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 별세
격변의 현대사 김 전 대통령과 함께 감내해 여성 아동 등 사회적 약자에 최후까지 관심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10일 별세했다. 향년 97세.
김대중평화센터는 이날 "이 여사가 오늘 오후 11시37분 소천했다"고 밝혔다. 이 여사는 지난 3월부터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이 여사는 최근 앓고 있던 간암 등이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사는 이화여고와 이화여전, 서울대 사범대를 졸업한 뒤 미국 램버스대를 거쳐 스카렛대를 졸업했다. 이화여대 사회사업과 강사로 일하면서 초대 대한YWCA 총무 등을 역임하며 여권 신장에 기여한 여성운동가로 활동했다.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과 1962년 결혼한 뒤 정치적 동지로서 격변의 현대사를 함께 했다. 김 전 대통령의 미국 망명과 납치 사건, 내란음모 사건과 수감, 가택연금 등 군사정권의 감시와 탄압을 견뎠고, 1980년 내란음모 사건 당시에는 국제적 구명운동에 앞장섰다. 당시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1997년 김 전 대통령이 4번의 도전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는 70대의 나이에 '퍼스트 레이디'로서 활발한 내조를 벌였다. 특히 외환위기 직후 사회봉사 단체 '사랑의 친구들'과 '여성재단'을 설립, 마지막까지 고문직을 맡는 등 아동과 여성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다. 그러나 청와대에 있을 당시 3남 홍걸 씨에 이어 차남 홍업 씨까지 구속되는 등 시련을 겪어야 했다.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재야와 동교동계의 정신적 지주로서 역할을 했고, 마지막까지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자리를 지키며 의욕적으로 대북 사업을 뒷받침해 왔다.
빈소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특1호실. 발인은 14일이며, 당일 오전 7시 고인이 장로를 지낸 신촌 창천교회에서 장례 예배가 열린다. 장지는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