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길 잃은 신(神)이다-1

리시케시에서 길을 잃다

2019-06-16     서창덕
서창덕

이번 주부터 매주 금요일에 서창덕의 <영성기행>을 연재한다. 필자는 BNK부산은행 1급 지점장(부곡동지점) 출신으로서,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이기도 하다. 필자는 오랫동안 국선도, 요가, 도교, 불교, 명리학, 풍수지리 등을 공부했으며, 지난해에 범어사 말사인 청련암 벽화의 비밀을 추적한 영성 수련 책 <당신은 길 잃은 神이다>를 펴내기도 했다. 현재 국선도 세계연맹 사범, 파라마한사 요가난다 설립 자아실현협회(S.R.F) 크리야 회원, 중국 도교 전신화산파 입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번쯤, 북인도 히말라야 끝 리시케시에 가본 사람이라면 그곳에선 절대 길 잃을 일이 없다는 것을 안다.

리시케시는 인구 10만 명 남짓한 소도시로 갠지스강을 따라 양쪽으로 펼쳐진 사원과 뒤쪽으로 낮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무엇보다 세계 최고봉 히말라야에서 가파르게 굽이쳐 내려온 능선이 긴 숨을 토하듯 엎드린 산들이 도시를 감싸고 있어 몇 개의 봉우리만 기억해도 방향을 잃을 위험은 없다. 행여 길을 잃더라도 거리에는 기본적인 영어 몇 마디면 친절하게 길을 안내하는 외국인들이 넘쳐난다. 여기서 외국인이란 인도 사람들을 빼고 하는 말이다. 그런데도 나는 리시케시에 도착한지 일주일 만에 방향성을 완전히 상실했다. 아주 드물지만 그럴 때가 있다.

리시케시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요가의 도시다. 갠지스강을 따라 요가를 가르치는 아쉬람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작은 가정집 규모부터 수만 평이나 되는 넓은 곳도 있다. 강을 따라 수십 킬로미터까지 이어진다.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사람들은 홍콩에 즐비한 명품가게를 떠올리면 된다. 홍콩은 큰 백화점 규모부터 작은 가게까지 눈을 돌리는 곳 어디나 명품을 판다. 물론 진짜 명품을 파는지 유사품을 파는지는 알 수는 없다. 홍콩은 최고의 명품들이 넘쳐나지만 진짜 같은 가짜가 판을 치는 곳이기도 하다. 리시케시도 마찬가지다.

아쉬람(사진:

리시케시가 인도를 대표하는 요가의 도시로 자리매김한 데는 비틀즈의 영향이 크다. 1968년 인기절정의 비틀즈가 갑자기 사라졌다. 네 명이나 되는 맴버들이 갑자기 사라졌으니 갖가지 추측이 난무했다. 세계적인 록스타가 다시 나타난 곳은 그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히말라야 리시(수행자)들의 도시 리시케시였다.

구름이 지나는 높은 히말라야에 기거하는 리시들은 한겨울이 되면 혹독한 추위와 눈보라를 피해 민가에 내려와 명상을 이어가는데 그곳이 바로 리시케시다. 비틀즈는 냉혹한 실패와 죽음의 공포를 피해 리시케시로 숨었다.

히말라야 계곡에서 내려온 물이 비로소 갠지스강이라는 이름을 얻고 처음 만나는 도시가 바로 리시케시다. 그러니까 리시케시는 갠지스강의 최상류로 가장 깨끗하고 오염이 덜 된 곳이다. 강물의 빛깔도 히말라야 빙하처럼 푸른빛이 나며 수온도 낮다.

인도인들이 가장 신성시하는 히말라야 설산과 신(神)이 내려준 갠지스강 그리고 신비한 히말라야 수행자까지 완벽하게 3박자를 갖춘 도시가 바로 리시케시다. 비틀즈가 찾기 전까지 리시케시는 인도인들이 죽기 전에 한번은 꼭 가야 하는 신성한 도시였다.

1968년.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비틀즈는 정신적 지주이자 동료였던 매니저 앱스타인이 32살의 젊은 나이에 갑자기 죽고 영화까지 실패하자 맨붕에 빠졌다. 공포와 두려움이 그들을 짓눌렀다.

누구나 인생에 그런 위기가 한 두 번 찾아오기 마련이다. 늘 위기 속에 사는 사람은 충격에 익숙해 있어 금방 방향을 잡고 일어선다. 그러나 잘 나가던 사람일수록 높이 올라간 사람일수록 충격은 더 크다. 그들은 지친 심신을 달래고 새로운 방향을 찾기 위해 리시케시를 찾았다. 당시에는 마하리시 마헤시의 초월명상이 인기였다.

지금도 아쉬람 곳곳에 비틀즈의 흔적이 남아 있는 마헤시 아쉬람은 규모가 수십 만평이나 되는 리시케시에서 가장 큰 아쉬람이다.

갠지스강(사진:

덕분에 조용하고 신성한 수행자의 마을 리시케시는 하루아침에 비틀즈만큼 유명해졌다. 그러나 홍콩의 가짜명품처럼 마하리시 마헤시는 가짜수행자였다. 그는 돈과 여자를 좋아했고 결국 비틀즈 맴버들도 알게 되었다. 실망한 비틀즈는 떠났지만 50년이 지난 지금도 길을 찾는 세계의 많은 구도자들이 비틀즈처럼 이 도시에 몰려든다. 물론, 나도 그 중에 한 사람이다.

김해공항에서 인천공항까지 대략 400킬로미터, 인천공항에서 인도 델리 인디라간디공항까지 4600킬로미터, 간디공항에서 데라듄공항까지 300킬로미터, 데라듄공항에 도착해 아쉬람이 있는 리시케시까지, 그렇게 나는 이틀 동안 약 5000 킬로미터를 날아 리시케시에 도착했다.

항공료만 해도 웬만한 사람 한 달 봉급이다. 이 여행에 나는 많은 걸 바쳤다. 나는 은행 지점장이라는 직업까지도 과감하게 던졌다.

어제는 그만둔 은행에서 연말정산 결과를 문자로 받았는데 작년 한 해 동안 내가 받은 연봉은 2억 원에서 1천만 원이 모자랐다.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나는 시작도 하기 전에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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