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음식에 든 글루텐, 유해식품 아니다

밀가루 음식은 질병과 무관...글루텐 프리 식품 인기도 오해에 따른 기현상

2015-10-23     취재기자 최위지
글루텐(gluten)은 주로 밀, 보리, 귀리 등에 들어있는데, 빵이나 케익을 부풀게 하고 쫄깃한 면이나 빵을 만들 수 있게 하는 성분이다. 밀가루의 경우, 글루텐 함량이 가장 적은 것을 박력분, 그 다음으로 많은 것을 중력분, 가장 많은 것을 강력분으로 분류되며, 주로 강력분은 쫄깃한 빵을 만들 때 쓰이고, 박력분은 바삭한 쿠키나 과자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한편, 글루텐 프리(gluten free) 식품이란 글루텐의 함량을 5% 이하로 낮추거나, 아예 글루텐을 함유하지 않은 식품을 뜻한다. 그런데 일반인들은 글루텐이 해로운 물질이고, 그래서 먹지 않아야 한다는 인식이 있으며, 그래서 글루텐 프리 식품이 시중에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국식품위생안전성협회의 전문가들은 글루텐이 그리 해로운 물질이 아니며, 따라서 글루텐 프리 식품이 건강식품이나 다이어트식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지난 달 16일 이마트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마트에서 판매 중인 냉장면 제품 가운데 글루텐 프리 제품의 매출이 전년 대비 14% 늘어났고, 올해 1월부터 9월까지는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47% 증가했다. 최근에는 글루텐 프리 식재료를 사용하는 식당이나 빵집도 생겨나고 있다. 최훈학 이마트 마케팅팀장은 "해외의 식품문화에 익숙해진 소비자를 중심으로 글루텐 프리 제품이 점차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고 밝혔다.  본래 글루텐프리 식품은 태어날 때부터 유전적으로 몸 안에 글루텐을 처리하는 효소가 없는 셀리악병 환자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셀리악병은 특정 유전자(HLA-DQ2)를 보유한 경우에 나타나는데, 최명규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에 따르면, 한국인들 가운데에는 해당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거의 없어 글루텐이 한국 사람들의 건강에는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서구의 경우 일반 국민의 30~40%가 셀리악병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셀리악병 확진 사례가 30대 여성 1명뿐이고, 우리나라에서 밀가루 섭취가 증가하고 있는데도 셀리악병 발병률이 높아지거나 밀가루 성분에 의한 알레르기가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도 없다는 것이 최 교수의 주장이다. 최 교수는 글루텐 프리 식품은 글루텐의 함량만 낮췄을 뿐 당류나 탄수화물을 오히려 더 많이 함유한 경우가 많다며 “다이어트 효과는 물론 건강식이라고 하기에도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한국제분협회는 글루텐이 밀, 호밀 등 곡물에 들어있는 단백질의 일종일 뿐인데, 과장된 마케팅이나 온라인 등에 떠도는 낭설에 의해 글루텐이 마치 유해한 물질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며, 밀가루와 글루텐에 대해 과도하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업계의 마케팅 활동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한동하 한의학 박사는 ‘한의학 견지에서 바라본 밀가루’라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 “한의학에서 밀과 밀가루는 약으로 쓰이기도 했으며, 밀가루에 대한 심각한 부작용이나 금기사항은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