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울산에 거주하는 박모(42) 씨는 지인으로부터 강아지 보톡스 성공담을 들었다. 이에, 박 씨도 기르던 시츄를 데리고 동물병원을 찾아갔다. 박 씨는 “지인의 얘기를 듣고 설마설마 했는데 주름 보톡스를 한 대 맞고 나니 강아지가 훨씬 예뻐졌다”며 “예뻐진 강아지를 보니 성형수술이 꼭 나쁜 것 만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애견 성형에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눈 쌍꺼풀, 앞트임, 주름 제거 수술은 물론, 꼬리 일부를 잘라 보기 좋게 만들거나, 귓불을 줄여 귀를 쫑긋하게 만드는 등의 수술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수술의 가격은 수만 원대에서 수백만 원대까지 이른다. 이 중에서도 콧구멍이 작은 강아지를 위한 코 보톡스나, 짖는 소리를 줄이기 위해 성대수술 대신 성대에 보톡스를 맞는 등의 시술은 사람처럼 주기적으로 시술받아야 되기 때문에 동물들이 끊임없이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러한 보톡스 주사가격은 한 방에 50만 원 정도로, 사람이 맞는 보톡스 주사 가격이 10만 원 정도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비싼 편이다.
최근에는 ‘예쁜 강아지 선발대회’ 등 각종 애견대회가 생겨나면서, 애견인들 사이에 자리 잡은 뽐내기, 보여주기식 문화와 애완견의 외모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이러한 심리를 이용한 수의사들의 성형 권유 사례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대학생 이혜림(23, 부산 사상구 주례동) 씨는 집에서 키우는 애완견의 털 관리를 위해 동물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털 관리를 위해 찾은 동물병원에서 이 씨는 수의사로부터 "애완견이 보톡스 한 번 맞으면 훨씬 귀여워 질 것 같다. 보톡스를 맞아 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이에 이 씨는 어렸을 적부터 강아지를 키워왔지만 강아지에게 보톡스를 놓는다는 것은 처음 듣는 얘기라며 “자신의 애완견에게 보톡스 등 성형을 시키는 주인들이 실제로 있다는 것이 놀랍다. 나는 상상도 못할 일"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동물성형을 두고, 애견인들 사이에서도 “주인의 선택이니 문제될 게 없다,” “예뻐지면 좋은 거 아니냐?”는 찬성의견과 ”애견 사랑이 과하다,” “사람의 욕심에 의해 생겨난 성형이니 동물학대다”라는 반대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직장인 이주영(27, 부산 중구 부평동) 씨는 동물 성형이 동물의 의사와  상관없다는 점에서 반대의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이 씨는 “(동물 성형은) 주인인 인간의 욕심일 뿐이며, 강아지의 만족이 아닌 인간의 만족에 지나지 않는다"며 "치료목적이 아니라면 애견 성형은 절대 반대”라고 덧붙였다. 이윤미(38, 부산 북구 화명동) 씨도 “가족 같은 애완견을 주인 마음대로 수술하는 것이 마치 부모가 자녀의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강제로 수술 받게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말했다.
지난 5월 수의사 신문 <데일리벳>의 ‘미용 목적 동물 수술’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3%가 동물 성형을 금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동물 보호 시민단체 ‘카라’의 전진경 상임이사는 반대의 입장에서 “주인의 욕구를 위해 자기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는 애완견에게 (미용 목적으로) 메스를 대는 것은 동물 학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