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미한 '여권 훼손'도 외국 입국 거부·항공권 발권 제한
작은 낙서나 기념도장 찍힌 여권, 문제 사례 속출
친구와 하와이 여행을 계획했던 A 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하와이행 항공권을 발급받으려 하자 승무원이 A 씨에게 “하와이에서 ‘입국 거부’를 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기 때문. 문제는 A 씨의 여권에 찍힌 출입국과 무관한 스탬프였다. 각국의 출입국에서 여권에 찍은 스탬프 외에 출처가 불분명한 스탬프는 ‘여권 훼손’에 해당한다. 결국 A 씨는 여권을 재발급받아 무사히 하와이에서 휴가를 보냈다.
B 씨는 러시아에서 강제 출국을 당한 경험이 있다. 2017년 B 씨는 여권의 사증란 한 페이지가 찢겨 있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러시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러시아에 도착한 B 씨는 입국하지 못했다. 러시아 출입국 관계자는 찢어진 사증란은 ‘여권 훼손’에 해당한다며 B 씨의 입국을 거부했다. B 씨는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
이처럼 여권 훼손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국민들이 외국에서 입국 거부를 당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방문국 심사관은 여권에 작은 메모나 낙서가 되어있거나, 약간 찢어진 경우에도 훼손된 여권으로 판단해 방문객의 입국을 거부할 수 있다. 항공권 발권도 제한될 수 있다.
현재 여권 속에 ‘여권 사용 안내’가 표기돼 있다. 4번 여권 관리에 따르면, “여권 사증란이 훼손되거나 절취된 경우, 해외여행 시 입국심사 지연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니 여권 관리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있다.
하지만 작은 글씨로 적혀있는 탓에 노인 등 일부 국민들의 눈길을 끌지 못한다는 지적도 불거졌다.
이에 따라, 국민권익위원회는 2020년 차세대 전자여권 도입 시기에 맞춰, 여권 관리에 대한 유의 사항을 전자여권 내부에 명확하게 표기하도록 외교부에 권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이에 따라 ‘여권관리 유의사항’에는 여권 속 사증란에 작은 낙서가 있거나, 겉표지가 오염되는 등 경미한 훼손에도 외국 입국 거부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아울러 여권 칩이 정상적으로 판독되더라도 외관이 심하게 훼손된 경우 위변조 여권으로 의심받을 수 있어 재발급 받는 것이 좋다.
국민권익위 안준호 권익개선정책국장은 “이번 제도개선으로 여권 훼손의 범위를 몰라 재발급을 받아야 하는 여권을 그대로 사용하다 외국 입국 거부를 당하거나 항공권 발권을 제한받는 등의 불편이 해소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