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 "총체적 관리부실이 낳은 인재"
수계전환 전과정에서 대책없이 허둥지둥, 초동대처도 제대로 안해 오는 22일부터 순차적으로 수돗물 정상 공급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는 인천시의 총체적 관리 부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정수장에서 가정까지 물을 공급하는 관로를 바꾸는 ‘수계전환 과정’에 대한 충분한 대책을 수립하지 않았고, 수질을 측정하는 탁도계까지 고장 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것으로 파악됐다. 깨끗한 수돗물은 오는 22일부터 순차적으로 인천에 정상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18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정부원인조사반의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붉은 수돗물 발생 원인은 수계 전환 전과정에서 준비가 부실했고, 초동 대처가 미흡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인천 붉은 수돗물 사고는 공촌 정수장에 물을 공급하는 풍납취수장과 성산가압장이 전기 점검으로 가동이 중지돼, 인근 수산·남동정수장에서 정수한 물을 대체 공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1시 30분경 인천시 서구지역에서 최초로 민원이 접수됐다. 사고발생 4일만인 지난 2일에는 영종지역, 15일 후인 지난 13일부터는 강화지역까지 수돗물 오염이 확산됐다. 환경부는 “사고발생 20일째인 현재까지 민원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무리한 수계 전환과 수질 변화 고려 않은 초기 계획
인천시는 수계 전환 전 밸브 조작 위주로만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른 수질 변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밸브 조작에 따른 단계별 수질변화에 대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고를 유발한 물 때 등 이물질을 적기에 대처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건설기준’에는 상수도 수계 전환 시 수계전환 지역의 배관도, 제수밸브(물 흐름 제어용), 이토밸브(관 아래 이물질 제거용), 공기밸브 등에 대한 대장을 작성한 뒤, 현장조사를 실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수계전환 작업 시에는 유수방향의 변경으로 인한 녹물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간을 두고 충분히 배수하고 서서히 제수밸브를 작동해야 한다. 유속변화에 의해 수도관에 부착된 물때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천시는 그러지 않았다.
무리한 수계전환은 직접적인 사고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평소 공촌정수장에서 인천 영종지역으로 수돗물을 공급할 때 ‘자연유하방식’으로 공급한다. 물이 흐르는 방향을 그대로 살리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번 수계 전환 때는 압력을 높여 반대 방향으로 공급했다. 역방향으로 수계를 전환하려면 흔들림이나 충격 등의 영향을 고려하고, 이에 따른 이물질 발생량도 확인해 공급량을 서서히 늘려가야 한다.
하지만 인천시는 용수 공급을 평소대비 205% 증가시켰다. 기존 1700㎥/h에서 3500㎥/h로 급증했다. 유량이 증가하자 유속도 2배 이상 증가했다. 기존 정방향 0.33m/s에서 역방향 0.68m/s로 올랐다. 결국 관벽에 낀 물때와 바닥 침적물이 부상한 상태로 물이 공급됐다.
이물질이 섞인 탁수는 주요 민원 지역인 검단·검암지역으로 공급됐다. 문제는 같은날 공촌정수장이 재가동되면서, 역방향이 아닌 기존 공급방향으로 수돗물이 공급된 것이다. 결국 관로 내 혼탁한 물은 방향을 바꿔 영종도 지역으로 퍼졌다.
‘탁도계 고장·종단면도 부재’가 사태 장기화시켜
정부는 수질을 측정하는 탁도계가 고장이 난 정황을 확인했다. 당초 정수지 탁도가 기준 이하로 유지되면서 정수지와 흡수정의 수질은 이상이 없었지만, 탁도계마저 고장 나 정확한 탁도 측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공촌정수장 저수지와 흡수정이 이물질 공급소 역할을 정황도 확인됐다. 탁도 측정이 작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흡수정의 이물질이 사고발생 이후 지속해서 정수지, 송수관로, 급배수관로, 주택가로 이동했던 것이다. 결국 이는 사태 장기화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수도관의 높고 낮음을 알아볼 수 있는 지도인 종단면도도 없었다. 따라서 배수지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체계적인 방류를 진행하기까지 시간이 지연됐다. 결국 소화전 위주의 방류를 실시했다.
아울러 정부는 인천시와 이물질을 완전 제거하고 수돗물 수질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지난 14일부터 공촌정수장 정수지를 전문업체에 위탁해 물빼기와 청소를 반복하고 있다. 또 물 사용량이 적은 심야시간을 이용해 송수관로 이물질 등 오염수 배수작업, 송수관로 이토작업, 배수지 청소 등을 오는 23일까지 실시할 예정이다. 급수구역별 단계적 공급 정상화는 22일부터 이뤄진다.
한편 사고를 조사하는 정부원인조사반은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 한국환경공단 등이 참여해 4개팀 18명으로 구성됐다. 지난 7일부터 사고원인 조사와 정상화 방안, 재발방지 대책 등을 마련하고 상황 종료 때까지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