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에 ‘라벨갈이’ 의류 범람...27만원 짜리 중국산이 130만원 '둔갑'

중견 의류 디자이너, 사업 확장으로 물량 공급 압박받아 1만 원대 저급 의류 라벨 바꿔 6~7만 원에 내놓기도

2020-06-19     취재기자 신예진

중견 의류 디자이너가 중국산 의류를 국산으로 둔갑시켜 백화점에 납품하다 적발됐다. 유명 백화점에 입점한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을 고가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식하는 소비자의 성향을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

19일 관세청 부산본부세관에 따르면, 디자이너 A 씨는 중국산 저가 수입의류를 국산으로 허위 표시한 라벨을 부착하고, 본인 이름의 브랜드 의류로 전국 대형 백화점에 판매하다 검거됐다. A 씨는 대외무역법위반 혐의를 받는다.

A 씨의 범행은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발생했다. A 씨는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 대형 백화점 12곳에 직영 매장또는 가판매장을 운영했다. 자체 생산 의류만으로는 공급 물량을 맞출 수 없게 되자, 중국산 의류를 직접 수입하거나 동대문 시장에서 매입했다. 이후 본인 소유의 봉제공장에서 일명 ‘라벨갈이’를 했다.

중국산이 국산으로, 일반 의류가 디자이너 의류로 탈바꿈하면서 가격대도 훌쩍 뛰었다. A 씨는 동대문 시장에서 1만 원대에 매입한 중국산 티셔츠를 6~7만 원대에 판매했다. 수입가격인 27만 원인 중국산 코트는 130만 원이 됐다.

부산본부세관은 지난 3월까지 이같은 수법으로 저급의 중국산 의류 6946벌이 유통된 것으로 확인했다. A 씨는 이 과정에서 시가 약 7억 원의 폭리를 취했다.

부산본부세관은 “이번 사건은 백화점 판매물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높다는 점을 악용한 일종의 사기극”이라며 전국 매장에 출고된 의류를 전량 회수하고, 원산지 표시를 시정하도록 명령했다. 또 A 씨에게는 이미 판매된 질 낮은 의류 6627벌에 대해 과징금 4400만 원을 부과했다.

한편 관세청은 이처럼 수입 물품이 국내에서 국산으로 조작되는 사례가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주로 라벨갈이는 수입 국가에서 이뤄졌으나, 최근 통관과정에서 적발되는 사례가 증가했기 때문. 이 때문에 백화점 관계자들이 입점 업체 판매 물품의 원산지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