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불만 스트레스 해소법 .... 작지만 확실한 심술 ‘소확심’ 문화 확산
개인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는 이건호(가명, 28) 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한 손님이 테이블에 배치해둔 일회용 냅킨을 한 움큼 가져가는 손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냅킨을 개인 용도로 쓰려고 그러는가 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그 손님은 그 냅킨 한 움큼을 커피숍 쓰레기통에 곧바로 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 씨는 손님에게 다가가 냅킨이 필요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왜 그렇게 버리시느냐고 물었다. “커피 맛이 영 안 좋아 기분이 매우 나빴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씨는 머쓱한 표정을 지은 뒤 돌아서서 “불만이 있으면 직접 말하지 애꿎은 냅킨에 화풀이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씨는 그 일을 겪은 후 손님들이 냅킨이 필요하다고 요구할 때 마다 조금씩 가져다주는 방식으로 바꿨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식당, 편의점 등 접객업소에서 받은 상품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사소한 심술행위로 표출하는 문화가 유행하고 있다. 객장 바닥 일부러 어지럽히기, 쓰레기통 등 비품을 발로차기, 냅킨 등 일회용품 마구 가져가 버리기 등이다. 당한 업주로서는 매우 불쾌하지만 절도죄나 폭행죄 등 법적으로 문제 삼기는 좀 애매한, 그냥 사소한 트집이고 심술이다.
이른바 ‘소확심’이다. 작지만 확실한 심술을 말한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나타내는 ‘소확행’, 또 작지만 확실한 횡령을 의미하는 ‘소확횡’에 이은 새로운 유행어다.
음식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 김민석(23, 광주시 동구) 씨도 위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 김 씨는 손님들이 음식을 다 먹은 후 테이블 정리를 하려던 중 깜짝 놀랐다. 손님이 먹고 남은 음식을 바닥이랑 테이블 위에 잔뜩 흘려 놓은 것이다. 식탁에 있는 여분의 수저세트도 몽땅 꺼내져 어지러이 널려 있었다. 김 씨는 처음에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인지 의아할 정도로 난장판이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알바를 하다 보면 짓궂은 사람들을 많이 보지만 이처럼 몰상식한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즉시 가게 사장님에게 상황설명을 했다. 그러자 사장님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가게에 예약하기 위해 남겼던 손님의 번호로 전화를 해서 저런 행동을 한 이유를 물어보았다, 손님은 “아니 내가 내 돈 주고 먹었는데 그 정도 치울 수 있는 거 아닌가”라며 “보니까 음식이 비싸기만 하고 맛도 별로인데다 알바생이 예의가 좀 없는 거 같아 괘씸해서 그랬다”라고 말했다.
최근 KBS JOY에서 방송 중인 ‘연애의 참견 2“ 에서도 위와 비슷한 사례가 소개된 적이 있다.
“연애의 참견2” 에서 여자친구 A 씨는 알뜰한 줄 알았던 남자친구 B 씨가 너무나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얘기했다. B 씨가 숙박업소에서 퇴실하기 전 샴푸를 화장실 바닥에 막 뿌려놓거나 쓰지도 않는 로션을 바닥에 짜는 등 몰상식한 행동을 했다. A 씨는 B 씨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물어보자 B 씨는 “그냥 가려니까 돈 아까워서”라며 “방이 좋지도 않으면서 비싸기만 하고...”라고 덧붙였다.
카페에서 알바는 하고 있는 박민요(가명, 24) 씨는 돈을 냈기 때문에 자신이 그만큼에 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사람들에 대해 매우 불쾌한 마음을 드러냈다. 박 씨는 자신이 알바를 하는 곳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난 적이 없다며, “저는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너무 화가 나서 그런 행동을 한 사람에게 한마디 할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최우민(가명, 55세) 씨는 요즘 젊은이들의 이러한 소확심 문화에 대해 처음 들었다며, “젊은이들이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것이 참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취업난 등으로 인한 사회적 스트레스의 표출 방법이 아닌가 싶어 씁쓸하다”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비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