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족은 매달 마지막 수요일 영화관을 찾는다"
스포츠 입장료도 50% 할인, 연극은 공짜...시행 2년 '문화가 있는 날,' 큰 호응
2016-10-28 취재기자 이하림
요즘 서민들의 가장 만만한 문화생활 중 하나인 영화 관람을 위해선 1인당 1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 콘서트, 전시회, 연극 공연 등은 싸게는 몇 만 원에서 비싸게는 수 10만 원까지 해, 학생이나 직장인은 접근하기조차 부담이 된다. 이처럼 경제적인 이유로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기고 싶어도 그렇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날이 있다. 바로 ‘문화가 있는 날’이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인 ‘문화가 있는 날’은 문화를 더욱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융성위원회가 지정한 날로, 지난 2014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영화관을 비롯한 공연장, 미술관 등 전국에 있는 다양한 문화시설의 문턱을 낮추어 누구나 이날 만큼은 보다 쉽게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게 하자는 것이 이날의 장점이다. 현재 국내 주요 문화시설 1,300여 곳이 ‘문화가 있는 날’에 참여하고 있다.
‘문화가 있는 날’에는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전국 주요 영화상영관의 영화 관람료가 저녁 5시~9시에 시작하는 영화에 한해 5,000원으로 할인된다. 이는 평소 영화 관람료에 비하면 절반밖에 안 되는 가격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날 영화관을 찾고 있다.
대학생 양수지(22) 씨는 매달 ‘문화가 있는 날’에는 빠지지 않고 영화를 본다. 양 씨는 “영화를 좋아하는데 요즘 영화비가 비싸서 자주는 못 본다. 그런데 마지막 수요일엔 반값에 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면 롯데시네마에서 근무한 정모 씨에 따르면, ‘문화가 있는 날’에는 관람객이 유난히 많다. 정 씨는 “평일에는 저녁 8시 이후부터 사람들이 오는데, 마지막 수요일에는 저녁 5시부터 사람들이 몰린다”며 “거의 매진이 되서 그날은 주말처럼 일한다”고 전했다.
초등학생 이하의 자녀와 부모가 함께 입장하는 경우, 프로농구, 프로배구, 프로축구, 프로야구 관람료가 50% 할인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국립현대미술관 등 박물관, 미술관이 할인되거나 무료다.
회사원 이은숙(30) 씨는 ‘문화가 있는 날’을 이용해 평소 접하지 않는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기고 있다. 이 씨는 “대부분 직장인들이 그렇듯이 영화는 가끔 보지만 전시회나 공연은 잘 안 간다. 그런데 ‘문화가 있는 날’이 생기고 나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미술관이나 싸게 볼 수 있는 공연을 찾아다니며 본다”고 이야기했다.
이밖에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창경궁 등 조선 4대궁과 종묘, 조선왕릉도 무료로 개방된다.
문화융성위원회에 따르면, ‘문화가 있는 날’ 시행 후 국민들이 생활 속 문화를 누릴 기회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첫 시행 달인 2014년 1월 883개소였던 할인 참여 문화시설이 1,574개소로 늘어나, 78.3% 증가했다. 전국 17개 시도, 만 15세 이상 성인 남녀 1만명을 대상으로 조사된 예술행사 관람률도 2012년 69.6%에서 2014년 71.3%로 올랐다.
게다가 2014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문화가 있는 날’인 수요일과 이전 주 수요일의 영화관 평균 관객 수는 41만 7,029명(이전 주 수요일)에서 53만 5,543명(문화가 있는 날)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같은 기간 공연 관객 수는 3만 2,701명에서 3만 9,404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문화융성위원회 김지은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정보접근성이 낮은 국민들의 정책인지도가 낮고, 시간과 정보 부족 등으로 실질적 참여에도 한계가 있기도 하다”며 “이러한 문제는 부처·공공기관·기업 참여 확대와 광장·카페·외식산업 등 생활밀착형 산업 연계를 통해 생활 속 문화예술 접점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