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대학교 원어민 강사, 밤엔 무대 위 래퍼로...

라디오 DJ까지 겸하는 팔방미인 채드 커튼 교수의 한국 정착기

2015-10-30     취재기자 김주영

라디오 PD이자 DJ, 대학 원어민 영어 강사이자 무대 위의 래퍼... 그를 수식하는 단어는 다양하다. 현재 부산 경성대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교수님 채드 커튼(Chad Kirton)는 낮에 대학생을 상대로 영어를 가르치다가, 어느 요일 밤에는 무대에서 랩을 하기도 한다. 그는 매일 밤 고정적으로 부산영어방송(BEFM) 인기 밤 프로그램인 <미드나잇 라이더(Midnight Rider)>의 PD이자 DJ로 방송을 탄다. 교수에서 래퍼와 DJ를 오가는 그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게 즐겁다. 커튼 씨는 “같은 일을 하루 종일하는 것은 상당히 지루할 수 있다”며 “다양한 일은 나를 항상 새롭고 신나게 한다”고 말했다.

커튼 씨는 캐나다 앨버타 주 메디슨 햇에 위치한 매디슨 햇 대학에서 시각 커뮤니케이션과 영문학을 전공했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중, 한국 포항에서 원어민 교사로 재직하고 있던 지인이 그에게 한국에 오기를 권했다. 한국에 한 번도 와본 적 없던 그는 태권도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에 즉시 한국에 일자리를 구했다. 그때가 2001년이었고, 그의 나이는 21세였다.

그렇게 한국에 오게 된 커튼 씨는 14년 동안 한국에서 많은 일을 겪었다. 그중 가장 특별한 일은 무엇보다도 그가 라디오 프로그램 PD가 된 것이다. 그가 2010년 부산교육방송에서 <미드나잇 라이더>의 PD 제안을 받았을 때, 그는 그의 인생에서 엄청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직감했다. 한국 사회는 외국인을 항상 밀어내고 좀처럼 진정으로 받아들이지 않기에, 한국에서 외국인이 방송 프로그램 프로듀서가 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그제야 외국인으로서가 아닌 PD와 DJ로 회사와 한국문화가 나를 받아준 기분이었다”고 덧붙였다.

커튼 씨는 2011년 tvN <코리아 갓 탤런트>에서 래퍼로 오디션을 보기도 했다. 당시 한국 체류 10년차였던 그의 한국말은 꽤 능숙했다. 그래서 그는 한국말 랩으로 당당하게 한국 경쟁자들과 겨룬 것이다. 당시에 그답지 않게 큰 오디션에 긴장했다. 그러나 초조함 또한 그를 매우 흥분되게 했기에, 쇼를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그는 “오디션에 합격하지 못 했지만, 나의 힙합 스킬을 유명인과 많은 청중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이 정말 즐겁고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그는 래퍼로서 힙합에 관심이 많다. 그중 특히 힙합의 중요 요소인 라임(rhyme)을 사랑한다. 라임은 랩 가사의 운율을 맞추는 것으로 구절 끝 단어의 발음을 비슷하게 맞춰주는 것이다. 만약, 랩 노래 가사의 첫 소절 끝마디가 “....found.” 이렇게 끝나면, 그 다음 소절 끝마디는 “.....ground.” 이런 식으로 끝나야 하고, 다음 소절도 “....pound.” 이렇게 끝내는 것이 라임을 맞추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래퍼들도 각 소절의 끝을 “.....했어.” “....그랬어.” 이렇게 라임을 맞추든지, 아니면, “...했잖아.” “...그랬잖아.” “....너 잖아.” 이런 식으로 라임을 맞춘다.

랩의 멋진 라임은 그를 열광하게 한다. 랩에 대한 그의 소질은 중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세 살 많은 친구(한국으로 치면 친한 형)와 힙합을 배웠고 나중에는 같이 공연하기도 했다. 힙합에 대한 그의 애정과 재능이 그를 무대 위로 이끈 것이었다. 그는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에서 프리 스타일로 랩을 하기도 한다. 간혹, 생방송 장면을 볼 수 없는 라디오 청취자들이 대본 써놓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하기도 했단다. 그는 대본 없이 즉흥적으로 랩을 하는 프리 스타일임을 방송 중에 직접 해명하기도 했단다.

커튼 씨는 어릴 때부터 다양한 일을 시도하는 게 원래부터 즐거웠다. 그는 초등학교 때 신문 배달로 돈을 벌었고, 그 돈으로 아이스하키 스타들의 카드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파는 방식으로 다시 돈을 벌었다. 그는 돈 버는 일에 관심이 많았고, 돈을 벌기 위해 여러 일을 경험했다.

그는 방송국 PD와 친분이 있던 영어 학원 원장의 소개로 여러 방송에 출연하게 됐다. 물론 방송 출연도 그에게는 중요한 돈 버는 활동 중 하나였다. 2002년에 그는 MBC <화제집중>, KBS <전국은 지금>에서 여행 관련 리포트를 하며 처음으로 방송을 경험했다. 그 이후 KNN, 아리랑TV 등 다양한 방송사와 일하며 방송 커리어를 쌓았다. 2011년에는 삼성 울트라 노트북 광고를 찍기도 했다.

그렇게 다양한 방송 활동이 드디어 그를 2010년 부산영어방송 <미드나잇 라이더>의 PD이자 DJ로 이끌게 된 것이다. 그는 “방송과 랩 모두 내 다양한 일들 중 일부이며, 나는 그 일들을 모두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의 본업은 역시 영어 강사다. 그는 그의 직장을 사랑한다. 그는 유치원, 중고등학교, 그리고 학원 강사로도 지내봤지만, 역시 교수로서 대학생과 하는 영어 수업이 가장 재밌다. 커튼 씨는 “대학생들에게 영어를 열심히 가르쳐 그들과 영어로 소통이 잘 돼 많은 이야기를 나눌 때 가장 좋다”고 말했다.

한국이란 공간과 한국 사람들이 외국인에게 모두 우호적인 것은 아니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은 외국인이기에 항상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외국인을 다르게 보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한국 사람들이 그 다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캐드 씨는 “만약 한국 사람들이 외국인에게 열린 마음을 갖는다면, 외국인들은 한국이라는 외국에서 사는 것에 어려움을 덜 겪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매일 밤 부산 지역의 영어방송 정규 프로그램 DJ다. 영어방송 매니아 청소년, 대학생, 주부들도 있어서, 채드 씨는 나름 열정 팬들을 가지고 있는 유명인사다. 그러나 정작 그는 초대형 스타나 유명 인사보다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그에게 행복은 지금 하는 일로 충분한 돈을 벌어 자신과 그의 가족을 보살피는 것이다. 그는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커튼 씨는 “많은 일을 하느라 매우 바쁘지만, 그 일들을 모두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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